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목 '세상의 헛소리를 간파하는 77가지 방법'이란 안내처럼 저자는 방송이나 신문, 잡지 등 언론에 소개된 발언들을 대상으로 우리 실생활의 그럴 듯하지만 논리적이지 못한 말들을 골라 조목조목 '이러이러하니 이렇다 라는 이론은 실상 가짜 논리’임을 주장하고 있다.
처음 딱딱한 책제목과 표지디자인만 보고 차일피일 읽기를 미루기만 했는데, 읽어보니 글도 간단간단하고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게 거의 쉬운 말과 명쾌한 해설로 저자의 '논리'에 빠져들게 되었다.
살인은 했지만, 살인자는 아니다라는 글은 정의의 축소(High redefinition)라는 부제목이 있고 “나는 음주운전자가 아니다. 어쩌다 한 번 그랬을 뿐이다”라는 유명 요리사의 말도 인용한다. 또 아내를 살해한 자가 법정에서 “나는 살인자가 아닙니다. 그냥 어쩌다 한 번 그랬을 뿐입니다”라는 주장도 함께 소개하며 살인자나 정복자, 발견자, 또는 방문자는 한 번으로 족한데도 의미를 너무 축소한 나머지 자신에게 적용되지 않을 만큼 협의의 뜻으로 바꿔버린 이런 논리- ‘정의의 축소’ 재미 있지 않은가?
'우유는 송아지가 먹어야지', '부모가 죄인이면 자식도 죄인인가?', '걱정도 팔자', '거짓말과 새빨간 거짓말', '커피 관장으로 암을 관장한다', '입에 침이나 바르시죠' 등 제목들이 모두 흥미롭다. 각 제목 아래에 지적할 문장을 인용한 다음 논리적 비판을 한다. 그 아래에 같이 읽으면 도움 될 글들을 가려 '함께 읽기'란 제목으로 같은 책 글 한두 편씩 권한다.
책 소개 글에서 ‘논증의 실천적인 무게감을 느끼게 해줄 비판의 향연’이라고 썼다. 또 서문에서 밝혔듯이 각 장(章)을 마무리하는 끝부분에는 책을 내려놓은 후에라도 내용을 곱씹어볼 수 있게 해줄 일종의 연습문제를 정리해 놓았다. 논술 준비하는 학생들이 읽어도 좋을 듯하다. 또 책의 맨 끝부분엔 하나하나 제목에 쓰인 글들에 대한 인용 글 출처 112가지를 친절히 적어놓고 있다. 두렵고 ‘…앞에만 서면 나는 왜 작아지는가?’ 싶은 ‘논리’에 대해 한 수 배운 느낌이다.
<가짜논리, 줄리언 바지니 지음, 강수정 옮김, 한겨레출판(주) 발행, 초판 3쇄 2011. 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