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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소식

산막이 옛길을 걸으며

괴산군 칠성면 외사리 괴산수력발전소 옆으로 정비한 산막이 옛길을 찾은 것은 이번이 세 번째이다. 어머니와 작은어머니를 모시고 갔을 때는 무릎이 좋지 않아 걷기 힘들다고 해 입구에서 호수만 바라보고 왔다. 아내와 함께 근처를 지나는 길에 들렸으나 시간이 부족해 산막이 길을 걷지 못했다. 삼 세 번이라는 말이 있듯이 이번에는 아름다운 벼랑길을 진달래와 벚꽃을 감상하며 행복한 마음으로 걸었다. 충주자유시장에 있는 충인 새마을금고(이사장 강성삼)에서 실버산악회를 만들어 첫 산행지로 산막이 옛길을 간다고 하여 아내와 함께 참여했다.

주차장에 도착하니 진달래가 야산을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이제 관광지다운 면모를 갖추었고 기와를 이은 멋진 화장실도 생겼다. 일행은 8월에 개최되는 세계조정선수권대회 홍보물을 들고 기념사진을 찍은 다음에 입구를 향해 올라갔다. 전에 없던 특산물 판매 가게가 줄지어 있었고 봄철에 나오는 산나물, 두릅, 옥수수, 칡즙, 약초 등을 팔고 있었다. 안내판이 탐방객의 시선을 끌었고 산막이 옛길에 대한 설명을 큰 바위에 새겨놓았다. 1년여가 지났는데 너무 많이 변하였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가장 먼저 나지막한 돌담길을 따라 고인돌 쉼터를 지나 소나무동산에 오르니 가슴속으로 피톤치드가 스며드는 느낌을 맛보았다. 만수지왕(萬樹之王)이라고 하는 소나무 숲을 만나니 심신이 편안해진다. 좌측으로는 1957년에 순수 우리기술로 지은 최초의 수력발전인 괴산댐으로 생긴 호수가 너무 잘 어울렸다. 병풍처럼 드리워진 벼랑길에 친환경 공법으로 나무받침(데크)으로 산책로를 만들어 자연과 호흡하기 좋은 아름다운 길이다. 이런 곳을 많은 사람이 걸을 수 있도록 옛길을 복원한 괴산군에 고마운 생각이 들었다.

상큼한 봄바람을 맞으며 맑고 푸른 호수를 끼고 산모롱이를 돌아가며 생명의 힘찬 솟구침을 바라보며 걷는 많은 사람들의 얼굴에서 행복함을 느낄 수 있었다.

호수 쪽 소나무 숲에 ‘망세루’라는 전망대에서 호수를 바라보니 유람선이 지나가고 있다. 연리지, 노루 샘, 연화 담의 이름을 붙여 산책로의 재미를 더해주고 있다. 소나무 숲에 출렁다리를 만들어 놓아 놀이를 하며 길을 걷게 만든 아이디어가 돋보였다. 마치 줄사다리처럼 다리를 만들어 흔들리며 한바탕 웃을 수 있게 설계되었다. 아이들이 오면 재미있어 할 것 같았다.

앞에 가던 아내는 발을 굴러서 흔들며 좋아했다. 손자들과 함께 오면 좋아하겠다며 다시 오고 싶다고 한다. 호랑이 굴, 매 바위, 여우비 바위굴, 옷 벗은 미녀 참나무, 앉은뱅이 약수, 얼음 바람 골 등 자연그대로를 재미있게 감상하도록 적절한 이름을 붙여 지루함을 덜어주는 배려의 마음이 묻어났다.

중간에 넓은 공간을 만들어 쉬어가는 곳도 시골동네 마당을 연상시켰다. 호수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호수 쪽으로 돌출된 전망대도 재미있다. 오르막에 계단이 40개라고 ‘마흔 고개’라는 이름을 붙였고 쉼터에는 시 한수를 읽고 갈 수 있는 배려도 나그네에게 감명을 주는 공간이었다.

앉은뱅이 약수, 얼음 바람 골, 괴산바위, 괴음정, 다래 숲 동굴 등 옛길의 재미있는 이야기가 즐거움을 더해 주었다. 호수 쪽으로 길게 나간 고공전망대도 한 번씩 가보고 사진을 찍는 곳이다. 벼랑을 거의 지나 갈 무렵에 진달래 동산이 나타나는데 얇고 넓은 자연석에 시를 써서 이젤 바침에 얹어 놓아 꽃과 너무 잘 어울렸고 시심(詩心)을 느끼게 했다. 가재연못, 산딸기 길도 있고 좁은 계곡 옆에 큰 물레방아가 천천히 돌아가고 있어 시골의 정경을 느낄 수 있었다. 바로 옆에는 떡 매로 쳐서 인절미를 만들어 식혜와 함께 파는 가게엔 등산객이 봄비였다. 우리 일행은 떡과 식혜를 먹으며 과거로 돌아온 기분이었다. 농촌의 흙길을 걸어가니 홍매화가 소담스럽게 피어있었다.

우측으로는 작은 마을이 있는데 향토음식을 파는 집도 있었고 사당도 보였다. 좌측으로는 작은 선착장이 있어서 연세 드신 분들은 유람선을 타고 가는 분도 있었다. 평일인데도 봄나들이를 나온 관광객이 줄을 잇고 있었다.

실버들은 물이 올라 연녹색을 띄고 호수에 손을 담그려는 듯 바람에 흔들리는 풍경이 너무 아름다웠다. 산책로 언덕과 선착장 소나무 숲에는 그네를 만들어 놓아 전통놀이를 즐길 수 있도록 하였다. 사오랑 마을에서 산막이 마을까지 10리 길을 이렇게 아기자기하게 가꾸었을까? 나는 문득 아름다운 산막이 옛길을 계절이 바뀔 때 마다 찾아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국의 아름다운 곳에 옛길을 많이 만들어 관광객이 찾아오게 하는데 숲과 나무와 호수가 잘 어우러진 산막이 옛길은 테마가 있고 이야기가 있고 심신이 피로한 도시인들의 휴식처로 안성맞춤이다. 삶을 되돌아보는 고향의 어머니 품을 찾아가는 마음으로 구름처럼 밀려오는 탐방객이 줄을 잇고 있는 친환경 옛길로 되살아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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