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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역사'는 미래를 여는 열쇠다

이명박정부 교육정책의 실책은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그중 으뜸은 2009교육과정개편안(이하 ‘2009교육과정’)이다. 핵심은 고교 3년을 선택교육과정으로 바꾼 것이다. 그러다보니 고교에서 국사교육이 아예 사라지게 생겼다.

차제에 주변을 잠깐 살펴보자. 수년 전부터 중국은 ‘동북공정(東北工程)’이라는 이름으로 고구려를 포함해 고조선·부여·발해 등의 역사가 중국사라는 억지를 사실화시키려 하고 있다. 예컨대 고구려 종족은 고대 중국 소수 민족의 하나다. 고구려 건국은 중국 영토 내에서 이루어졌다. "고구려는 시종일관 중국 영역 내에서 존재했다" 따위가 그들의 주장이다. 광개토대왕과 장수왕, 연개소문과 을지문덕 장군을 기억하는 우리로선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다.

하긴 그뿐이 아니다. 지금도 틈만 나면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는 일본이 있다. 마침내 일본정부는 지난 해 3월 독도를 자국 영토로 표기한 교과서를 승인한 바 있다. 이웃나라의 그런 억지 주장들을 대할 때면 과연 대한민국이 자주독립국가인가를 반문하게 된다. 자국의 엄연한 역사와 영토가 타국에 의해 시비거리되고 희롱당하니 그러고도 자주독립국가인가를 되묻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그들을 한바탕 나무라도 개운치가 않다. 아니 원래 도둑질하러 야밤에 침입한 도둑을 나무라기보다 집안단속 못한 반성부터 해야 하는 것이라면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도 필유곡절이지 싶다. 두뇌가 뛰어난 박사들이 만들었을 것 같은 2009교육과정이 바로 그것이다. 

다른 부분에서도 많은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는 2009교육과정에 의하면 중학교 3학년까지가 국민공통교육과정이다. 국어·수학·영어는 ‘기초과목’으로 편성돼 필수교과처럼 되었다. 하지만 한국사는 한국지리·법과정치·경제 등과 함께 선택과목이 되었다. 그러니까 제 나라 역사인 국사 과목이 찬밥신세로 전락해버린 것이다. 글자 그대로 선택과목이어서 선택하지 않을 수도 있다. 수능시험에서도 마찬가지다.

교과부에 따르면 현재 “고교에서의 한국사 개설은 100%여서 필수과목이나 다름없다”고 속 편한 소릴 하고 있지만, 세상에 선진국 어느 나라가 자국 역사를 선택으로 배워도 좋고 안배워도 좋다는 교육과정을 짜는지 묻고 싶다.

이를테면 국사를 전혀 모른 채 대학생이 될 수 있는 것이 2009교육과정인 셈이다. 초·중·고의 2009교육과정뿐만이 아니다. 1996년 사법고시에서 이미 빠져버린 국사는 2007년부터 행정, 외무고시 등 국가의 인재를 뽑는 시험에서도 사라져버렸다.

언제나 그렇듯 일이 터지자 한나라당은 부랴사랴 ‘역사교육강화로드맵’을 마련한 모양이다. 또 초·중·고에서의 국사교육 의무화, 수능 및 국가공무원임용시험시 필수과목화 등 야단법석을 떨어대고 있다. 그렇듯 주변 국가들로부터 역사 왜곡을 당해도 싼 나라의 꼴을 세계 만방에 과시한 것도 모자라 고교에서 제 나라 역사를 선택해 배우라니 ‘대한민국이 나라이긴 한가’라는 자괴감을 떨굴 수 없다. 혹 저 ‘뒤틀리고 미친’ 역사를 우정 잊어버리려는 몸부림으로 국사를 푸대접하는 것인가?

대저 역사 없는 민족은 없다. 그것이 침략을 당하고 내분의 역사일망정 그대로 간직되고 분명히 알아야 하는 것이 역사이다. 역사는 단순히 지나가버린 과거가 아니다. 역사는 미래를 여는 열쇠이다. 이참에 역사교육 강화를 국가적 화두로 삼아 맹렬히 실천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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