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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시 읽는 선생님(3)

수레바퀴는

충북 영동 황간 초등학교 박천호교장님의 시

손수레 바퀴는
바람이 밥이다
바람을 먹어야 산다
바퀴에 바람이 모자라면
맨땅에 주저앉아
꼼짝달싹 못 한다

가난한 사람에게는
하얀 쌀이 희망이다
쌀독에 쌀이 떨어지면
어깨가 축 늘어지고
온몸에 기운이 빠진다
한 발자국도 걸을 수가 없다
바람과 쌀은
수레와 목숨 끌고 다니는 힘이다

푸른 대문 앞에
노인 한 분이 작은 보따리를 껴안고
두 무릎 사이에 백발을 묻은 채 졸고 있다
검정고무신에 바람이 모자란 모양이다

손수레 바퀴의 밥은 바람이고
쌀은 사람의 밥이고 희망이다
무릎사이에 고개를 묻고 조는 노인은
희망이 바람이 빠진 고무신 때문이다.

손수레의 밥이, 사람의 밥이 다르듯이 교사 개개인의 밥도 다르다. 하지만 사람들은, 교사들은 모든 교사들에게 한 가지 밥만을 한 가지 희망만을 강요한다.

오랜 시간 꿈꾸고 오랜 시간 준비하고 교감이 되고 교장이 된다. 많은 교사들의 꿈이 교장이고 교감이다. 연구점수에 근무평가 점수 관리까지 승진을 위한 길은 쉽지 않다. 그렇게 힘들여서 얻게 된 승진의 길이다. 허나 수석교사가 되는 길은 승진의 길에 비하면 간단하다. 수석교사 선발시험에 응시하면 그리고 그 시험에 통과하면 수석교사가 된다. 그렇게 쉽게 선발되는 그렇게 쉽게 자격이 주어지는 수석교사 이기 때문일까 수석교사를 보는 눈이 곱지 않은 이유는.

수석교사는 승진의 길을 선택하지 않은 사람이다. 승진의 길을 못간 사람이 아니라 승진의 길에 뜻이 없어서 그 길이 희망이 아니고 밥이 아니기에 선택하지 않은 것 뿐이다. 승진의 길을 가지 않았다고 해서 그 길이 아니라는 이유로 쉽게 얻어진 자리라는 이유로 수석이 수석의 능력과 상관없이 수석의 자리를 인정받지 못하는 작금의 시대가 안타깝다.

수석의 길을 걷고 있는 사람들의 밥과 희망과 관리자의 길을 가고 있는 사람들의 밥과 희망이 다른 것 뿐이다. 그 사람이 가진 희망의 이름이 나와 다르다는 이유로, 그 사람의 밥이 나와 다르다는 이유로, 그 사람을 내 마음속에서 인정하지 않는 자리로 내어놓는 일은 밥과 희망이 일곱 빛깔 무지개임을 아직 모르는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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