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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소식

삼월과 줄탁동시

"진달래 망울 부퍼 발돋움 서성이고/ 쌓였던 눈도 슬어 토끼도 잠든 산속/ 멀리 흰 산 이마 문득 다금 언젤런고/ 구릉의 물소리가 귀에 감겨 스며드는/ 삼월은 젖 먹이로세 재롱만이 더 늘어.”

이 시는 이태극의 『삼월은』의 일부분이다. 우수가 지나자 햇살은 한결 두꺼워지고 따스해지는 대지의 입김을 타고 숨죽이는 생명의 기지개 소리가 가슴을 콩닥거리게 한다.

삼월이 시작된다. 삼월은 달리는 물과 같이 생동감이 넘친다. 이 삼월을 제일 두근거림으로 맞는 이는 누구일까? 그것은 아마 입학을 앞둔 학생과 부모일 것이다. 특히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아이들과 고등학교 생활을 끝으로 석별의 정을 부르며 교문을 나선 대학교 새내기들일 것이다.

초등학교 입학식을 더듬어 본다. 아이들 눈에는 넓은 운동장과 높은 조회대와 건물이 호기심과 위압감으로 다가온다. 부모님의 손을 잡고 제 몸만 한 가방을 짊어진 아이들. 꼬옥 보듬어주고 싶고 토닥거려주고 싶다. 하지만, 변덕스런 게 봄날씨라 꽃샘추위가 몰아치면 운동장에 서 있는 아이들이 안쓰럽기도 한다. 이름표를 목에 걸고 담임선생님 앞에 고개를 두리번거리는 아이들의 모습. 앙증맞고 예쁘지만, 호기심과 놀람의 빛이 가득하다. 마찬가지로 저만치 물러나 입학식을 지켜보는 부모님의 눈빛도 걱정이 서려 있다. 특히 첫 아이를 학교에 보내는 부모님의 눈빛은 더하다. 아무리 연세가 높든 낮든 자식을 걱정하는 부모의 마음은 매 한가지이다. 하지만, 또 하나의 새로운 세상과 만나려면 껍질을 깨는 아픔이 있어야 함을 알게 된다.

대학들은 초등학교와는 달리 조금 빨리 입학을 하고 학사일정을 시작한다. 지난주였다. 지금까지 품에 끼고 있었던 큰 녀석과의 짧은 이별이 있었다. 다 큰 아이의 입학식에 가는 일이 어색하게만 느껴졌는데 입학식장에는 예상외로 많은 부모가 동행하게 된 것에 대학도 학부모들의 관심 속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새내기들! 모두 풋풋하고 예쁘다. 영어 Freshman의 의미를 되살리며 새내기들을 반기는 선배들의 율동과 조화에 새로운 세계가 품을 벌리고 있음을 알게 된다.

입학식을 마치고 생활관에 남겨놓고 돌아오는 길. 발걸음이 천근이다. 초등학교 입학할 때의 두근거림과 신비함보다는 먼 곳에 남겨놓고 돌아와야 한다는 걱정이 더 앞서는 것이다. 큰 녀석은 그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걱정하지 말라며 손을 흔든다. 내심 더 큰 아픔이 멀어지는 모습에 가슴을 눌러온다.

문득 줄탁동시(啐)란 말을 떠올려 본다. 이 말은 중국 송대(宋代)의 선종(禪宗)을 대표하는 불서 『벽암록(碧巖錄)』에 나온 말로 병아리가 세상 밖으로 나오는 마지막 관문인 껍질 깨기에서 유래한 말이다. 스무하룻날의 기다림 끝에 알 속의 병아리가 밖으로 나오려고 연약한 부리로 단단한 껍질을 깨기는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나름대로 공략 부위를 정해 부리로 쪼기 시작하지만, 힘이 부친다. 이때 그 기별을 안 어미 닭은 그 부위를 밖에서 쪼아 준다. 마침내 알 속에서 사투를 벌이던 병아리는 비로소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된다. 이렇게 안에서 쪼는 것과 밖에서 쪼는 것이 동시에 이루어져 맞아야만 새로운 세상이 열리게 되는 것이다.

이제 입학을 하는 아이는 부모가 걱정하는 만큼 연약하지도 어리지도 않다. 나름대로 준비를 하고 있다. 하지만, 새로운 세상을 여는 몸짓은 아이와 어른 모두에게 힘이 드는 일이다. 부모는 자식의 몸짓이 아프게 다가오지만 정확하게 방향만 제시해주고 기다려 주는 것이 제일 좋은 화답이라고 생각된다.
늦겨울과 삼월 그리고 봄. 그렇게 계절의 변화는 그리 쉬이 자리를 비켜주려고 하지 않는다. 몇 번의 한기가 몰아치고 목련과 진달래가 지고 나면 어느 순간에 봄은 한자리를 차지하고 싱싱한 신록의 어울림을 위한 성장에 다가선다. 품어도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귀한 아이들. 이제 삼월의 울림과 함께 더 큰 성장을 위한 응원해야 할 때가 아닌가 한다. 성장은 언제나 아픔을 수반한다. 그 아픔을 지켜봐 주고 정확하게 도와주는 것이 줄탁동시(啐)의 숨은 뜻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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