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도둑이 그 집안에 들어와 대들보 위에 숨어있는데 진식(陳寔)이 슬쩍 보고는 곧 몸을 바로하고 앉아서 자손들을 불러 앉힌 다음 훈도(訓導)하였다. 사람이 스스로 근면하지 않으면 안 되나니 착하지 않은 사람도 본래 악한 것이 아니라 게으름이 습성이 되어 드디어 그렇게 되는 것이니라.
곧 대들보 위에 있는 분이 그런 것이다. 이 장면을 지켜보고 있던 도둑이 크게 놀라 스스로 바닥에 내려와 머리를 조아려 죄를 뉘우쳤다. ( 有盜夜入基室, 止於梁上, 寔陰見, 乃起自整拂, 呼命子孫, 正色訓之曰 : 夫人不可不自勉, 不善之人, 未必本惡, 習以性成, 遂至於此, 梁上君子者是矣, 盜大驚, 自投於地, 稽顙歸罪, <後漢傳 陳寔傳> )
남조(南朝) 송(宋)의 범엽(范曄)이 편찬한 후한서(後漢書)에 나오는 글인데 진식(陳寔 :104~187)의 字는 중궁(仲弓)이며 동한(東漢)의 화제(和帝)때의 명신(名臣)으로 83세까지 살았으며 하남성(河南省) 장갈현인(長葛縣人)으로 태구현장(太丘縣長)을 지냈다고 한다.
이 글은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시사(示唆)하는 바가 매우 커서 원문까지 소개하였다. 진식(陳寔)이라는 인물의 인품과 지혜를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몇 가지는 배워야 할 것 같다.
첫째, 대들보위에 숨어있는 도둑을 군자(君子)라고 칭한 점이다. 보통 사람 같으면 소리를 치거나 몽둥이로 도둑을 쫒아 냈을 것인데 목숨이 걸린 위기상황에서 번득이는 지혜에 감탄을 금할 수가 없다. 도둑이라 해도 인격을 존중해 주어 군자라는 칭호를 써가며 안심을 시켰기 때문에 인명피해도 없었으며 재산의 손실도 막을 수 있었다.
둘째, 사람이 위기에 직면하면 당황하게 마련인데 자손들을 불러 앉혀놓고 훈도를 하였다는 점이 범상치 않았다. 자녀교육은 진식(陳寔)처럼 어떤 상황을 이용하여 감화(感化)를 주는 것이 가장 효과가 있다. 이를 적절히 활용하였기 때문에 가정교육을 잘하는 가장으로써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훌륭한 인물이라고 생각한다. 본인도 현장(縣長)까지 지낸 명신(名臣)이었지만 아마도 자손들 중에는 훌륭한 인물이 배출 되었으리라고 짐작할 수 있다.
셋째,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말처럼 집안에 도둑이 든 것을 숨기고 자녀들에게 훈도를 하는 모습을 도둑이 대들보에서 바라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사람이 어떻게 살아야 한다는 것을 자녀들에게 가르치면서 도둑에게도 감동을 주는 간접적인 훈계를 하였다. 즉 도둑을 교화하여 개과천선(改過遷善)하도록 했다. 스스로 바닥에 내려와 머리를 조아리며 죄를 뉘우치도록 하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얻었다는 점에서 가히 현인(賢人)의 경지에 오른 분이라고 판단된다.
넷째, 사람은 스스로 노력을 해서 부지런한 습성을 길러 남의 것을 탐내지 말고 떳떳하고 정직하게 살아가야 함을 가르쳤다. 도둑에게 할 말을 자손들에게 하였다. 정직성을 가르쳐서 죄를 짓지 않고 살아가도록 가르치는 훌륭한 부모역할을 하였다. 가정에서 부모가 올바른 인성교육을 하는 것이 학원을 몇 군데 더 보내는 것보다 훨씬 중요함을 현대의 부모들이 깨달았으면 한다.
다섯째, 자녀의 인성교육은 고전(古典)을 통해 현재에 맞게 풀어서 가르치면 가장 감화(感化)를 줄 수 있다. 옛 성현들의 말씀이나 지혜는 아무리 세상이 변해도 바뀌지 않는 법이다. 이러한 고전은 어려서 가르치는 것이 효과가 더 있고 조부모나 부모가 가르치는 것이 가정교육의 원칙이라고 본다. 고전 이야기책을 자녀들이 많이 읽도록 가정 분위기를 조성해주는 것이 값비싼 장난감을 많이 사주는 것 보다 더욱 현명한 자녀교육법이다.
이러한 일은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다. 성미가 급한 우리네 가정에 도둑이 들었다면 112에 신고를 하였더라도 재산의 손실과 함께 사람을 해치고 달아났을 것으로 예상 된다. 그러나 진식(陳寔)같은 번득이는 지혜의 소유자는 자녀에게 부지런함을 가르치며 남의 물건을 탐하지 않는 정직성을 가르쳤다. 그러면서 숨어있는 도둑의 마음을 움직여 스스로 죄를 뉘우치게 하였으니 대단하지 않은가? 학교폭력, 성폭력, 청소년문제, 각종범죄로 불안한 세상을 바로잡는 길은 가정에서부터 부모가 고전을 통해 인성교육을 하여야 한다는 가르침을 교훈으로 삼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