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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소식

‘치루고’와 ‘메스꺼움’은 우리말에 없는 표현

알고 있었던 일이지만 자연의 엄청난 힘 앞에 인간은 역시 무기력하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일이 일어났다. 지금 일본의 모습은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처참한 광경이다.

언론에 전해지는 일본의 모습은 전쟁터와 같다. 파도 앞에 집이 비행기가 힘없이 쓸려나갔다. 졸지에 가족과 집을 잃은 사람들이 거리를 헤매고 있다. 먹을 물도 음식도 없고, 문자 그대로 아비규환이다.

그런데 일본은 대재앙 앞에서 침착하게 대응하고 있다. 언론은 침착과 질서는 배려 정신의 승리라고 언급하고 있다. 남에게 폐 끼치는 것을 일본인은 본능적으로 꺼린다. 실제로 재앙 앞에 동요와 무질서, 공포와 흥분만 있을 것 같은데 일본은 지금 슬픔을 삭이고 표출을 자제하고 있다. 극도의 혼란 속에서도 평상심을 지키고 있다.

우리나라 언론에서도 일본의 이러한 정신에 찬사를 보내고 있다. 중앙일보 3월 15일자에도 이런 취지의 뉴스가 있었다. 기사의 요지는 대지진이 있던 날 도쿄 롯폰기의 대형 쇼핑몰 미드타운 옆의 라면가게에서 일이었다. 이날 가게 안에서 젓가락으로 라면을 뜨고 있었는데 진동이 심하게 느껴졌다. 이에 라면가게 주인과 서빙 하는 직원은 침착하게 손님을 밖으로 대피시켰다. 라면가게 주인과 서빙 직원은 손님들이 모두 대피했는지를 확인한 후에야 밖으로 나왔다. 1차 지진이 멎기를 거리에서 가만히 기다리던 라면가게 손님들은 진동이 끝나자 곧장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그러곤 각자 먹은 라면 값을 치렀다는 내용이었다.



이 기사의 표제어가 ‘고객 안전 챙기는 주인 … 돈 꼭 치루고 가는 손님’이었다. 위험한 상황에서도 나보다 먼저 고객을 챙기고, 혼란 속에서도 음식 값을 치른 손님에 대한 찬사였다. 그런데 여기서 ‘돈 꼭 치루고 가는 손님’의 표기는 잘못이다. ‘치르고’가 바른 표기다. 이는 기본형이 ‘치르다’이다. 따라서 ‘-우-’가 들어갈 필요가 없다. ‘물건 값을 치뤘다.’도 ‘치렀다’로 써야 옳다. ‘치르-+-었-→치뤘-’이 되지 않는다.

일본 지진은 다시 방사능 공포로 확산되고 있다. 3월 16에는 후쿠시마 제1원전 3호기 부근에선 400mSv(밀리시버트·방사선량 단위)가 검출됐다는 보도다. 중앙일보 3월 16일자 4면에도 이와 관련된 보도가 있었다. 

방사능은 자연 상태에서도 존재한다. 미량의 경우 인체에 영향이 없다. 보통 병원에서 X선 촬영에서 쪼이게 되는 방사선량은 0.03~0.05mSv(밀리시버트=1000μSv) 정도다. 일반인은 1년간 보통 자연 상태에서 1mSv에 노출된다. 하지만 1000~2000mSv의 방사선을 쪼이면 구토 및 메스꺼움을 느끼며 8000mSv 이상이면 의식장애나 쇼크에 이르고 3만mSv를 넘으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하지만 개인별로 차이가 커 더 적은 양에도 이상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중앙일보, 2011년 3월 16일)

신문을 읽는 순간 본능적으로 ‘메스꺼움’에서 막혔다. 이 표현은 오타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지만, 이미 ‘치루고’라는 표현을 보고 나니 그렇지도 않았다. 이 기사에서 ‘메스꺼움’은 잘못이다. 이 단어를 사전에서 찾으려면 ‘매스껍다’라는 형용사를 찾아야 한다.

‘매스껍다’
1. 먹은 것이 되넘어 올 것같이 속이 울렁거리는 느낌이 있다.
- 차를 탔더니 멀미가 나서 속이 매스껍다.
2. 태도나 행동 따위가 비위에 거슬리게 아니꼽다.
- 벼슬을 좀 한다고 거들먹거리는 꼴이 매스꺼워 못 보겠다.

일부에서 잡음이 있기도 하지만, 이번 재앙에는 일본의 극단적 절제가 전 세계에 감탄을 일으키고 있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13일자 1면 전면을 일장기를 상징하는 흰 바탕에 빨간 원으로 채우고 영어와 일본어로 ‘힘내라 일본, 힘내라 도후쿠’라고 격려의 메시지를 담았다고 한다. 뉴옥 타임스에도 ‘더 큰 재앙 앞에서도 질서의식을 잃지 않는 일본인들에게 놀라움과 존경의 마음을 담아 보낸다’라는 글이 실렸다. 모두가 입을 모아 찬사를 보내고 있다. 이것이 일본의 저력이라고 말하기도 하고, 그것이 일본의 격과 이미지를 높이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처럼 언론은 세계인에게 꿈과 희망을 준다. 그만큼 언론의 역할이 크다는 의미도 있다. 언론이 이러한 큰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흠이 있어서는 안 된다. 특히 문법의 오류가 있으면 안 된다.

우리글 우리말을 지키는 것도 우리가 지켜야 할 문화다. 사실 앞의 오류는 일상생활에도 많이 나타난다. 언론 매체는 오류 지적에 대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그냥 지나친다. 언론 매체는 기사 내용에 오류가 있을 경우 정정 보도를 한다. 표기 오류에 대해서도 정정 보도하는 관행이 정착되었으면 한다. 언론이 오류에 대해 숨기려고 하는 것보다 스스로 정정하는 용기를 보인다면 더 성숙한 발전을 할 수 있다고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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