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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칼럼

상담전문가 학교마다 배치를

문제부모

석가모니 부처님께는 출가 전 왕자일 때 태어난 라훌라라는 아들이 있었습니다. 이 라훌라도 12세 때 부처님의 제자가 되어 지도를 받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라훌라에게는 거짓말을 하는 나쁜 버릇이 있어 부처님은 이것이 늘 마음을 아프게 했습니다. 어느 날 부처님께 손님이 찾아오자 딴 곳에 계신다고 거짓말을 한 라훌라를 보시고 꾸짖으셨습니다.

"라훌라야, 너는 너의 발을 씻은 물을 먹을 수 있느냐?"
"더러워서 먹을 수 없습니다."
"라훌라야, 너는 그 물그릇을 마실 것이나 음식을 담는 데에 사용하겠느냐?"
"그렇지 않습니다."
"라훌라, 너는 그 발 씻는 대야가 깨질까봐 걱정하느냐?"
"값비싼 것도 아니라 걱정하지 않습니다,"

라훌라는 당연한 것처럼 대답했습니다. 그러자 부처님께서는 라훌라를 조용히 바라보면서 엄하게 꾸짖으셨습니다.

"라훌라야, 너도 마찬가지다. 거짓말을 하여 사람을 괴롭히는 너를 누가 사랑하겠느냐. 아무도 너를 아까운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고 존경하지도 않을 것이다. 얼마 안가서 너도 더러운 이 대야처럼 스스로 깨어지고 말 것이다. 그래도 좋겠느냐?"

라훌라는 부처님의 이 준엄한 가르침을 명심하여 평생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요즘 부모님들을 보면 자식을 꾸짖을 줄 모르는 것 같습니다. 오히려 자식에게 꾸짖음 당하는 한심한 부모도 있습니다. 그런 부모는 이미 부모이기를 포기한 것과 같습니다. 부모는 한없이 자애롭기도 하지만 때로는 엄한 교육자로서의 역할도 해야 하는 것입니다. 자식에게 자신이 없고 당당하지 못한 것은 부모 자신이 확고한 인생관이나 행동철학이 없기 때문입니다. 오늘날 이 사회의 문제 청소년들은 결국 문제부모들이 만든 것입니다. 부모가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바르게 살아가면서 그 자신의 삶의 자세를 자식에게 알려줄 때 자식 또한 부모를 닮아가게 되는 것입니다. -혜총스님 <꽃도 너를 사랑하느냐> 중에서

불우한 어린 시절 경험, 대물림되지 않도록

"내가 살아온 것과 비슷한 처지의 아들이 앞으로 사람들에게 학대받으며 살 바에는 차라리 죽이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 아들을 마구 때려 숨지게 하고 시신을 저수지에 버린 최모(37·여)씨는 경찰에서 범행동기를 이렇게 진술했다. 전문가들은 과거 학대 경험과 현재의 정서 불안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이번 사건이 벌어진 것으로 분석했다. 이 같은 '비극'을 막기 위해서는 학대의 대물림을 예방하는 '건강한 부모' 교육을 국가차원에서 실시하고 혼자 아이를 키우며 불안정한 생활을 이어가는 가정을 대상으로 한 보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어린 시절 부당한 대우(학대)를 경험한 사람들 대부분이 분노 조절을 잘 못하는 특성을 보이며 성인이 된 후에 여러 가지 문제 행동을 일으킨다는 점은 최근에 각광 받고 있는 '정서코칭'이나 상담심리학에서도 논의되는 줄거리이다. 어린 시절 애착이 제대로 형성되지 못한 어린이는 자존감에 상처를 입은 채로 자라기 때문에 자신의 욕구를 만족시키는 호기심이나 탐구심, 자율성 형성도 제대로 갖추지 못하여 욕구불만을 안고 산다는 것이다.

충족되지 못한 욕구는 분노의 감정으로 이어지게 되고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바라보고 처리하지 못하여 대인관계의 어려움을 낳게 된다. 슬프거나 화나는 상황이 나쁘다고 생각하여 무조건 억누르거나 참음으로써 분노의 불씨를 키우게 되고 돌발행동으로 자신과 타인에게 충격을 주는 행동으로 이어진다. 자신의 감정을 잘 모르니 객관적으로 처리하는 방법도 모른 채 분노의 감정을 쌓다가 폭발하게 된다.

그런 점에서 불우한 환경이나 가정 문제로 상처를 받은 학생들을 위한 정서코칭 프로그램이 절실하다. 억눌린 감정은 언제가 반드시 터지기 때문이다. 우리의 전통적 사상이 가정이나 학교, 대인관계에서 감정을 표출하지 못하게 하고 참는 교육이 보편적이었음을 생각하면, 앞으로도 얼마나 더 감정을 다스리지 못한 불행한 사건들을 보아야 할 지 무섭다.

울면 안 된다고 일방적으로 참으라고 하는 교육은 시한폭탄을 안겨주는 일이다. 억울하고 화난 감정은 참는다고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무의식에 남아서 더 무서운 씨앗을 키운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무슨 일로 우는지 그 감정을 들여다보고 이해해주며 위로해주되 돌발적인 행동은 결코 좋지 않다는 점을 확실히 가르쳐야 한다. 감정은 받아주되, 행동은 교정시켜야 문제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경우, 가정이나 학교 현장에서 바쁘거나 빨리 처리하고 싶어서 화를 내고 대드는 감정은 무시하고 행동을 교정하기 위해 충고를 하거나 꾸중부터 먼저 하는 경우가 많다. 위로 받지 못한 가슴 속에는 어떤 말도 들어가지 못한다. 격해진 감정은 이미 파충류의 뇌 상태가 되어서 공격이나 방어 상태로 돌입한다. 그러니 아무리 이성적으로 옳은 말을 한다해도 감정싸움으로 치닫는다. 특히, 사춘기의 학생들은 뇌구조가 리모델링 하는 단계라서 자신의 감정 조절 자체가 힘든 시기라는 점을 알고 접근할 필요가 있다.

어머니가 자식을 죽이는 희대의 사건 뒤에는 상처로 곪은 어머니의 마음 속에 위로 받지 못한 '어린 아이'가 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지 못한 채 그 상처를 대물림하고 만 슬픈 가족사가 숨어 있었던 것이니, 이제 진정한 공부의 시작은 인간에 대한 성찰, 마음 돌보기에서부터 비롯되어야 함을 절감하게 된다. 고등학교 교육까지 마쳤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상처로부터 헤어나지 못한 채 결혼을 하고 불신의 늪에서 자식마저 끌고 간 모정이 슬프다.

상처 받은 영혼에게 세심한 배려를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린 시절 상처 받은 사람들이 모두 다 그런 선택을 하는 것은 아니다. 외국의 연구 사례를 보면, 불우한 환경에서 학대 받으며 자란 아이들의 1/3 정도는 매우 건강한 정서를 유지하고 인생을 행복하게 산다고 한다. 반대로 행복한 가정 환경에서도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는 사람이 나오는 것을 보면, 인생은 결국 선택이라는 생각이 든다. 바야흐로 '마음 공부'의 시대가 되었다. 공부 중에 가장 먼저인 마음 공부를 소홀히 한 채, 감정이나 정서는 뒤로 하고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인간, 논리적인 인간, 지식에 몰두하는 교육의 위험성을 극명하게 보여준 사건에서 배워야 한다. '정서지능'의 함양을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함을!

학교 현장에서 어떤 학생이 얼마나 정서적으로 힘든 채 살아가고 있는지 꼼꼼히 관찰하고 예방하는 상담 활동이 매우 시급하다. 교과지식이 처진 학습부진 학생에 대한 연구나 대책은 차고 넘친다. 그것이 학교 교육을 재는 잣대로 군림해 온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제는 자로 잴 수 없는 마음의 상처로 힘들어하는 학생들을 치유할 대책이 시급하다. 앞서 언급한 연구 결과를 뒤집으면 상처 받은 아이가 치유하지 못하고 자존감이 낮은 채 어른이 되면 2/3는 문제 행동으로 이어진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때는 이미 자식에게 그 상처를 대물림하고 있을 것이 아닌가! 국가의 건강한 미래를 위해서, 내 교실에서 공부하는 아이의 상처 받은 영혼을 들여다 볼 심안까지 요구되는 교직의 무거움을 생각한다. 담임 교사가 모든 것을 다할 수 없으니 학교 규모에 따라서 상담전문가가 분야 별로 상주해야 함을 생각한다. 환자가 있는 곳에 의사가 있어야 하듯, 마음이 아픈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위로할 정신적 위로자나 상담전문가를 모든 학교에 배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하여 소중한 아이들이 문제부모가 되는 악순환을 최대한 줄였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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