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개학해서 초등학교 1학년 처음 아이들을 만나면 한 동안 간단한 대화조차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아이들을 상대로 정규 수업을 진행하는데 많은 한계를 느꼈다. 아이들이 집중한 상태에서 수업을 진행한다는 것도 어렵고 앉아 있는 경우에도 학습활동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태반인데 이런 아이들을 위해서 성남시 검단초(교장 백승룡) 이혜진 선생님의 ‘놀이를 통해 만나는 재미난 세상을 맛보게’하는 특별한 교육방법 성공사례를 소개하니 1학년을 담당하는 분들은 많은 참고가 될 것이다.
문제가 되는 1학년은 기초학습능력과 기초학습태도가 전혀 형성되어 있지 않고, 어휘력은 유아수준이며, 신체발달이 느려 손가락조차 자신이 원하는 대로 펴거나 접지 못할 만큼 생각과 몸이 따로 노는 아이들이 많다. 아이들에게 주어진 교과서는 충분한 교재연구와 자료준비 없이 완벽한 목표에 도달하기가 힘들고, 아이들이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내용도 많다.
그리고 아이들이 배워나가는 속도에 비해 교과서의 수준은 너무 빨리 진행된다. 제 학년에 맞는 학력을 성취하지 못할 경우, 이후 학년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은 자명한 일이니 이를 아예 무시하고 아이들의 수준에만 맞춰서 수업을 진행할 수도 없다는 것이 문제를 더욱 어렵게 만든다.
처음에는 부족한 기초학력을 집중지도 해 보았으나 어떤 아이들은 오히려 흥미를 잃고 1대 1로 기초학습 지도를 받는 것 자체에 대한 마음의 부담스러움이 느껴졌다. 수업이나 그 외 활동에서 아이들의 대화와 생활을 관찰하던 중 우리 반 아이들은 인지적, 신체적, 정의적 영역 전체에 걸친 다양한 경험과 자극이 부족하여 학습의 흥미와 발달이 늦어지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좀더 흥미있고 활발한 학급생활이 되고, 학습능력도 이와 함께 발달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저런 고민과 탐색 끝에 찾은 해결책은 바로 ‘놀이’였다. 학교에서 교과 공부를 배우기 이전의 단계에서 아이들은 어떻게 세상을 배웠을까? 생각해보니 그 대답은 바로 놀이였다. 더구나 유치원까지도 아이들은 놀이의 방식으로 배워왔다. 따라서 1학년 아이들은 놀이가 아직 많이 필요한 수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제 나이에 맞는 놀이뿐만 아니라 그 이전에 이루어졌어야 할 놀이들이 여러 가지 이유로 누락되거나 충분하게 제공되지 못하면서 아이들을 만족시키거나 자극시켜주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은 발달을 더디게 만들뿐 아니라 자연스러운 욕구와 스트레스를 해소시켜 주지도 못했다. 그리고 그것이 만족되었다 하더라도 아직 초등 저학년에서는 고학년처럼 책상에 앉아 읽고 쓰는 식의 수업 자세는 맞지 않다는 생각도 들었다. 다시 말해 공부가 생활 속에서 좀 더 자연스럽고 즐겁게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다행히 1, 2학년에서는 아이들의 발달을 고려한 교과로 슬기로운 생활, 즐거운 생활등의 통합교과가 편성되어 있고, 활동위주의 수업형태가 가능하도록 구성되어 있으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여 본인은 놀이를 통해 아이들을 성장시키는 3가지 재미있는 활동을 아이들의 수준에 맞게 시도해 보았다.
첫째, 학습의 재미를 위해서는 감성놀이를 통해 재미있게 공부하기로 하고 손놀이, 동요부르기, 율동하기, 그림그리기, 만들기, 악기연주를 했다.
둘째, 몸의 재미를 위해서는 신체놀이를 통해서 몸을 성장시켜 보기로 하고 전통놀이, 음식만들기, 블록놀이, 공놀이, 풍선놀이, 볼링치기를 했다.
셋재, 생각의 재미를 위해서 도구 놀이를 통해 생각을 키워 보기로 하고 퍼즐, 할리갈리, 텀블링몽키, 우봉고, 젠가, 종이모형, 윷놀이, 종이비행기 놀이를 했다.
위와 같이 세 가지 재미있는 활동을 통해서 첫째, 호기심, 자신감 등의 정서발달이 이루어질 수 있었다.
- 놀이 속에서 갈등, 불안, 긴장들을 정화하고 보상받는 경험을 함으로써 과잉행동이나 불안, 짜증, 무기력과 같은 행동들이 많이 줄었다.
- 인간관계 속에서 자신의 정서를 표현하는 방법들을 조금씩 익히고 상대의 표현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
- 수업시간에도 스스럼없이 자신의 생각을 얘기할 수 있는 아이들이 늘었다.
둘째, 인지능력, 사고력, 판단력, 추리력, 통찰력, 기억력, 집중력 등의 지적능력이 향상 되었다. 학습속도가 빨라지고 수업시간에 집중하는 시간이 길어지며 기억력을 향상 시킬 수 있었다.
셋째, 사회적 기술, 협동, 규칙 준수하기, 평등, 이타심, 개방성, 자발성, 친화력, 자기 통제력 등의 사회성이 발달되었다.
- 자신의 주장을 내세우기 보다 규칙을 지키며 자신의 주장을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이 향상됨을 발견했다.
- 놀이를 하는 중간에 새로운 게임이나 방법을 스스로 제안하기도 하고 상대가 제안한 놀이방법을 수용할 줄도 알았다.
- 무조건 이기는 것이 즐거워서 놀이를 하는 것이 아니라 놀이하는 과정이 즐겁다는 것을 알고 즐기는 태도를 발견할 수 있었다.
- 상대의 의사를 무조건 따라가기 보다는 자신의 생각을 주장하기도 하며 타협을 할 줄도 아는 아이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넷째, 근력, 지구력, 유연성, 민첩성, 협응력, 균형감 등의 신체·운동기능이 향상 되엇다.
- 손 근육이 발달하면서 연필을 잡는 자세도 좋아지고 글씨도 많이 좋아지며 크레파스, 가위질, 풀칠 등의 도구를 활용하는 능력이 능숙해졌다.
- 손 놀이, 손가락셈, 율동을 할 때 손과 손가락을 다양한 형태로 움직이며 리듬이나 상황에 맞게 조절할 수 있게 되었다.
다섯재, 놀이를 통해 정서발달, 지적발달, 사회성발달, 신체․운동발달이 이루어지면서 학력이 향상 되었다.
- 발표에 두려움이 적어지고 발표의 내용이 구체적으로 변했다.
- 그리기나 만들기 활동에서 도구를 다루는 솜씨가 능숙해지면서 다양한 표현이 혼자서도 가능해지는 아이들이 많았다.
- 노래나 리듬에 맞는 율동을 스스로 창작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많이 줄어들고, 이를 신체로 표현하는 방법도 다양해지며 움직임도 유연해 짐을 발견 할 수 있었다.
- 책을 읽는 데 집중하는 시간이 길이지고 태도도 많이 좋아지며 내용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짐을 발견할 수 있었다.
- 어휘력이 향상되어 책의 내용을 이해하는 폭이 넓어지고 설명을 할 때도 경험한 상황과 연결지어 생각해 보는 능력이 생기는 것을 알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