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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의미없는 평가보다 더 두려운 것은

'혹시나 아이들이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까 싶어서 평가에 참여하기로 했습니다. 누가 평가에 참여 했는지 안했는지 알 수 있지 않겠습니까?' 교원능력개발평가(교원평가)의 학부모 만족도에 참여하긴 했다는 학부모의 이야기이다. 솔직히 참여하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최소한 생각이 있는 학부모라면 평가에 참여하는 것에 대해 엄청난 갈등을 겪을 것이다.

학교에 와서 교사들과 교감이 있어야 함은 물론, 자녀들과 많은 대화를 나눠 보아야 평가가 가능하다. 여기에 또 한가지 교사들이 수업을 어떻게 하는지 최소한 한 두번 이라도 수업참관을 했어야 가능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학교에 와서 공개수업을 참관하지 않는다. 매일같이 생계를 위해 직장에 나가거나 개인 사업 등을 하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오라고 하면 가고는 싶지만 시간여유가 없어서 공개수업을 한다고 해도 참여하기 어려운 이유이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거나 마음의 여유가 있다면 학교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어느정도 관심을 가질 수 있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만족도 조사에 참여를 하라고 하니, 갈등이 생길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말은 자율적인 참여이지만 학교에서는 학부모들의 참여비율을 높이는 문제가 평가기간에 가장 큰 이슈가 된다. 학교에서도 자율적인 참여를 하도록 하면 좋겠지만 상급교육행정기관에서 계속해서 비율을 높일 것을 요구받다 보면 가정통신문이나 문자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보내게 된다.

많은 인원이 참여해야 좀더 객관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학교 입장에서는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다. 가정통신문이나 문자메시지 전송 등이 강요하는 것은 아닐 수 있지만 이것이 계속된다면 이를 받아들이는 학부모들은 여러가지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상급교육행정기관에서도 강요는 아니지만 비율을 높일 것을 계속해서 요청을 해오고 있다. 공문시행은 아니더라도 업무메일 등으로 종용을 하고 있기 때문에 받아들이는 학교에서는 또 부담감을 느끼게 되고 그러다 보니 학부모에게 계속해서 평가에 참여해 줄 것을 요청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받아들이는 관점에 따라서는 간단 할 수 있다. 참여해 달라고 가정통신문을 내고, 문자메시지를 전송하는 것에 무슨 부담을 갖겠는가라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교육행정기관에서 학교에 부탁하는 것도 말 그대로 부탁인데 문제 될 것은 없을 수 있다. 아니 문제될 것은 없다. 그러나 학부모들 입장에서는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평가를 하거나 자녀들에게 대신 하도록 할 것이다. 학생들의 생각이 곧 학부모의 생각이 되는 것이다. 이것이 아무 문제가 없는 것인가. 그냥 비율만 높이면 그만인가. 결과를 받아드는 교사의 입장은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것인가.

학부모 만족도 조사를 학생이 대신한다고 큰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닐 수도 있다. 어차피 학생들이 직접 겪고 있는 상황이니 학생들 생각이 학부모 생각으로 받아 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학부모 만족도라고는 하지만 엄연한 평가라는 사실에서 그 결과가 교사에게 미칠 영향은 상당히 클 수 있다. 그 결과에 따라 재교육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신 평가한 결과로 인해 교사가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이다.

성인이나 학생들이나 서로가 말다툼을 할 경우 자주 등장하는 이야기가 있다. '네가 그런 것을 어떻게 알고 있냐. 네가 직접 봤냐, 안봤으면 이야기 하지 말아라.' 학생만족도, 학부모만족도 모두 만족도라는 표현을 쓰고 있지만 엄연한 평가이다. 평가를 하는데 평가대상을 보지 않은 상태에서 한다면 그것은 이미 의미가 없는 것이다. 의미없는 평가를 어쩔 수 없이 해야하는 학부모들의 고충을 교육당국에서는 알고나 있는 것인가.

교원평가를 실시한지도 어느덧 3년이 되어간다. 그동안 당국에서는 뭘 했는가 묻고 싶다. 학부모평가에 대한 문제는 그동안 한 두번 제기된 것이 아니다. 그래도 계속해서 고집하고 있는 이유를 알고 싶다. 불특정 다수의 학부모에게 비율을 높여 달라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최소한 학교에 와서 공개수업을 참관한 학부모의 명단을 파악한 후 그 학부모들에게 참여를 부탁해야 한다. 물론 가장 좋은 방법은 학부모는 평가에서 제외하는 방안이다. 그래야 학부모들의 마음도 편할 것이다.

그래도 학부모를 반드시 평가에 참여시켜야 한다면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공개수업을 참관한 학부모만 평가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은 어떨까 싶다. 여기서 해당 교사에게 일정인원 미만의 학부모가 평가를 했다면 그 평가는 결과에서 제외해야 한다. 최소한의 인원을 학교규모에 따라 정할 수 있도록 하고, 최소한의 인원을 넘겼을 경우에만 결과에 반영해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단 한명이 참가했어도 결과에 반영하는 현재의 시스템은 반드시 바로 잡아야 한다.

한명이 평가하여 불만족에 표기 했다면 그 교사는 학부모 평가는 최하점수를 받게 되는 것이다. 단 한명의 평가로 그 교사가 재교육을 받아야 한다면 그 평가는 제대로 된 평가로 보기 어려운 것이다. 학교에서 학급회장이나 부회장을 선출할때 왜 과반수 이상의 득표를 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을까. 당연히 객관성을 높이기 위해서일 것이다. 교원평가도 마찬가지이다.

억지로 학부모를 참여시킨다고 평가의 객관성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지금의 상태에서 학부모까지 평가에 참여시키는 것은 시기상조일 수 있다. 일단 학부모들을 평가에서 제외하고, 여건이 성숙되면 그때가서 다시 포함하면 되는 것이다. 학부모 평가에 대해 참여해야 한다는 주장이 강해질 수 있으나, 실질적으로 참여하는 학부모가 많지 않다면 그 주장 역시 설득력이 떨어지는 것이다. 전체 학부모 들의 인식이 성숙해 질때까지 기다리자는 이야기이다. 일단은 원하는 학부모들에게 평가를 하도록 하고, 평가전에 수업참관을 의무화 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일단은 학부모를 평가에서 제외하는 방안이나 평가에 참여하는 학부모는 반드시 교사들의 수업 참관을 필수요건으로 하자는 이야기이다. 또한 공개수업을 참관하는 학부모에게는 교원평가에 참여한다는 전제를 미리 해 두자는 이야기이다. 지금처럼 무조건 비율만 높이는 평가는 객관성이 떨어지게 되고 따라서 의미없는 평가가 될 공산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발생된 문제에 대해 좀 더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개선하려는 의지를 보여 주어야 한다. 어떤 과정을 거치더라도 평가의 중요성은 다시 이야기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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