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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물살리기 공모전' 유감

  한국농어촌공사는 11월 15일 ‘제13회내고향물살리기운동 전국학생․주부실천수기공모’ 수상자를 발표했다. 고등부 최우수상(농식품부장관상) 주인공이 군산여자상업고등학교 학생이란 사실을 알았을 때 필자의 수상때보다 더 놀랍고 기쁜 마음이었다. 

  필자가 지도한 전문계고 제자가 기라성 같은 일반고‧특목고 학생들을 제치고 최고상을 차지해서다. 초·중·고 학생부에선 유일하게 장관상을 받게되어 필자 역시 ‘지도상’ 수상자가 될 것이라 기대하는 마음도 생겼다. 대부분 최고상 수상 학생의 지도교사에게 그 상이 주어지는 걸 봐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지도상 명단은 수상자 발표에 나와 있지 않았다. 의아하고 궁금하여 전화를했더니 “해당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필자가 본 공모요강에는 그런 심사기준이 없었는데, 담당자는 자체적으로 정한 ‘응모작 수, 3년 연속 응모여부’ 등 지도상 기준에 대하여 설명을 해주었다. 

  전문계 고교에서 눈썹 휘날리게 글쓰기 지도를 하고 있는 필자는 올해 들어서만 벌써 3번째 그런 일을 겪었다. 지난 4월 목정문화재단 전북고교생백일장과 10월 시상식이 열린 전주문화방송 ‘혼불학생문학상’에서 필자가 지도한 학생이 각각 최고상인 장원을 수상했는데도 지도교사상은 아예 없거나 다른 교사에게 돌아갔다. 

  전자는 지도교사상이 아예 없었다. 지난 해까지 장원수상 학생 지도교사에게 주었던 지도교사상을 폐지해버린 것이었다. 후자는 작품 공모때 공문엔 없었는데, 어찌된 일인지 느닷없이 만들어 3명이나 지도교사상을 주었다. 

  이는 바꿔 말하면 주최측이 즉흥적이거나 임의로 지도교사상을 선정했다는 의미이다. 그것도 말이 안되지만, 장원 수상 학생의 학교 교사에게 주는 일반적 상식을 뒤엎는 것이라 당혹스러웠다. 3명 수상자 명단을 살펴보니 아마도 지도교사상 선정기준은 다수 학생 수상 학교의 교사인 것 같다.

  지도교사상 기준을 응모작 규모로 정해도 문제는 남는다. 한국농어촌공사가 내세운 기준대로라면 전국의 전문계고 교사들은 지도교사상 받을 기회를 원천봉쇄 당하게 되어 있어서다. 이런 지독한 전문계 차별이 또 어디에 있는지 묻고 싶다. 시골 소규모 학교 역시 일단 다 참여한다해도 기본적으로 적은 응모작 수 때문 그런 차별에 ‘울어야’ 할 상황이긴 마찬가지다. 

  일견 대회 활성화라는 주최측 고민이 읽히긴 한다. 그렇더라도 다수 응모학교에는 ‘단체상’을 주면 된다. 단체상 받는 학교의 교사에게 지도상까지 준다면 그건 온당해 보이지 않는다. 설마 한국농어촌공사는 질보다 양에 집착해 대회 활성화를 꾀하려는 것인가? 

  필자는 우리 학교 900여 명 학생중에서 작품다운 작품을 쓴 3명만 겨우 응모하게 할 수 있었다. 그것이 전문계고의 부인할 수 없는 글쓰기 현실이다. 이를테면 원천적으로 지도상 받을 자격을 박탈당한 채 ‘어리석게도’ 학생 지도를 열심히 한 셈이다.

  최고로 우수한 작품을 지도한 교사의 노고는 무시한 채 기본기도 갖춰지지 않은 글들을 작품이랍시고 응모하고, 거기에 더해 단체상이며 지도교사상까지 휩쓴다면 누가 봐도 제대로 된 공모전은 아니다. 한국농어촌공사가 매년 실시하는 ‘내고향물살리기운동 전국학생․주부실천수기공모전’의 취지가 무엇인지 궁금해진다. 

  물론 지도교사상을 주고 안주고는 주최측의 자유일 수 있다. 학생작품을 공모하면서도 지도교사상이 없는 백일장이나 공모전도 많다. 그럴망정 지도교사상을 주는 것이라면 누가 봐도 합리적이라야 한다. 또 선정기준이 사전에 공지되어야 맞다.

  제자의 수상 소식을 듣고 이런 ‘엿 같은’ 기분이 들기는 글쓰기 지도 20년 만에 두번째다. 차제에 당부한다. ‘쪽수’를 기준으로 밀어붙이는 그런 지도교사상이라면 다음부터는 공모요강에 전문계고나 농·산·어촌 소규모 초·중학교는 ‘응모불가’를 밝히기 바란다. 

  한국농어촌공사는 묵묵히 학생들의 좋은 작품 쓰기 지도에 매진하고 있는 전문계고나 농·산·어촌 소규모 초·중학교 교사들의 사기를 더 이상 꺾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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