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아침에 SBS에서 방영하는 도전 1000곡을 본다. 여기서는 평상시 볼 수 없었던 연예인들의 모습이 생생하게 전해온다. 우선 가수들의 노래 실력이 그대로 드러난다. 지난 10일에도 유리라는 가수가 가창력을 뽐내 네이버 검색 순위 1위에 올랐다. 그리고 이 프로그램에서는 가수는 물론 연기자 혹은 운동선수까지 나와서 노래와 함께 숨은 장기를 보여준다. 이 날도 연기자 송채환과 선우재덕은 노래와 함께 입담을 과시했다.
그런데 송채환이 ‘님과 함께’라는 노래를 하는데 ‘멋쟁이 높은 빌딩 으시대지만’이라고 하고 자막도 이렇게 처리했다. 하지만 ‘으시대다’는 사전에 없는 말이다. 표준어는 ‘으스대다’이다.
‘으스대다’
어울리지 아니하게 우쭐거리며 뽐내다.
- 그는 돈을 많이 벌자 동창회에 나타나 으스대곤 했다.
- 그는 국회의원에 당선 되고, 으스대며 고향을 찾았다.
‘으스대다’를 ‘으시대다’라고 표기하는 데는 발음이 어렵기 때문이다. 한 단어 안에 평음 ‘ㅡ’가 연속된 경우는 거의 없다. 또한 평음 ‘ㅡ’보다는 전설모음 ‘ㅣ’가 발음하기 편하다보니 이렇게 된다.
평음 ‘ㅡ’를 전설모음 ‘ㅣ’로 발음하는 것은 전통적으로 있는 현상이다. 이를 전설모음화라고 하는데 ‘즛>짓, 거츨다>거칠다, 나즉하다>나직하다, 즐다>질다, 오증어>오징어, 이즈러지다 >이지러지다’와 같이 우리말에서 광범위하게 일어났다. ‘으스스’, ‘부스스’도 마찬가지다.
‘으스스’는
차거나 싫은 것이 몸에 닿았을 때 크게 소름이 돋는 모양.
- 눈을 맞고 나니 몸이 젖어 으스스 한기를 느낀다.
‘부스스’
1. 머리카락이나 털 따위가 몹시 어지럽게 일어나거나 흐트러져 있는 모양.
- 부스스 흐트러진 머리를 하고 잠옷을 입은 채로 나왔다.
2. 누웠거나 앉았다가 느리게 슬그머니 일어나는 모양.
- 잠자리에서 부스스 일어나다.
3. 부스러기 따위가 어지럽게 흩어지는 소리. 또는 그 모양.
- 방문이 부스스 열리다.
우리말에는 미세한 음운의 차이로 의미가 달라진다. 특히 사물의 성질이나 상태를 나타내는 형용사는 모음의 차이로 어감이 다른 것이 우리말의 특징이다. 하지만 ‘으스대다(으스스), 부스스’는 모음의 잘못된 발음과 표기가 바로 실수가 된다. 사전을 활용하거나 바르게 쓰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참고로 ‘스라소니’와 ‘시라소니’는 다르다. 먼저 사전에 있는 말은 ‘스라소니’다.
‘스라소니’
고양잇과의 동물. 살쾡이와 비슷한데 몸의 길이는 1미터 정도이며, 잿빛을 띤 적갈색 또는 잿빛을 띤 갈색에 짙은 반점이 있다. 앞발보다 뒷발이 길고 귀가 크고 뾰족하다. 토끼, 노루, 영양 따위를 잡아먹는데 나무를 잘 타고 헤엄을 잘 친다. 깊은 삼림에 사는데 한국 북부, 몽골, 러시아 시베리아·사할린, 중국, 중앙아시아, 북아메리카, 알프스 이북의 유럽 등지에 분포한다. ≒만연03(獌狿)·추만03(貙獌)·토표01(土豹).
‘시라소니’는 ‘스라소니’의 북한어다. 조선 주먹의 패왕으로 일세를 풍미한 협객 시라소니라는 인물이 있는데, 이는 아마도 동물인 ‘스라소니’의 용맹성을 흉내 내려고 이름을 이렇게 지은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