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환 전북도교육감의 선거공약이기도 했던 ‘교사잡무 제로구현’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학교에 ‘사무위임․전결규정’이 시달된 것. 예컨대 30만 원 미만이면 그전 교장에서 교감까지만 결재받으면 되는 식이다.
원로교사(만 55세 이상)지만, 문예지도를 하고 있는 나로서도 반갑고 환영할만한 일이다. 한편으론 문인의 한 사람이기도 해 그런 일들을 아직까지는 의욕이 넘쳐나게 하고 있어 그렇다.
그런데 그런 일들을 아예 그만 둬버릴까 하는 유혹이 불쑥 치밀곤 한다. 소위 ‘임시전도’ 때문이다. 임시전도란 학생들의 백일장 참가여비를 교사에게 임시로 지급해주고, 다녀온 후 영수증을 첨부하여 정산하는 행정 절차를 말한다.
물론 국민의 세금으로 조성된 학교예산을 쓰는데 한치의 빈틈이나 소홀함이 있어선 안 될 것이다. 쓴 돈에 대한 영수증 첨부 등도 당연한 일이긴 하지만, 거기엔 시대에 맞지 않는 구태의연하고 행정편의주의적인 발상이 깔려 있음을 간과할 수 없다.
문제는 그런 임시전도말고 여비정산 방법이 있는데도 무슨 이유인지 그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학생들에게 여비를 직접 주고 도장을 받아 처리하는 방식이 그것이다. 그것은 내가 20년 넘게 백일장을 인솔하면서 본 학생여비지급 방식이기도 하다.
나는 일개 교사라 회계법에 대해선 잘 모른다. 학생여비 지출방식에 그 두 가지가 있는지, 아니면 임시전도가 적법한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분명한 사실이 있다. 그런 행정편의주의가 교사의 잡무가중은 물론 의욕을 꺾어 결국 학생들 ‘피해’로 고스란히 이어진다는 점이다.
작년부터인가, 그나마 행정편의주의는 극에 달한 느낌이다. 어찌된 일인지 임시전도의 학생여비가 교사 계좌로 입금되고 있어서다. 이는 교사가 자기 통장에서 인출하여 학생들에게 백 원 단위까지 일일이 나눠주라는 말이다.
학교회계의 투명성 어쩌고 하는데, 도대체 그 동안 얼마나 해먹었길래 기만 원의 학생 백일장 여비까지 계좌입금인지 분통터질 노릇이다. 그러고도 교사 업무 경감 운운해도 되는지 묻고 싶다. 그렇게 대한민국의 교사들이 한가하거나 할 일 없는 줄 안다면 그것처럼 큰 착각도 없을 것이다.
임시전도가 적법하다해도 문제는 남는다. 학생 교육활동에 드는 여비인데도 정작 수업료 납부와 함께 일정한 권리가 생기는 학생들 입장에선 전혀 모르는 예산(교수학습활동비)이 지출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임시전도는 교육의 한 주체인 학생들에게 여비를 직접 못줄 이유가 없는데도, 어른들끼리 ‘은밀하게’ 처리해버리는 지출방식인 셈이다.
학교운영위원회의에 학생대표까지 참여시킨다는 세상인데, 왜 학생들이 본인의 학교외 교육활동 경비를 직접 수령할 수 없는지 나로선 이해할 수 없다. 전국의 많은 교사들이 백일장 등 이런저런 대회참가 학생들에 대한 지도의욕을 잃고 아예 손을 뗀다면 그 책임은 누가 져야 하는가?
우선 나부터 교사를 한없이 초라하고 번거롭게 만드는 지금과 같은 임시전도에 계좌입금 방식의 여비지급이라면 학생 인솔을 하고 싶지 않다. 당국은 하루속히 개선책을 마련, 교사들이 학생지도에만 전념할 수 있게 해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