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내 글이 국어 교과서에 실렸다는 사실을 접했다. 새 교과서가 발행되었다는 보도에 무슨 글이 실렸는지 궁금했다. 인터넷에 교과서 글 목록을 보는데 내 이름이 있다. 처음에는 이름이 같은 국어학자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글의 제목이 낯익었다. 절치를 밟아 확인하고 놀랐다. 흥분이 되고, 기뻤다. 상상도 못한 일이 현실로 나타났다. 개인적으로 영광스러웠다. 여기저기 자랑도 하고 다녔다. 고등학교 교사로서 국어교과서에 두 편의 글이 실렸다며 지역 신문에 기사화되기도 했다.
이 사실이 주변에 알려지면서 축하 인사도 많이 받았다. 지인들은 부럽다는 인사도 많이 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의 질문이 돈으로 갔다. 즉 저작권료를 얼마나 받는지 궁금해 한다. 일부는 많이 받았을 것이라는 상상을 한다.
저작권료를 제법 많이 받을 것이라는 상상은 나도 마찬가지였다. 언론에 발표되는 것을 보면, 수필가 피천득, 소설가 황순원, 소설가 박경리 등이 수백만 원씩 받았다고 했다. 최근 자료에는 소설가 주요섭은 ‘사랑손님과 어머니’로 7백만 원을 넘게 받았고, 소설가 이청준도 ‘눈길’로 630만원을 받았다고 했다.
위의 쟁쟁한 작가와 비교할 수는 없지만, 교과서에 실렸으니 내심 기대를 했다. 언론에 발표되는 저작권에 대한 기사를 봐도 적은 액수는 아닐 것이라고 기대했다. 게다가 작년에 내 글이 교육방송(EBS) 고등학교 교재에도 실렸는데, 여기서는 저작권료를 제법 만족하게 받은 편이었다. 그래서 교과서는 더하면 더 했지 덜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결과는 참담했다. 말하기 부끄러울 정도다. 통장 입금액이 만원도 안 된다. 순간 믿지 못하고 확인 전화까지 했다. 너무 실망이 컸다. 굴욕적인 대우를 받느니 차라리 내 글을 교과서에서 빼고 싶다는 마음도 먹었다.
전화로 타고 오는 규정은 냉정했다. 우선 내 글은 어문저작물로 산문이다. 산문의 보상 기준은 200자 원고지 1매 당 750원이다. 그리고 최저 1만부를 초과하면 발행 부수에 비례해 지급하지만 그 이하는 이것이 전부라고 한다.
내 글이 한 편은 200자 원고지 9매고, 한 편은 6매다. 그리고 2010년도 국어교과서가 국정에서 검정으로 바뀌면서 23종이나 된다. 이런 상황에서 만 부가 넘는 것이 쉽지 않나보다. 위에 제시한 저작권료 요율에 따라 산정이 되었기 때문에 액수가 정확하다는 답변이다.
순간 소설가 김영하가 자신의 소설이 교과서에 실리는 것을 반대한 적이 있다는 기사가 떠올랐다. 그는 교과서에 소설 전문이 실리지 않아 글이 실리는 것을 반대했다. 수록될 때 일부만 실려 작가가 추구했던 내적 완결성이 사라진다는 이유에서다. 그리고 그것을 바탕으로 문제집과 자습서가 만들어지면서 입시 교육의 도구가 되고 마는 것도 슬프다고 했다.
이 문제에 대해 소설가는 법에 호소하기도 했지만, 소용없는 몸부림이었다. 교과서 수록은 저작권법 제25조에 따라 학교 교육의 목적으로 사용 시 저작권자의 허가를 받지 않아도 사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소설가 김영하의 이야기는 보통 사람은 이해하지 못한다. 교과서에 실리면 이름도 나고 영광이라고 여긴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작품이 난도질당하는 아픔이 더 컸던 모양이다. 자식 같은 작품을 훼손당하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이 경우와 조금 다르지만 지금 이 마당에는 나도 교과서에 글이 실리는 것을 반대하고 싶다. 저작권료 청구를 위해 신탁서와 통장 사본 등의 서류를 등기로 보내고 달랑 몇 천원을 받으니까 울화가 치민다. 교과서에 내 글이 실리는 순간에는 글이 좋다는 평가를 받았다는 느낌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부끄러운 저작권료로 내 글이 천대받았다는 생각뿐이다.
내가 교육방송으로부터 충분한 저작권료를 받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돈 때문만이 아니다. 해당 기관은 교육 목적을 위해 내 글을 실었다고 정중하게 양해를 구했다. 사전 양해를 구해야하지만, 그렇게 못하고 있는 것을 이해해 달라는 부탁이었다. 그리고 법무팀이라는 곳에서 조심스럽게 저작권료 지불에 대한 안내했다. 이 과정에서 나는 돈에 끌린 것이 아니라 내 글이 후한 대접을 받았다는데 만족했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교과서 수록은 학교 교육의 목적으로 사용되기 때문에 거부할 수 없는 문제다. 그렇다면 그에 준하는 대우는 있어야 한다. 자존심은 다치지 않게 해야 한다. 보도에 의하면 정부가 저작권법을 강화하면서 국민에 대한 처벌과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그에 따라 저작권자의 권리를 위해서도 노력해야 한다.
교과서에 실리는 글의 저작권료를 다시 산정할 필요가 있다. 창작물을 실을 때 최소한의 금액을 산정해 놓아야 한다. 교과서에 글이 실려 오히려 굴욕적인 저작권료를 받는 일은 없어야 한다. 특례 규정을 두어 일단 글을 실을 때는 일정 금액을 지불하는 방법도 있다. 예산이 문제라면 차라리 명예라도 세워주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교과서에 글을 싣도록 허락해줘 감사하다는 증서 한 장이 더 부끄럽지 않을까 한다. 어린아이 과자 값도 안 되는 돈을 지불하느냐 행정력을 낭비하지 말고 좋은 방안을 생각해 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