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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툭하면 발표연기, 공모전이 애들 장난인가

고교에서 문예지도를 하고 있는 교사이다. ‘원로교사’지만, 내가 글쓰기 지도를 하고 있는 것은 제자들의 우일신하는 모습이 즐거워서다. 또 상을 받고 기뻐하는 제자들 모습이 교사로서의 보람을 갖게 해주어서다.

그런데 제자들을 실망시키는 공모전이 있어 펜을 들었다. 지난 상반기 영산강유역환경청이 주최한 ‘제9회영산강‧섬진강사랑 환경작품공모전’ 등 제때 입상자를 발표하지 않아 학생들을 실망시킨 경우가 있었던 것.

개선되길 간절히 바랐지만, 하반기 들어서도 그런 일이 계속되고 있다. 가령 제천녹색세상이 주최한 ‘제7회전국자연사랑 생명사랑 시 공모전’의 경우 처음 발표한다던 약속을 한 번도 아니고 무려 두 번이나 미루었다.

나로선 무슨 말못할 주최측 사정인지 알 수는 없다. 다만, 과연 전국대회를 치를 역량이 있는 단체인지 의구심을 갖게 하기에 충분한 진행인 것은 분명하다. 앞의 두 대회는 공교롭게도 모두 최고상이 환경부장관상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그걸 보면 환경부 산하 단체이거나 정부로부터 예산지원을 받는 환경단체들로 환경관련 행사를 치르는 것이라 짐작된다. 그들 단체의 존재가치를 폄훼할 생각은 추호도 없지만, 국민 세금으로 하는 공모전을 그리 진행해선 안될 것이다.

환경을 살리겠다며 관련 단체에서 공모전이나 백일장을 하는 것은 당연히 좋은 일이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이 있음을 명심했으면 한다. 내게 “왜 발표하지 않느냐”며 따지듯 묻는 제자가 있기도 했지만, 어린 학생들이 대놓고 표현을 안해서 그렇지 모두 느끼긴 한다는 사실이다. 

그동안 주최(주관)측 홈페이지를 수없이 방문하는 등 시간낭비가 심했음은 물론이다. 학생들에게 ‘쪽팔릴’ 일도 그렇지만, 불신마저 심어준다면 많은 돈을 들여가며 굳이 그런 공모전을 할 이유가 없는게 아닌가? 

대학 주최 공모전이라 해서 매끄러운 진행이냐하면 그렇지 않다. 숭의여자대학은 ‘전국여고생문예작품현상공모’를 해놓고, 심사결과는 발표일 당시 어디에도 발표하지 않았다. ‘입상자 개별통보’였기 때문이다.

이 방식은 ‘음모’ 의혹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홈페이지 발표와 개별통보사이엔 응모자 전원을 포함한 모든 이들과, 수상자와 주최측 단 둘이만 아는 것이라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도대체 무엇이 캥겨 대학측은 수상자를 만천하에 공개하지 못하는 것인가? 

충주대학교의 ‘국원문학상’은 또 다른 ‘나쁜’ 경우다. 작품응모시 출력 원본과 CD를 함께 제출하라고 해서다. 수상작 선정후 필요하면 제출하라 해도 될 일이다. 그런 행정편의주의는 일단 학생들을 번거롭게 한다. 무엇보다도 고작 시 5편만 들어있는 멀쩡한 CD를 버리게 되는 등 낭비가 문제다.

성인을 대상으로 한 공모전도 예외가 아니다. 서비스마케팅학회와 동아일보가 주최한 ‘2011국민행복캠페인’은 중앙지 5단 통광고까지 내놓고 당초 발표일보다 10일, ‘제2회 대구일보경북문화체험 전국수필대전’은 9일씩이나 늦게 발표했다. 그런데 ‘전국수필대전’의 경우 발표일이 추석날이었다. 온국민이 다 쉬는 날 발표라니, 도대체 ‘개념’이 있는 대회인지 의아스럽다.

공모전에서 이해되지 않는 것이 하나 더 있다. 1등과 2등의 편차가 너무 큰 상금이 그것이다. 예컨대 10월 16일 마감인 ‘롯데백화점에서 생긴 당신의 행복한 추억’ 공모전을 보자. 1등이 300만 원(상품권)인 데 반해 2등은 고작 50만 원이다.

대개 1등과 2등의 작품수준이 ‘깻잎 한 장 차이’인 경우가 많은 점을 고려치 않은 ‘개념없는’ 상금책정이라 할만하다. 그것이 아무리 주최측 마음이라하더라도 상식적으로 일반이 납득할 수 있는 공모전이라야 미덥게 느껴진다. 좋은 이미지 제고의 홍보 극대화를 노린 공모전이라면 더욱 그렇다.

앞으로도 공모전 심사결과 발표가 많이 있을 예정이다. 주최측은 툭하면 발표연기 따위 공신력 잃는 행태에서 벗어나기 바란다. 기획 단계에서부터 충분히 검토하여 좋은 일 하며 욕얻어 먹는 공모전이 되지 않았으면 한다. 국민과의 약속이나 다름없는 무릇 공모전이 애들 장난은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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