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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세계의 부러움을 받는 교육 한국의 현주소

지난 12월 7일 발표된 오이시디 34개 회원국과 31개 비회원국의 만 15살 학생 약 47만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학업성취도 국제비교연구’(PISA 2009) 보고서의 내용은 여러 모로 생각할 바가 많은 자료였다. 우리나라 137개 고등학교와 20개 중학교 학생 5123명이 참가한 이번 보고서의 결과를 종합해 보면,

자기학습능력 65개국중 58위, 읽기·수학·과학 등 성적 OECD 회원국 1~4위권이다

한 마디로 표현하면 세계의 부러움을 받는 교육 한국의 현주소는 단순암기로 올린 성적의 허점을 보인 거라는 평가였다. 2003년 평가에서도 우리나라는 집중 분석 과목이던 수학 성적이 상위권이었지만 흥미도와 학습동기에서 전체 41개 나라 가운데 각각 31위와 38위였고, 과학이 집중 분석 과목이었던 2006년 평가에서도 흥미도가 오이시디 평균을 밑돌아 단순 암기식 교육의 부정적인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수치로 나온 성적으로만 보아서는 매우 고무적이라고 할 수 있으나 내면을 들여다 보면 매우 걱정스럽다는 뜻이다. 우리나라 만 15살 학생들의 읽기·수학·과학 실력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가운데 1~4위에 올라 학업성취도가 최상위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읽기 학습’에 대한 흥미도가 낮고 혼자 읽고 공부하는 능력(자기학습관리능력)은다른 회원국 학생 평균보다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됐기 때문이다.

이는 곧 가정과 학교에서 '공부를 위한 공부'를 하게 하는 풍토에사 자란 결과라는 생각이 들어 걱정된다. 공부란 즐거워야 하며 본인이 좋아서, 호기심의 발로에서 비롯되어야 오래도록 즐기면서 할 수 있는 먼 여정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 땅의 학생들은 공부의 즐거움을 알기도 전에, 그 단맛을 느끼기도 전에 공부에 질려서 오래 가는 공부를 못하는 환경 속에서 자라고 있는 게 현실이다.

자기주도학습력, 어떻게 기를까

그토록 오랜 시간 학교 현장의 화두인 '자기주도학습력'은 구호로만 그친 것일까? 너무 일찍부터 공부로 내몰아서 다그친 것은 아닌지 어버이도 선생님도 가던 길 먼춰 서서 돌아보아야 할 시점이다. 각종 영재교육으로, 다양한 인재 양성 프로그램을 준비한 중 고등학교 프로그램도 결국은 명문대학의 문 앞에서는 한 줄 서기로 그 특성이 약화되어 버린 탓은 아닐까.

학생 자신이 가진 소질과 능력보다는 명문대학의 인기학과에 맞춰서 공부를 해야 하니 그 공부가 즐거울 까닭이 없다. 그렇게 진학을 했다 하더라도 중도에 포기하거나 다시 공부를 하는 대학생들이 많으니 엄청난 국력의 낭비요, 개인적으로도 시간과 노력, 금전적 소모전이다. 결국은 교육 본연의 물음으로 귀결된다.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 공부를 해서 어떤 인생을 살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물음이 먼저다. 그러나 이 나라의 부모들은 일류대학이나 명문대학의 명예 앞에서는 자식의 인생도 대신 살아줄 것처럼 다그치고 채근한다. 그러한 집착과 욕심이 오늘 이 나라의 학생들에게 공부란 즐겁지도 않고 괴로운 짐으로 여기게 만들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생각의 틀을 과감하게 바꾸어야 할 때이다. 얼굴 모습이 다 다르듯 아이들이 지닌 장기도 다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정 직업을 향하여 올인하도록 코뚜레를 꿰어 한 줄로 몰아온 교육 현실을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내 자식이나 제자가 행복하지 않은 선택을 해놓고 억지로 그 길로 가는 것을 보면서 즐거워하지는 않았는지 가슴에 손을 얹고 반성해 본다.

모두 다 대학을 갈 필요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되는데 우리는 그러질 못했다. 너나 없이 대학의 문으로 집어 넣고 결과물을 기다려왔다. 대학에 가지 않으면 큰일이 날 것처럼 국,영, 수 몇 과목에 목숨을 걸고 매진하게 한 것이다. 세상을 살아 가는 길이 얼마나 많고 다양한데 그 길의 1%도 안 되는 쪽에만 돋보기를 들이대고 좁은 문을 통과하도록 가르쳤으니 자기주도학습력이 정착될 리가 없다.

자기애를 지닌 아이, 여러 줄 세우기 교육으로

언제부턴가 없어져 버린 여러 줄 세우기 교육이 해법이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본인이 원하는 공부를 하게 하는 원초적 방법만이 살 길이다. 한 번뿐인 인생을 어떻게 하면 즐겁고 행복하게 자신의 길을 가게 할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할 때이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아이가 되도록, 자신의 행복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누군가를 부러워하는 교육이 아니라, 자신만의 길을 당당하게 가는 공부를 하도록 도와주어야 할 일이다. 눈에 보이는 가문의 명예와 물질의 풍요에 휘둘리지 않는 자존감으로 세계적 등수에 눈이 어두워, 명문대학의 그늘에 가려서 원하지도 않는 인생을 살지 않도록 어버이와 선생이 자식과 제자의 가능성을 찾기 위해 시야를 넓힐 때가 되었다.

눈에 띄는 직업이 아니더라도, 일류대학이 아니더라도 자식이 원하는 길을 기꺼이 가게 하는 것이 인생의 선배로서 부모가 해야 할이다. 우리 학교의 명예를 위해서가 아니라 내 제자의 진정한 행복을 위해서 그가 가고자 하는 길을 닦아주고 살펴주는 일이 선생님이 해야 할 일이다.
 
평생학습의 시대의 초석은 가정과 교실

이제는 평생교육의 시대다. 학교 교육이 끝나면 책을 놓아버리는 자세로는 살아가기 힘든 세상이다. 이 때 필요한 것은 바로 통제 전략(자기학습관리능력)이다. 상황에 따라 자신이 해야 할 공부를 선택해서 집중하고 노력하는 사람으로 살아야 하는 세상이다. 그런데 아쉽게도 학교 문만 나서면 책과 담을 쌓고 사는 사람들이 많은 게 현실이다. 학창 시절에 공부에 질린 탓이다. 그러다 보니 우리나라의 독서력은 교육입국의 위상이 부끄럽게 세계 최하위라고 한다. 다시금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을 새롭게 봐야겠다. 나의 교육방침과 교육철학을 되돌아보고 반성해야겠다. 긴 겨울방학 동안 자기주도적으로 공부하는 아이들이 될 수 있도록 각기 다른 계획과 진로 지도를 서둘러야겠다. 평생학습의 초석을 다지는 길은 바로 가정과 교실이다. 그 곳에서 공부를 즐기는 아이로 만들어야 자기주도적학습력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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