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용하는 언어는 단순한 의사소통 수단을 넘어 국가의 정체성과 역사 그리고 문화를 구성하는 요소다. 따라서 국어를 바르게 사용하는 것은 우리의 문화유산을 가꾸고 지켜 나가는 것과 통한다. 그런데 주변의 상황은 그렇지 않다. 참 부끄러울 때가 많다. 여름에 음식점에서 냉면을 팔기 시작했다. ‘개시’를 엉터리로 표기했다. 여기서 ‘개시(開始)’는 한자어로 행동이나 일 따위를 시작한다는 뜻이다. 더 설명을 붙이면,
‘개시(開始)’
행동이나 일 따위를 시작함.
- 공격 개시
- 행동 개시
이는 ‘개시되다(조사가 개시되다/협상이 개시되다)’로 쓰고, ‘개시하다(공격을 개시하다/사업을 개시하다/작전을 개시하다)’라는 동사로도 활용한다. ‘개시’는 ‘시’의 의미대로 ‘시작한다’는 뜻이 있다. 이에 대한 반의어는 ‘종료하다’와 ‘종료되다’이다.
참고로 ‘개시(開市)’라는 단어도 많이 쓴다.
‘개시(開市)’
1. 시장을 처음 열어 물건의 매매를 시작함.
- 개시 무역.
2. 하루 중 처음으로, 또는 가게 문을 연 뒤 처음으로 이루어지는 거래.
- 개시니까 싸게 드리겠습니다.
- 개시도 안 한 술집에서 웬 행패냐고 주모가 소리쳤다.
여기서도 ‘시’의 의미를 새기면 뜻을 쉽게 풀어갈 수 있다. 14일 일부 신문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박지성이 2011~2012 시즌 개막을 앞두고 열린 프리시즌 첫 경기에서 마수걸이 골을 성공시켰다’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장사꾼들이 물건을 처음 팔았을 때 ‘마수걸이’라는 표현을 쓰는데, ‘개시(開市)’했다는 표현과 동의어다. 이 역시 ‘개시하다’라는 동사로 ‘마을 경내로 편입되는 읍내에는 초하루에 개시하는 장이 있었다’ 혹은 ‘아직 개시하지도 못했는데 물건을 바꿔 달라다니’ 등으로 사용한다.
내가 사는 곳 주변에 옷을 수선해 주는 집이 있다. 아주머니의 솜씨가 좋기로 소문이 나있다. 나는 새 옷을 살 때마다 바지를 줄여 입어 이곳을 자주 간다. 그런데 간판이 마음이 걸린다.
‘매무새’
옷, 머리 따위를 수습하여 입거나 손질한 모양새.
- 양반 매무새
- 매무새가 흐트러지다.
- 몸 매무새가 단정하다.
옷 수선 집에 맞게 그럴듯한 간판을 걸었는데, 맞춤법이 틀린 것이 가슴 아팠다.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였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우리말과 글을 올바르고 아름답게 쓰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평소에 우리는 무심코 말하지만 그 말이 잘못된 어법인지 모르고 있다. 더욱 틀린 언어 사용에 대해서도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이렇게 되면 그 피해는 결국 우리가 떠안게 된다. 국어사용에 대한 규정도 우리가 지켜야 할 약속이다. 잘못된 언어 사용은 의미 전달의 혼란을 불러오고, 마침내는 우리의 민족 문화 유산인 한글의 운명도 기울게 된다. 우리는 언어 사용의 주체자이면서 동시에 우리말을 갈고 다듬어야 할 운명도 지니고 있다. 최근 환경오염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고 이에 대한 대비를 하고 있다. 우리말에 대한 노력도 이와 같았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