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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방

아름다운 자연에서 정직을 배우다

나는 천성이 낙천적이다. 어떤 일이 닥치더라도 서두르지 않고 느긋하게 행동을 한다. 이러한 내 행동에 대해 가장 답답하고 속이 타는 사람은 내 아내다. 아내는 늘 철저하게 모든 일에 대해 꼼꼼하고 치밀하다. 약속시간은 5분 전에 먼저 도착해야 하고, 준비물 또한 미리 철저히 챙기는 버릇이 있어서 항상 모든 일에 서둘지 않으며 여유가 있다. 그러나 나는 천하태평이다. 미리 준비하는 것도 없고 닥쳐야 부리나케 서두르다보니 항상 모임에 늦게 참여를 하게 된다. 그러다보니 꼭 필요로 하는 것을 잃어버리고 오는 경우가 많아서 늘 아내에게 잔소리를 듣는 편이다. 또, 다른 사람이 이야기를 할 때면 건성으로 듣고 적당히 내 나름대로 판단하여 행동하는 경우가 많다.

여행 가이드는 여러 번 비행기 탑승 때 액체 류 즉, 치약, 음료수, 화장품, 약품류, 농수산물류 등은 일체 손가방이나 배낭에 넣어 가면 안 된다는 이야기를 하였지만, 호주에서 산 물건은 호주공항을 빠져나갈 때 걱정 없이 통과할 수 있다는 안일한 사고방식을 나는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여행 가이드가 안내한 곳에서 구입한 폴리코산올(혈관 치료제)과 플로폴리스 치약을 배낭에 넣고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공항으로 출발하기 위해 시드니 공항에서 탑승 수속을 밟고 있었다. 호주나 뉴질랜드는 자연환경 청정지역이라 하여 여행객들의 수화물을 다른 나라보다도 철저히 검색을 한다는 것이다.

호주 시드니 공항에서 입국 수속을 받을 때도 검색대에서 “음식물이 가방 속에 있는가?” 라는 질문에 없다고 하였더니 기분 좋게 웃으며 통과하라고 하였다. 그래도 다른 여행자들과 같이 배낭을 검색대에 올려놓았더니 그냥 가지고 나가라고 한다. 그런데 함께 온 여행객들은 검색대를 통과 하면서 가방 속에 있던 오징어포와 땅콩 과일 등을 압수당하고 말았다. 그들은 가방 속에 음식물이 있다고 솔직히 대답하여 실제로 검색을 하여 음식물을 빼앗긴 것이다. 그러나 나는 배낭 속에 음식물이 있었지만 없다고 거짓말을 하고 무사히 통과한 것이다. 이에 대해 동료들을 보며 제대로 한 건 한 것처럼 자랑스러워하였던 것이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거짓말 한 것이 탄로 나면 부정직한 여행객으로 엄청난 불이익을 받는다는 것이다. 그만큼 서로 믿고 사는 정직한 사회라는 점에서 나 자신의 행동이 부끄러웠다.

뉴질랜드로 출국을 위해 공항 검색대를 통과한 내 가방이 여행객들과 다른 코스로 가고 있었다. 나는 얼른 내 가방을 가지러 가려고 하였더니, 검색대에서 건장한 남자 직원이 위엄 있는 투로 “노 타치” 하면서 만지지도 못하게 하는 것이다. 느낌이 예사롭지 않았다. 배낭을 제대로 열지 못하기에 내가 열어 주려고 하였더니 날카로운 눈빛으로 쏘아보며 만지지마라며 단호하게 말을 한다. 그만 나는 주눅이 들고 말았다. 이제는 범법자가 된듯하여 말도 못하고 서 있는데, 배낭에서 치약을 빼내는 것이다. 간단한 말은 소통할 수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당황이 되어 말도 못하고 원망스런 눈초리로 쳐다보고 있었다. 나이 지긋한 공항직원이 내게 다가와서 서툰 말로 “괜찮아요~.” 싱긋 웃으며, 한글로 쓰여진 파일을 보여준다. 파일에는 여행객이 가지고 탈 수 없는 물건들을 사진으로 보여 주는데 아래에는 한글로 액체 류의 이름이 씌어 있었다. 여행기념으로 친지들에게 줄 선물을 빼앗기고 말았다.

검색대에서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다. 탑승시간에 늦을 것 같아 무조건 뛰었다. 급하니까 만국공통어인 몸짓으로 가계에 들려 비행기 탑승구를 물어보았다. 다급한 모습을 보고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쪽을 향하여 뛰었다. 일행이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지난밤에는 항구도시 시드니 항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면서 아침운동을 하자며 친구와 함께 엘리베이트를 타지 않고 걸어서 비상구로 나갔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밖으로 나가려 하였지만 문이 잠기면서 나갈 수가 없었다. 제일 아래층으로 갔더니 각종 쓰레기와 물건들이 있어서 나가는 통로가 아니라는 판단에서 할 수 없이 처음 들어왔던 비상문으로 갔다. 그러나 굳게 닫혀 있는 문은 도저히 열수가 없었다. 친구와 나는 비상구 통로에서 1층에서 5층까지 여러 번 오르내렸지만 나갈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참으로 난감한 일이었다.

할 수 없이 우리는 비상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침 일찍 지나다니는 사람이 있을 리가 없다. 급하니까 연락을 할 수 있는 방법도 생각이 나지 않는다. 가이드와 동료들의 전화 사용방법도 제대로 되지 않는 것이다. 친구도 당황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서로가 핸드폰을 가지고 통화를 시도 하였지만 연락이 되지 않으니 여지없이 비상구에 갇혀있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그래도 여러 번 해외여행을 다녀왔다고 나만 믿고 따라다녔던 친구를 볼 면목이 없다. 그야말로 비상구는 비상시에만 활용한다는 점을 뒤늦게 깨달은 것이다. 서로가 얼굴만 쳐다보며 난감하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자 하였으나 별다른 방법이 없다. 고생 끝에 1층으로 간신히 빠져나오기는 하였지만, 이 모든 것이 건성으로 듣고 적당히 판단하여 생활하는 안일한 사고방식으로는 안 된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는 순간이었다.

천신만고 끝에 일행을 만나 크라이스트처치에 도착하여 하룻밤을 묵어야 하지만 이곳에는 지진의 피해로 숙박시설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단다. 우리는 공항에 도착하여 곧장 퀸스타운으로 이동을 하여 숙박을 하게 되는 것이다. 비행기로 이동을 한 후 버스를 장시간 탄다는 점에서 무척 고달픈 여정이었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버스를 타고 가면서 여름인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색다른 겨울풍경과 하얗게 덮인 남극에서 볼 수 있는 빙하의 산, 끝없이 펼쳐지는 평원, 하얀 보름달과 별이 총총히 빛나는 밤하늘 아래 비쳐지는 이국적인 산야가 얼마나 아름다운 정경을 자아내는지 감동적이었다. 이는 내 어릴 때 가족들과 함께 모깃불을 피워놓고 멍석에 드러누워 밤하늘에 은하수로 별똥별을 보며 별을 세는 밤 이후에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었다.

마운트 쿡 국립공원으로 이동을 하며 보는 옥빛 색깔의 아름다운 데카포, 푸카키 호수, 뉴질랜드의 최초 교회, 양치기 개동상 등을 빙하로 둘러싸인 높은 산들과 광활한 평야를 맑은 달빛 속에 보는 이국적인 심야의 정경은 오래도록 잊어버릴 수 없는 색다른 정취 자아냈던 것이다. 어디선가 달빛 아래 어슴푸레 들려오는 기이한 늑대의 울음인지 개의 울부짖음인지 눈 덮인 조용한 정적과 어울려 외로이 이 평원을 지키는 양치기 개동상은 더욱 가슴에 와 닿았던 것이다. 넓디넓은 평원을 지나며 바라본 산야에 모처럼 반갑게 맞이한 소복하게 눈 덮인 침엽수림 속 마을의 불빛은 크리스마스카드의 설경을 연상케 하여 잊지 못할 아름다움으로 오래도록 뇌리에 사라지지 않는다.

퀸스타운에서 밤 12시에 도착을 하여 투숙을 하고 다음날 약 1만 2천 년 전 빙하에 의해 형성된 밀포드사운드로 이동은 자연환경의 진수를 보여주는 듯 하였다. 마녀가 마법을 걸어 아름다운 빙산이 거울처럼 비쳐지는 것을 시샘하여 오리의 수영과 잠수로 잔물결을 일으키도록 하였다는 거울호수, 호머터너를 경유하면서 너무나 멋진 협곡의 빙하에서 줄줄이 이어지며 흐르는 물줄기는 그야말로 반지의 제왕이나 아바타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상상할 수 없는 자연의 신비에 입을 다물 수 없었다. 피오르드 랜드 국립공원에 도착하여 밀포드사운드 유람선을 탑승하여 피오르드 전경을 감상하면서 세상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답고 멋진 곳이 많다는 것을 …….

라이언마운틴, 마이터피크 등 괴암 절벽과 만년설이 녹아 만든 폭포 등 피오르드 해변의 비경은 전 세계인들이 가장 보고 싶어 하는 경관이라는 것을 실감하게 되었다. 이와 같이 아름다운 천혜의 자연비경을 오래도록 간직하고 후손들에게 유산으로 남겨주기 위해서는 남다른 노력을 하여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기에, 입국수속을 하면서 왜 그들이 그토록 까다롭게 하는 것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 세계적인 아름다운 자연을 유산으로 살아가는 그들은 철저하게 자연을 지키며 자연의 순리대로 살아가기에 경이로운 대 자연에서 순박하고 정직한 삶이 끝없는 감동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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