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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15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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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우리 반은 구구단의 달인

우리 반의 아침 풍경 기본 메뉴얼

"아침독서 시간이 끝났어요. 숙제를 내놓으면서 구구단을 처음부터 빨리, 목소리를 맞춰 외웁니다. 그 다음엔 거꾸로 외웁니다. 읽기 숙제로 낸 동화를 외울 친구는 나와서 외울 준비를 합니다.그 다음엔 받아쓰기 준비합니다."
"예, 선생님! "

날마다 거의 똑같은 교실 언어로 시작되는 우리 교실의 일상입니다. 위의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는 중요한 것들입니다. 초등학교 저학년은 학력 향상의 측면에서 기초기본 학력 정착이 매우 중요한 과제이기 때문입니다.

정규 교육과정 운영계획의 틀에서 본다면 하루도 거르지 않고 받아쓰기나 구구단 외우기, 교과서 동화 외우기, 아침독서 40분을 실천한다는 것은 담임으로서 용기도 필요하고 교육과정 이수에 부담을 느끼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루를 시작하는 기본 메뉴얼로 정착시켜 운영할 수 있으려면 담임으로서 시간을 짜임새 있게 운영하고 자투리 시간을 늘 확보해 두지 않으면 힘듭니다. 200일 가까이 하다 보면 거의 자동화되어서 오히려 아이들이 더 챙기게 됩니다.

성과면에서 본다면 매우 고무적입니다. 아침독서와 구구단, 문장 받아쓰기 동화 외우기, 점심식사 잔반 없이 먹기까지 이어지는 우리 교실의 기본 메뉴얼로 인해서 상급 학년으로 올라가서도 좋은 습관을 보인다는 선생님들의 한결 같은 말씀을 들으며 보람을 느낍니다.

특히 구구단 외우기는 배우는 순간만 지나면 자칫 소홀해지기 쉽습니다. 3학년으로 이어지는 곱셈 과정에서 구구단을 제대로 빨리, 외우지 못하는 아동들은 이후의 수학에 대한 흥미까지 잃게 되어 부진아로 전락하는 경우까지 생깁니다.

2학년 단계에서 완전학습을 보인 아동들도 예외가 아닙니다. 구구단을 처음부터 외워야만 답을 찾을 수 있는 아동, 7단이나 8단 9단에서 틀리기 쉬운 곳에서는 꼭 틀리는 버릇이 있는 아동들이 꼭 있기 마련입니다.

구구단 거꾸로 외우기, 32초

구구단은 그 자체가 무의미한 철자의 나열이기 때문에 구구단의 원리를 알고 있다 하더라도 완벽하게 빨리 외우는데는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연습과 노력이 중요합니다. 나눗셈이나 곱셈, 분수 계산, 방정식에 이르기까지 계산의 원리나 과정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답이 틀리는 아동의 답안지를 들여다보면 구구단에서 오류를 범하는 모습이 발견되곤 합니다.

그런 실수를 하지 않게 하려고 우리 2학년 아이들은 9월에 배운 구구단을 지금도 거꾸로 외워서 1분 이내 외우기를 날마다 실시합니다. 잘하는 아이들은 구구단 거꾸로 외우기가 32초 밖에 걸리지 않습니다. 9명의 아동 중에서 거꾸로 1분 내에 외우는 아동이 7명에 이릅니다. 처음에는 바르게 외워도 3분을 넘던 아이들이 두 달 가까이 하다보니 놀랄 정도가 되어서 나도 놀라는 중이랍니다.

숙제 검사를 하는 동안 내 휴대폰의 스톱워치 기능을 사용하여 검사해 주면서 구구단의 달인을 만들고 있습니다. 목표는 30초입니다. 그게 가능한 아이들은 어떤 문제를 내어도 구구단 다을 알마맞추는 능력이 탁월합니다. 상급 학년과 시합을 하여도 결코 지지 않게 된 것입니다.

마치 마라톤 선수가 자기 기록을 깨기 위해 달리기를 멈추지 않듯이, 우리 2학년 아이들은 아침마다 기록 갱신을 향한 노력을 열심히 하고 있답니다. 그러다보니 자신감까지 생기고 서로 경쟁하여 점점 더 빨라지고 있습니다.

이제는 구구단의 달인이 되어 아무 때나 쫑알쫑알 외우며 친구들끼리 구구단 게임을 즐기곤 합니다. 기록이 전날보다 처진 아동은 게으름의 댓가로 구구단 쓰기 한 번을 내줍니다. 아이들이 제일 싫어하는 것이 쓰기 숙제랍니다.

아무리 잘하는 아이들도 하루만 연습하지 않고 오면 기록이 처지니 연습과 노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스스로 깨닫게 되었습니다. 눈을 감고 몰입하며 무의미 철자를 달달 외우지만 지금의 이 노력이 초석이 되어서 수학을 사랑하고 수학의 달인이 되어 학문을 즐기는 제자들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종업식을 하는 날까지 지속할 것입니다. 

나도 수업의 달인이 되고 싶어요

먼 후일, 내 이름은 잊혀져도 구구단의 달인이 되도록 열심히 노력한 2학년 때의 추억을 나누며 행복한 제자들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합니다. 나도 우리 아이들처럼 수업의 달인이 되고 싶은 욕심이 생기는 요즈음이랍니다.

세상은 아는 것만큼 보이고 알면 사랑하게 되나니 그때야 비로소 교육이 시작된다고 믿습니다. 2학년 시기는 구구단의 달인이 되는 결정적 시기임을 선생님도 어버이도 가슴 깊이 새겼으면 합니다. 모든 것은 때가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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