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이다. 우리는 이 말을 오랫동안 너나 없이 하나의 진리로 여기며 살아 왔다. 아마도 일하거나 노력하는 만큼 보상을 받고, 아무리 공짜라 할망정 소정의 대가나 조건, 심지어 심각한 부작용이나 치명적 후유증이 따르기에 그랬을 것이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지금 교육 현장엔 ‘공짜 천지’다. 초등학교 급식과 학용품, 중학교 학교운영지원비(옛 육성회비), 전문계고 신입생 수업료 등이 그렇다. 공짜가 대세인 그런 흐름에도 불구하고 이상한 것은 유독 무상급식 문제만 시끄러운 파열음을 내고 있다는 점이다.
보도에 따르면 3월 새 학기와 더불어 전국 초등학교에서 무상급식이 실시되고 있다. 중학생까지 실시하는 지자체는 충북 한 곳 뿐이다. 초등학교 무상급식의 경우 각양각색, 들쭉날쭉이다. 가령 서울시의 경우 25개 자치구 가운데 21개 지역은 1~4학년, 나머지 4개 구는 1~3학년만 무상급식을 하는 식이다.
인간의 생명을 위협하는 먹는 것으로 장난치는 범죄에 대해선 엄혹한 처벌이 있어야 한다는게 평소 지론이다. 그런 범죄까지는 아닐지 몰라도 같은 서울, 동급생인데도 그런 차별이 생긴 이유는 먹는 것 가지고 어른들이 장난을 치고 있기 때문이다. ‘망국적 포퓰리즘’ 대 ‘보편적 복지’가 그것이다.
급기야 ‘전면 무상급식반대 주민투표 실시’를 위한 주민청구가 시작되었다. 서울 지역 유권자의 5%(약 42만 명)의 서명이 있으면 주민투표에 회부할 수 있다. 유권자 3분의 1이상이 투표를 하고 그중 과반수가 찬성하면 전면 무상급식은 없었던 일이 된다.
이에 반해 ‘친환경무상급식 풀뿌리국민연대’와 시민단체, 야 4당 대표들은 무상급식 실시 첫 날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들은 “오늘은 지난 해 6․2지방선거 때 국민의 큰 성원을 받았던 ‘친환경 무상급식’이 전국 곳곳에서 실시되는 기념비적인 날”이라며 올해를 ‘친환경무상급식 원년의 해’로 선포했다.
여야간 정쟁에 휩싸일 생각은 추호도 없지만, 전국적으로 들쭉날쭉인 차별에 알게 모르게 박탈감이나 위화감을 느끼고 있을 학생 및 학부모들을 생각해보면 안타까운 일이다. 뭘 먹을 때는 개도 건드리지 않는다는 속담마저 떠오른다. 진짜 정치권이 아이들 먹는 급식문제로 그렇게 치고받아야 하는지, 절로 한숨이 터져 나오기도 한다.
그런데 그들의 다툼에는 한 가지 의문이 스며든다. 과연 학생들에게 밥을 공짜로 주는 것이 복지인지, 만약 복지라면 그만큼 대한민국이 그럴만한 나라가 되었는지 하는 의문이 그것이다. 의무교육인 만큼 그렇게 가야 맞지만, 집권 여당의 반대로 보아선 아직 그럴 때는 아닌 것 같다.
그 점은 ‘변태적’ 주 5일 근무제를 시행하는 학교현장에서도 증명된다. 저소득층 및 맞벌이 자녀들 문제 때문 전면적 주 5일 수업이 실시되지 못하는 학교의 나라에서 무상급식만 가지고 시끌벅적하는 것은 아무래도 어색한 일이다. 누가 보아도 이상한 일이다.
그것보다 더 어색하고 이상한 일은 전문계고 1학년들의 공짜 수업료다. 3학년들의 학기 중 입사 등 취업률 제고를 독려하면서도 인문계고와 똑같은 시험지로 수능모의고사를 치르는, 이 기이한 현실을 타파하고 개선하는 일이 돈 몇 푼 쥐어주는 것보다 더 나은 ‘전문계고 복지’일 터이다.
벌써 오래전 일이다. 학교예산으로만 교지를 제작해 학생들에게 나눠주었다. 학생들은 교지를 화장실에 버리는 등 ‘주인의식’이 별로였다. 바로 공짜였기 때문이다. ‘내 것’이란 인식과 참여정신을 갖게 하고자 일반고의 절반도 안 되는 소액 납부로 전환한 바 있다. 물론 학교운영위원회 심의를 통해서였다.
공짜란 원래 그런 것이다. 그것이 국민 혈세로 이루어진 재원이라면 당연히 엄청난 낭비인 셈이다. 배고픈 자에게 밥을 주면 당장 끼니는 때울 수 있지만, 자립은 그만큼 멀어지거나 어려워진다.
공짜 수업료도 마찬가지다. 이미 오래전부터 공짜인 8․9교시, 이른바 방과후학교 수업도 예외가 아니다. 그들이 가난을 털고 장차 뻗어나갈 환경과 기반 구축을 해나가야 한다. 말할 나위 없이 그것이 국가의 책무요 몫이다.
무상급식 논란에서 보듯 전문계고 보내는 학생 집이라해서 다 가난한 것은 아니다. 대입에서의 이점 등 일부러 전문계고 입학이 늘어나는 추세다. 극단적인 예로 이건희 삼성그룹 총수의 손자가 전문계고 1학년이라면 국가가 그에게 국민 혈세로 1년 동안 140~50만 원을 보태주는 셈이 된다.
그런데도 민주당 등 야당은 물론이고 시민단체들조차 공짜 수업료에 대해선 입 한번 뻥긋하지 않고 있으니 그 또한 이상한 일이다. ‘망국적 포퓰리즘’이니 ‘보편적 복지’니 하며 왜 무상급식 문제만 가지고 시끄럽게 하는지 모를 이유이기도 하다. 공짜로 막 퍼주는 것이 진정한 복지는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