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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최선입니까? 확실해요?

한 해를 돌아보면 어느 해라도 다사다난 하지 않았던 해는 없는 것 같다. 교육계도 마찬가지여서 해마다 새롭거나 혹은 해묵은 교육 문제와 이슈들이 교육현장 안팎을 휩쓸고 다닌다.

지난 2003년도를 돌이켜 보면 그 해 교육계의 뜨거운 감자 중 하나는 NEIS(교육행정정보시스템)의 도입 문제였다. NEIS 시행을 놓고 벌어졌던 논란은 해를 넘겨 2004년까지도 이어져 ‘나이스’냐 ‘네이스’냐의 명칭 설전으로 상징되는 사실상 이념적·정치적 논란으로 비화되었다. 이런 와중에 NEIS의 중요한 도입 명분 중 하나였던 ‘교원의 업무 경감’이라는 취지는 뒷전으로 밀리고 업무 경감의 효과성은 논의의 대상에서 멀어진 채 정착되어 지금까지 오게 되었다.

이렇게 우여곡절을 겪으며 교육현장에 도입되었던 NEIS가 7년여의 역할을 마치고 이른바 ‘차세대 NEIS’로 대체 된다고 한다. 언론에 소개된 바에 따르면 차세대 NEIS는 교육과학기술부가 지난해 4월부터 개발 사업을 추진하여, 오는 3월에 개통을 앞두고 있으며 총 사업비 970억 원이 투입되는 국내 최대 규모의 공공기관 사업으로, 전국 1만3000여개 학교 및 교육청, 교과부의 모든 교육 행정 업무를 개발하고 관련 인프라를 구축하는 사업이라고 한다.

이 어마어마한 사업을 추진하는 목적은 역시 ‘교원 업무 경감과 이용 편의 향상’에 있다고 한다. 이 대목에서 순수하게 학교현장 입장에서 몇 가지 의문과 걱정이 생긴다.

첫째, 기존의 NEIS는 물론 뒤를 이어 나온 교무업무시스템, 에듀파인, 업무관리시스템 모두 도입 취지는 한결같이 ‘교원 업무 경감’이었으나 그 실효성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라는 점이다. 차세대 NEIS에서는 편이성을 높이기 위해 한 번의 로그인 만으로 이 모든 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게 하고, 2009 개정 교육과정 등을 쉽게 반영 할 수 있도록 했으며, 통계 처리 및 보고가 가능한 고도화된 데이터 연계가 가능해 자료의 반복 입력이나 반복 제출과 같은 불편이 해소될 것이라고 하니 기대해 보면서도 선생님들이 컴퓨터 앞에 붙들려 있는 시간이 더 많아지는 것은 아닌지, 그래서 지금까지 스쳐간 여러 업무 시스템이 내세운 ‘교원 업무 경감’ 구호처럼 또 한 번의 구호로만 그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된다.

둘째, 이런 대규모 사업이 진행되면서도 영향을 가장 많이 받고 직접 사용해야 할 선생님들은 정작 잘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추진하는 입장에서는 나름 홍보도 하고 의견조사도 했으니 오히려 관심 갖지 않은 교육현장을 탓할 지도 모르겠으나, 새로운 시스템 도입의 필요성부터 개발 내용, 적용 방법 등에 공감대를 얻지 못하고 그저 던져 주듯이 공문과 시행 규칙의 힘만을 빌려 시행된다면 또 한 번의 값비싼 시행착오를 겪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셋째, 새로운 시스템의 개발 및 시험 운영, 적용 등의 일정이 너무 급한 것은 아닌가 하는 것이다. 사업 규모에 비해 개발부터 현장 적용까지의 기간이 1년여에 불과한 것은 무리가 따를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도 교육현장에서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관련된 연수도 제대로 받지 못한 상태에서 새 학기 시작되는 와중에 자료 이관 등의 업무가 겹쳐진다면 출발부터 교원 업무 경감하고는 거리가 먼 이야기가 된다. 충분한 연수와 시범운영을 통한 단계적 적용이 필요한 대목이다.

아무리 좋은 신발이라도 신는 사람의 발에 맞지 않으면 편한 신발이 될 수 없다. 아무리 편리하고 업무를 개선하는 시스템이라 해도 그 판단은 교육현장의 선생님들 기준에서 내려져야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교육현장은 새로운 정책이나 업무 시스템 적용에 있어 대부분 수용자의 입장에만 서 있게 되었고, 그러다 보니 무늬로는 번듯하게 ‘교원 업무 경감’을 새겼지만 실제로는 그 역할을 못하는 무늬목을 원목으로 받아들이며 사용했다.

이제 최소한 교육현장과 밀접하게 관련된 사안에 대해서는 우리 선생님들이 주체가 되어 세밀하고 당당하게 따져 볼 수 있는 풍토를 만들어야 하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선생님들이 교육현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항들에 좀 더 관심을 갖고 따져보며 학교현장의 분위기와 의견을 개진하는 일에 적극적이어야 하겠다.

또한, 차세대 NEIS 사업처럼 많은 시간과 전문 기술이 필요로 하는 사항들에 대해서는 교총 등의 교원단체가 나서 대안을 연구하여 제시하는 조력자 및 비판자의 역할을 능동적으로 하는 것도 중요하겠다.

이번 차세대 NEIS 개발에는 현장교사 930여명이 참여한 실무지원단이 구성되어 학교현장의 요구사항을 반영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하니, 부디 “예! 그렇습니다!”라는 대답을 간절히 기대하며, 우리 선생님들 모두 교육현장의 주인공이 되기 위해 교육문제 만큼은 드라마의 주인공처럼 ‘까도남’, ‘까도녀’가 되어 까다롭게 살펴보고 당당하게 따져 물어봅시다.

“이게 최선입니까? 확실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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