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가 2년도 채 남지 않은 이명박정부는 교육을 장사 잘하여 많은 이익을 내는 ‘영업’쯤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 새 학기부터 초등학교 1·2학년, 중·고등학교 1학년들에게 적용된 ‘2009개정교육과정’(이하 개정교육과정)에 맞춰 학생지도를 해보니 절로 드는 생각이다
교과부 설명에 따르면 “하고 싶은 공부, 즐거운 학교가 될 수 있도록 학생의 지나친 학습부담은 감축하고 학습흥미를 유발”하기 위해 교육과정 개편이 이루어졌다. 실제로 고교의 경우 교과별 총이수 단위를 종전 210단위에서 204단위로 축소했다. 그런데 개정교육과정에 포함된 집중이수제를 떠올려보면 사정이 달라진다.
집중이수제란 말 그대로 한꺼번에 몰아 배우는 것이다. 3년에 걸쳐 연속적으로 공부해야 할 과목을 한 학기에 집중이수하고 2년 반 동안은 아예 잊어버리라는 ‘해괴한’ 제도인 셈이다. 주로 주당 1시간 정도인 음악·미술·도덕·한문 과목들이 그에 해당된다.
런 집중이수가 끝나면 이제 국·영·수 등 수능시험 과목 위주로 시간표가 짜여진다. 지·덕·체를 겸비한 전인교육과는 거리가 먼 ‘장사꾼’ 교육과정인 셈이다. 입시 성적을 위해 시·도육청 또는 학교 단위로 암암리에 실시되는 것을 막거나 예방해야 할 교과부가 그러긴커녕 아예 제도화시켜 놓았으니 그런 비극이 또 없다.
그래도 그것은 ‘국어, 16종 교과서시대’에 비하면 차라리 양반에 가깝다. 2010년부터 중1은 23종, 2011년 지금 고1은 16종, 중2는 15종의 국어교과서로 공부하게 되었다.
지난 정부에서 추진했던 ‘2007개정교육과정’에 따라 국정교과서에서 검정교과서로 바뀐 것이라해도 교과부가 밝힌 대로 학생들의 학습부담을 덜어줄지는 미지수다.
예컨대 고1의 경우를 보자. 학교마다 배우는 국어교과서가 다 다르다. 그 공부를 열심히 한다고 해서 수능 고득점이 된다는 보장이 없다. 결국 16종 교과서 내용이 망라된 학교 수업외 참고서나 문제집을 사서 보게 된다. 사교육비 증가를 정부가 스스로 예약해둔 셈이 아니고 무엇인가!
일부에선 권위주의 운운하며 국어과목 검정교과서 전환을 환영하는 모양이지만, 필자의 생각은 다르다. 가르치는 교사가 다르긴 하지만, 국어만큼은 전국적으로 통일된 내용과 체제로 공부시키는 것이 옳다고 본다.
시대착오적이게도 무슨 전체주의적 교육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국어는 그냥 가르치면 끝나는 것이 아니어서다. 우선 수능시험을 봐야 한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제대로 된 가치관, 건강한 국가관, 문화나 문학에 대한 심미안 등을 기르는데 있어 소정의 통일된 규격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왔어도 학생들은 국민이 되어선 획일적이거나 규격화되지 않은 나름의 다양한 생각을 펼쳐왔다. 하물며 16종 국어교과서로 전국이 짝 찢어져 수학(修學) 단계부터 각양각색이라면 그 중구난방을 어찌 감당할지 미래가 걱정된다.
국어교과서가 첨단을 달리는 유행에 민감할 필요는 없다. 다소 국수주의적 냄새를 풍기는 것을 보수적이라 책할 이유가 없다. 그 국민의 사상과 정서,문화시민으로서의 자긍심 등이 국어교육을 통해 이루어지고 생기는 것이라면 좀 자부심이 지나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