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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소식

국민소득 2만불 시대의 그늘, 결식아동 예산은 0원의 충격!

1988년 제정된 대한민국어린이헌장에는 "모든 어린이가 차별 없이 인간으로서 존엄성을 지니고 씩씩하게 자라도록 하자"는 기본정신이 있다. 그럼에도 현재 수많은 결식아동들이 끼니를 거르며 차별 받고 인간의 존엄성에 심각한 상처를 받고 있기에 이 글을 쓰고자 합니다.

정확한 통계조차 잡히지 않은 결식아동 문제. 예산을 늘려도 모자라는 판에 지원 예산 전액 삭감이라는 소식 앞에 답답한 가슴을 누를 길이 없습니다. 1997년 1만 1천명이었던 결식아동수가 1998년 IMF 경제위기 이후 급격히 늘어나 2002년 19만 7천명에 달했습니다. 2010년 현재 빈곤가정 120만 명, 결식아동 45만 명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이 수치는 정부에서 관리하는 대상자만 파악한 것이고 여기에 포함되지 않은 교육비 지원대상 저소득층 자녀까지 확대해 보면 상황은 더 심각할 것입니다.

전라남도의 경우를 보면 2010년 2만여 명의 결식아동을 위해 국비로 11억 원을 배정받아 방학 중에 42억 원을 지원했습니다. 그러나 2011년도부터는 전액을 고스란히 떠안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자체는 갑자기 떨어진 발등의 불을 끌 예산 확보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어느 해보다 추운 겨울을 나게 될 결식아동 문제는 우리 모두 깊이 생각하고 돌아보아야 할 아픈 상처가 분명합니다.

가난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불편할 뿐이라고 했던가요? 누가 그렇게 안일한 답을 내놓았을까요? 가난이 대물림 되는 현상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닙니다. 상처를 안고 자란 아이들은 다시 자존감에 타격을 입은 어른이 됩니다. 최소한의 사회적 안전망을 촘촘히 짜내어 나락으로 떨어지는 아이들이 한 명도 나오지 않게 하는 일은 사회적 국가적 책임임을 어른들은 잊어서는 안됩니다.

80살 넘은 할머니 손에 자라는 철수 이야기
우리 학교에 재학 중인 김철수 (가명) 어린이와 나눈 일문일답입니다.
선생님 ; 철수야, 그 동안 잘 지냈니? 네가 컴퓨터 게임도 많이 안 하고 글짓기 대회에서 큰 상도 타서 참 자랑스러웠단다. 어때, 철수가 그렇게 열심히 공부하고 착하게 사니까 좋은 일도 많이 생기지?
철수 : 예, 선생님. 지금은 컴퓨터 게임도 많이 안 합니다. 선생님께 2학년 때부터 글쓰기 지도를 받고 책을 많이 읽으면서 좋은 생각이 많이 자란 것 같아요. 이제는 공부에도 자신감이 생겼어요.

선생님: 그러니? 참 다행이구나. 겨울방학이 시작되니까 참 좋지?
철수 : 아니오. 친구들은 겨울방학이 좋다고 하는데 저는 방학이 되면 쓸쓸하고 힘들어서 싫어요. 학교에 다닐 때는 친구들이랑 선생님이랑 같이 공부하고 재미있는 일들이 많은데 방학이 되면 친구들도 볼 수 없고 하루 종일 갈 곳도 별로 없어서 싫어요.

선생님 : 그렇구나. 철수의 말을 들으니 선생님 마음이 참 아프구나. 또 힘든 것이 뭐지요?
철수 : 그것은 우리 할머니 연세가 이제 80세를 넘어서 아픈 곳도 많으시고 형이랑 나를 위해서 밥을 해 주시고 집안일을 하시는 것을 너무 힘들어하시기 때문에 참 슬퍼요. 날씨가 추운 겨울에는 더 많이 아프셔서 걱정이에요.

선생님 : 그래. 철수 할머니께서 건강하게 오래 사셔야 철수가 행복할 텐데. 물어보기 미안한데 혹시 어머니 소식은 듣고 있니? 아버지는 자주 오시니?
철수 : 아니오. 어머니 소식은 모르고 아버지는 1년에 세 번쯤 명절에만 다녀가십니다. 아버지는 충청도 어디선가 일꾼으로 날품팔이를 하시는데 아버지도 힘드셔서 연락도 자주 못 하십니다. 어머니는 제가 어렸을 적에 아버지랑 헤어지고 소식이 끊어진 지 오래 되었습니다.

다른 친구들은 겨울방학을 신나게 기다리는데 철수에게는 겨울방학이라는 낱말이 좋은 단어가 될 수 없다는 사실에 목이 잠겼습니다. 이렇게 힘들게 겨울을 나는 아이들이 45만 명에 이른다는 민간사화단체의 통계 조사를 생각하면 어른으로서 부끄러웠습니다. 따뜻하게 받아줄 부모님 대신에 늙고 병든 할머니의 고부라진 허리, 주름진 손에 의지하여 자라온 철수 눈에는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슬픔이 담겨 있어 면담을 청한 내 가슴이 뻐근해졌습니다.

그의 상처를 덧나게 하지는 않을까 염려됐지만 누군가는 그의 상처를 열고 고름을 닦아내고 약을 바르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에게 용기를 잃지 말고 이겨내자고 다독이며 인터뷰를 했습니다.

선생님 : 방학 때면 집으로 도시락이 배달되었는데 언제부터였지? 만약에 이번 겨울방학에 그 도시락이 배달되지 않으면 어떻겠니? 걱정이 되어서 물어보는 거야. 나도 너를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보고 싶고 학교 선생님들 하고도 의논해 보고 싶어서 그래. 그러니 어려워 말고 말해 주겠니?
철수 : 1학년 때부터 방학에는 도시락이 왔는데, 이번 겨울방학 때는 오지 않는다고요? 우리 할머니가 너무 고생하실 거예요. 아버지가 벌어서 주는 돈도 별로 없는데 조금이나마 반찬 걱정을 덜어주는 도시락이 없다면 라면을 많이 먹을 것 같습니다. 선생님, 진짜로 겨울방학 때 도시락이 안 오는가요? 

선생님 : 선생님도 그게 걱정이 되어서 이렇게 이야기를 나누는 거란다. 어떻게 방법을 생각해 보고 싶어서, 함께 고민해 보는 거란다. 학교에 다닐 때는 점심 걱정도 하지 않고 급식비 걱정도 하지 않고 잠심을 먹었는데 방학을 하면 점심밥부터 걱정이구나.

지도자는 희망을 팔아야 합니다

요즘 아이들의 결식 문제는 절대 빈곤 시대보다 더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단순히 가난해서 굶는 게 아닙니다. 가정이 파괴된 상태에서 떠밀리듯 손자, 손녀들을 떠맡은 조부모의 한숨과 눈물이 가난보다 더 아픈 상처라는 데 더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경제적 실직과 아이엠에프 구제금융 당시의 충격으로 인한 이혼과 가출의 상처를 안고 시골로, 조부모 곁으로 들어온 아이들이 그 상처를 고스란히 받고 있는 구조적인 사회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의 신상 정보를 최대한 보호하고 있는 학교 현장에서도 아이들 개개인의 아픈 상처를 건드리지 않기 위해 노력합니다. 어버이날 부모님께 편지 쓰기를 하는 일도, 가족 나들이의 체험을 발표시키는 일도. 세찬 겨울바람에도 숨쉬기를 마다하지 않는 질경이처럼, 민들레처럼 세상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된 채 살아가는 가여운 아이들을 지켜내는 일은 선생님의 몫이기도 합니다.

오늘날 끼니를 거르는 이유는 절대빈곤과 함께 부모의 실직, 부도 등으로 가족이 흩어져서 보살핌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부모가 집에서 가출하여 소년소녀가장이 된 경우, 가족적인 이유와 사회적인 이유가 결합된 경우 등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결식은 한참 성장기에 있는 아동에게 신체적 성장 저하, 정서적인 불안정, 심리적 위축, 학교 부적응, 학습능력 저하 등 악영향을 미치게 하고, 이로 인해 건강하고 올바른 사회구성원으로 살아가지 못하게 됨으로써 또 다른 사회문제를 낳게 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됩니다.

결식아동 지원을 넘어 길게 보면 언젠가는 제일 먼저 추진해야 될 복지예산이 바로 무상급식이라고 생각합니다. 누구의 자식이 되었든 이 나라의 국민이라면 먹을거리 걱정을 하지 않게 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결식아동 외면은 나라의 수치

가난은 나랏님도 구제할 수 없다고 했지만 우리나라와 같이 경제적인 발전을 이루고 다른 나라를 도울 정도의 국력을 가진 나라에서 결식아동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것은 국가의 수치라고 생각합니다. 가난하고 힘든 부모로부터 원하지 않는 격리를 당한 채, 조부모의 슬하에서 배고픔을 삼키며 자라는 아이들이 받을 상처는 결코 단순하지 않습니다.
사랑받지 못하고 자라서 생기는 자존감의 상처를 치유하는 데는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리고 사회적 비용까지 생각하면 결식아동이 마음 놓고 밥을 먹게 하는 일은 길게 보아서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북유럽 복지국가의 기본인 무상급식까지는 못 가더라도 우선 당장 시급한 결식아동 급식비 만큼은 확보하는 것은 어른들의 책임, 국가의 책임입니다. 나폴레옹은 '지도자는 희망을 파는 상인'이라고 말했습니다. 국가의 리더들과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희망을 팔아야 합니다. 45만 명이나 되는 소중한 우리의 아이들이 국가로부터 어른들로부터 받은 무관심과 배고픔의 상처를 안고 어른이 되었을 때, 사회의 아픔에 공감하기를 바랄 수 있을까요?

마지막으로 철수가 지역 예술제에 나가서 교육장상을 받은 시를 소개합니다. 짧은 시 한 편에 담긴 이 어린이의 비원에 가슴이 먹먹합니다.

아버지 말씀
김철수 (가명)

"설날에 다시 올게 "
추석에 오신
아버지께서 하신 말씀

"할머니 말씀 잘 들어라 "
며칠 전 전화로
아버지께서 하신 말씀

" 몸 아프지 마라 "
전화하실 때마다
걱정하시는 아버지 말씀

매일 매일 듣고 싶은
아버지 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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