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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욕설에 멍든 교실', 학생만의 잘못일까

교사의 한 사람으로서 “학생들이 1시간에 49번, 75초에 한 번씩 욕을 한 셈이다”는 ‘욕설에 멍든 교실’ 신문기사를 읽는 내내 마음이 편치 않았다. 자괴감까지 들게 하는 기사였다.

실제로 여학교나 여학생들까지도 욕설이 난무하고 있음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더욱 심각한 것은 학생들이 옆에 교사가 있는데도 거침없이 욕을 해대고 있다는 점이다. 그만큼 욕설이 무의식적으로 생활화되어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나로선 “유난히 상처와 스트레스가 많은 청소년기의 가정교육과 공교육이 모두 망가진 결과”라커니 “폭력을 미화하는 대중 미디어의 영향” 따위 욕설이 일상화된 배경에 대한 전문가들 의견에 선뜻 동의할 수 없다. 

조정래 대하소설 ‘아리랑’과 ‘태백산맥’ 등에는 욕설이 많이 나온다. 작가도 지문에서 말하고 있지만, 그러나 그것은 단순한 욕설이 아니다. 주로 불특정 다수의 민중이나 배움이 짧은 피지배계층들이 구사하는 욕설은 있는(가진) 자들에게 모든 것을 빼앗긴 울분의 함성이다. 가슴에 피멍이 든 한의 절규이며, 미약하나마 독립투쟁으로서의 언표이다. 

그래서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주로 자기네들끼리 틈만 나면 쏟아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욕설은, 그렇게 믿는 사람들끼리 한바탕 욕을 하고 나면 그래도 속이 풀려 다시 일손을 잡을 힘이 생겼기에 생존의 원천적 힘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 그렇게 욕이라도 해대지 않으면 “개× 겉은 놈에 시상! 한날 한시에 베락얼 쳐불든지, 하늘허고 땅이 딱 맞붙어 다글다글 맷돌질얼 혀불든지 혀야제” 하는 세상을 살 수 없는 생명력의 원천인 것이다. 

땅에 대한 일제의 수탈이 유독 심했던 전라도에서 욕설이 발달되었음은 그와 관련해 퍽 의미심장하다. 가해자들을 마주 향한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한계를 드러내긴 하지만, 그것 또한 애들이 구사하는 욕설과 함께 비극미 고조에 한몫하고 있다.

물론 학생들 욕설이 소설세계의 그것과 맥락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렇더라도 단적으로 성적 위주의 입시지옥 현실 등 우리 학생들이 받는 스트레스를 생각해보면 그들의 잦은 욕설은 오히려 당연해 보인다. 

이를테면 세계 어느 나라 부럽지않게 학교나 학원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은 우리 학생들에게 그나마 욕설은 안식처이며 살아갈 힘의 원천인 셈이다.판·검사말고 무엇이 되려는 꿈을 갖고 싶어도 ‘공부하는 기계’에 머무르고 마는 현실이 엄존하는 한 그들은 욕이라도 해대며 그 질곡을 헤쳐나갈 수밖에 없다.

물론 그렇다고 학생들의 생활화된 욕설이 옳다는 것은 아니다. 이제 답이 분명해진 셈이다. 학교 및 가정에서의 지속적인 선도교육과 함께 우선 위정자들이 학생들을 위해 좋은 정치를 하는 것, 어른들이 더 이상 그들에게 죄 짓지 않는 일이 무엇보다도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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