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7월부터 20인 미만 사업장에서도 주5일제가 실시된다. 2004년 주5일제가 법제화된 이후 마침내 전체 임금 근로자의 대다수가 주 40시간 근무제를 시행하게된 것이다. 공무원 역시 2005년 7월부터 주5일제를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학교는 지금처럼 주5일제 사각지대로 남게 되었다. 학교라 해서 다 그런 것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토요일 강의가 없는 대학교는 예외다. 유독 초·중·고만 월 2회의 ‘변태적’ 주5일제 근무를 하고 있는 것이다. 또 그렇게 해야 할 판이다. 거기엔 학부모 반대라는 ‘악재’가 스며 있다.
여기서 잠깐 지금 시행되고 있는 학교의 월 2회 토요휴무제 추진과정을 살펴보자. 2005년 3월부터 월 1회 토요휴무제가 실시되었다. 한 마디로 모두에게 부담주는 주5일제 수업이었다. 수업일수는 220일 그대로인 채 4번째 토요일 쉬니 그 시간(3~4시간)을 주중에 옮겨 채워야 했기 때문이다. 생일날 잘 먹자고 며칠씩 굶는, 아주 기형적인 주5일 수업이었던 것이다.
2006년 3월부터 월2회 토요휴무제로 확대되었다. 확대 실시전 공청회가 열렸다. 공청회에서 평가원 박순경 연구위원은 주5일 수업을 월 2회로 확대하기 위해서는 “연간 수업일수를 현행 220일에서 205일로 줄이고, 수업시간은 주당 1시간씩 감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대부분 학부모들은 월 2회 실시를 반대했다. 예컨대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모임’의 최미숙 대표는 “수업일수가 줄어들면 지금보다 학교 교육이 더욱 부실해질 것으로 우려되는데다 지역사회에 아이를 맡길만한 마땅한 곳이 없어 학원이나 과외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세계일보,2005.10.26)며 사교육비에 대한 부담이 더욱 가중될 것을 우려했다.
학부모들의 주장을 뒤집어 보면 쉬는 토요일 아이를 맡길 데가 없으니 학교에서 데리고 있으라는 얘기이다. 나아가 학력저하를 방지하고 사교육비 경감을 위해서라면 학교는 여름·겨울방학없이 1년 365일, 그야말로 풀가동하라는 말이나 다를 바 없다.
그러나 이제 학부모들의 그런 반대는 더 이상 설득력이 없다. 한국교총이 밝혔듯 “올 7월부터 30여 만 개 사업장에서 일하는 200여 만 명의 근로자가 새롭게 주5일 근무를 적용받게 된다면 이 주장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사회적 인프라 구축이 아직 미비하면 ‘공복’이어야 할 공무원들이나 기업체의 주5일 근무가 잘못된 것이다. 아직 뜸도 들이지 않은 밥을 그릇에 담는 잘못을 저질러놓고 유독 학교만 탁아소 역할을 하라니 말이 되지 않는다. 여건이야 어찌 됐든 국가시책으로 시행되는 주5일 근무제임을 간과해선 안된다.
오히려 주5일 수업은 주5일 근무제에 맞춰 월 4회 실시되어야 맞다. 주5일 수업을 하는 국가의 연간 수업일수는 일본 175, 캐나다·핀란드 190, 싱가폴 197일뿐인데도 그들은 우리보다 훨씬 잘 먹고 잘 사는 나라들이다. 수업일수 감축으로 인한 학력저하 운운은 맞지 않는 얘기인 셈이다.
당연히 우리 교원들이 그런 ‘변태’의 주5일 수업을 하자고 희망한 것은 아니다. 잘 먹고 잘 사는 나라들처럼 주5일 근무제를 실시할 여건이 성숙되어 있지도 않은데, 그걸 밀어붙인 것은 정부 당국이다. 그러기에 지금의 기형적인 주5일 수업을 견디고 있는게 아닌가!
그런데 올 7월부터도 안 된다고? 미안한 말이지만, 학력저하나 사교육비 부담은 오히려 잘못된 입시제도에 기인하는 ‘특수현상’이다. 학부모들의 무분별한 일류대 선호의식도 한몫 거들고 있음은 말할 필요조차 없다.
아주 기본적이거나 구조적으로 잘못되어 있는 사회의 모순을 왜 학교만 책임지라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주5일 근무제가 진정한 의미에서의 복지정책이라면 똑같은 국민인데, 하다못해 교과부나 교육청조차도 주5일제 근무를 하는데 왜 교원들만 그로부터 소외되어야 하는가?
3년씩이나 정년을 단축하고도 그에 맞는 신규교사 채용은커녕 교사 감축하기에 급급한 행태를 보여온 정부가 교원에게 해준 것이 뭐 있는지 묻고 싶다. 도대체 누가 이런 변태적인 주5일 수업을 실시하자고 했는지, 더 할 말이 없다.
그래도 한 마디만 더해야겠다. 분명한 사실은 주 5일 근무제가 그렇듯 주5일 수업도 복지 차원에서 접근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여가 생활과 충전의 새로운 활력이라는 주5일 근무제로 선진국 대열에 들어서는가 싶었는데, 학교의 월2회 주5일 수업은 그것이 착각임을 극명하게 환기시켜 주고 있음을 정녕 모른단 말인가!.
정부와 정치권은 7월부터 확대 시행되는 주5일 근무제에 맞춰 초·중·고에서도 정상적인 토요 휴무제가 이루어지도록 적극 나서길 바란다. 무엇보다도 자녀들이 지금처럼 월 2회만 휴무하면 죽도 밥도 아닌 변태적 주5일제가 됨을 깊이 명심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