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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박완서문학마을, 크게 멀리 봐야

언론보도(동아일보, 2011.8.6)에 따르면 경기 구리시가 추진하려던 ‘박완서문학마을’을 중단하기로 했단다. 유족들의 “고인은 보통 사람으로 살고 책으로만 기억되고 싶어했다”는 뜻을 구리시가 받아들인 결정이다.

구리시는 지난 4월 故 박완서 기념사업 추진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고인이 1998년부터 2011년 1월 22일 별세할 때까지 13년 동안 살았던 아차산 자락의 아치울 마을을 ‘박완서문학마을’로 조성하려 했던 것.

‘구리시행정기구 및 정원조례 시행규칙’을 개정 기념사업 전담팀까지 꾸린 구리시의 계획은 꽤 구체적이다. 문학관, 문학공원, 문학비에 이어 고인이 생전 작품을 구상하여 산책하던 코스를 ‘문학둘레길’로 만들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박완서문학마을 중단은, 그러나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 장녀이자 수필가인 호원숙은 “어머니가 살아 계실 때도 원하지 않은 일”이라고 밝혔지만, 일단 그것은 맞는 얘기다. 살아서 문학관 따위를 갖는 건 구설에 오르내르기 십상이어서다.

하지만 사후라면 사정이 다르다. 평범한 개인이라면 말할 필요조차 없지만, 박완서는 ‘한국문학의 큰 별’로 평가된다. 그에 대한 추모와,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한국문학 속 박완서를 알리는 일은 우리 살아있는 자들 몫이요 의무이다.

박완서문학마을은 박완서의 한국문학 속 위상만큼 세계적으로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을 알리는 첫 걸음이기도 하다. 전국에 산재한 많은 문학관들의 존재가치가 거기에 있지 않은가? ‘가문의 영광’을 위해서가 아니라 빛나는 한국문학, 나아가 문화유산을 보존하고 전수하는 일에 고인이 지녔던 ‘생전의 겸손함’만 내세워선 안 될 것이다.

그것은 좀 심하게 말하면 개인주의, 문학으로 많은 사람들을 울리고 웃긴 공인(公人)으로 가져선 안될 개인주의이거나 ‘나만 아는’ 이기주의일 수 있다. 유족들이 협조하기로 했다는 고인의 집에 찾아오는 교육프로그램과 구리시 인창도서관의 ‘박완서자료실’ 운영만으로는 부족하다. 크게 멀리 봐야 한다.

사실은 법정스님의 유언에 따른 ‘무소유’ 등 저서 절판도 온당해 보이지 않는다. 그냥 일개 스님이라면 그가 어떻게 하든 할 말 없지만, 수필가 법정은 공인이다. 공인이 무엇인가? 공익을 위해 생사조차 제 맘대로 할 수 없는 사람이다. 그야말로 무소유 그대로 가더라도 뒷 일은 살아 있는 자들에게 맡겨야 하는게 아닐까!

법정은 ‘무소유’ 등 그의 책들을 ‘그 동안 풀어놓은 말빚’이라 했다. 그렇다면 그것에 열광하면서 사색하고, 깨닫고 감동한 많은 중생은 도대체 뭐란 말인가? 절판 유언이야말로 무소유가 아니겠기에 박완서문학마을 중단 소식은 비보처럼 여겨진다. 박완서문학마을, 크게 멀리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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