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청주시 D-1년 주민 화합 한마당행사가 청주·청원의 많은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통합 분위기를 뜨겁게 달군 채 성황리에 끝났다. 전야제 행사에 앞서 지난 6월 22일 청원구에서 시작된 통합 청주시 주민 화합 순례대행진이 서원구와 흥덕구를 거쳐 29일 상당구에서 막을 내렸다.
소소한 일들이 오히려 몸을 더 지치게 하는 토요일 오후다. 하필 이런 날 꼭 참석해야할 일정이 겹친다. 중학교 동창생들이 모처럼만에 강원도 바닷가로 바람 쐬러 가는 날이다. 유혹만큼이나 고민이 컸지만 순례대행진 마지막 날을 순례단과 함께 하기로 했다.
청주의 외곽지역이지만 명암저수지에서 상당산성으로 가는 고갯길은 청주의 옛 역사와 문화, 미래의 꿈과 희망이 공존하는 산 교육장이자 휴식공간이다. 이곳에 국립청주박물관, 우암어린이회관, 청주동물원이 나란히 이웃하고 있다. 전국의 내륙지방에 폭염주의보를 내린 무더운 날씨였지만 순례대행진 출발지인 우암어린이회관은 나들이 나온 사람들이 많다.
이날은 순례대행진 행사를 주관하고 있는 청주삼백리와 충북산악구조대적십자봉사회를 돕기 위해 공군사관학교에서 여러 명이 동참했다. 행사에 참석한 사람들이 주차장에 모여 인사를 나눴다. 공군사관학교 박수철 대령의 거수경례가 믿음직스럽다. 박철규 강내면장, 시의회 김기동 의원, 도의회 장병학·김영주 의원의 인사말에 이어 순례단기를 전달한 후 ‘순례대행진, 출발!’을 크게 외치며 힘차게 발걸음을 내디뎠다.
오늘 순례단의 발길이 우암산 중턱을 지나는 순환도로를 시계 반대 방향으로 걸어 무심천체육공원에서 열리는 주민 화합 한마당행사장까지 이어진다. 순례단 행렬이 전국 최초로 개관한 국립민속옹기박물관을 지난다. 옹기의 색깔과 모양을 연상시키는 박물관의 외관이 독특하다. 상당산성 등산로에서 내려오는 등산객들을 만나고, 우암산과 상당산성을 잇는 동물생태로를 지난다.
감투 쓴 사람들 바쁘다는 핑계로 행사장에 잠깐 얼굴만 내미는 게 관례인데 청주시의회 김기동 통합추진위원장은 처음부터 끝까지 같이하며 사기를 북돋운다. 덕분에 순례단은 물론 아빠의 손을 잡은 어린 꼬마까지 발걸음이 가볍다. 어느덧 출발지에서 1.2㎞ 지점을 지난다.
1년 후로 다가온 통합 청주시에 대한 열망을 대변하듯 순례단의 발걸음이 빠르다. 우암산 정상으로 향하는 산길과 청주대학교로 가는 내리막길이 순환로를 좌우로 가로지른다. 길가에 서있는 공적기념비와 불망비를 지나면 시내의 전경이 한눈에 바라보이는 전망대가 가깝다.
전망대 아래편에 ‘카인과 아벨 촬영지’로 유명한 청주의 대표적인 달동네 수암골이 있다. 세상의 이치를 어떻게 작은 화폭에 다 표현할 수 있겠는가? 꼬불꼬불 이어진 골목길의 허름한 담장에 옛날 사람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담은 벽화가 멋지다. 원래 높은 건물이 많지 않은 중소도시라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수암골과 도심의 풍경이 평화롭다.
청주의 유일한 활터 우암정을 지나면 우암산 기슭에서 시내의 중심가를 내려다보고 있는 삼일공원을 만난다. 인구와 경제력에서 3%대를 유지하고 있지만 3.1운동을 이끈 민족대표 33인 중 여섯 분이 충북 출신이다. 의암 손병희 선생을 비롯한 다섯 명의 동상과 한 개의 좌대가 충청북도가 충절의 고장임을 알린다. 순례단 행렬이 걸음을 멈추고 동상 앞에 고개 숙여 묵념을 한다.
시내로 들어선 순례단 행렬이 사람들의 관심사다. 어떤 행사인지 물어보며 같이 걷기도 한다. 충북교육과학연구원과 상당공원을 지난 후 시내의 중심가를 가로지르는 사직대로를 통해 청주대교사거리에 도착했다.
하나의 길이 여러 갈래로 나눠졌다가 다시 하나로 이어져 같은 목적지를 향하기도 한다. 통합 청주시 시대를 맞아 주민이 하나 되어 상생하는 방법을 길에서 찾아보는 게 이번 순례대행진의 목적이다. 우암어린이회관부터 같이 고생했던 순례단이 이곳에서 둘로 나뉜다. 상당구와 서원구는 남사교에서 한범덕 청주시장, 흥덕구와 청원구는 제1운천교에서 이종윤 청원군수가 통합을 염원하는 시민들과 함께 만장기와 깃발을 들고 주민 화합 한마당행사장까지 행진한다.
소가 누운 모습을 하고 있어 와우산으로도 불리는 청주의 진산 우암산, 청주의 옛 지명 주성을 상징하는 아름다리(서문다리) 조형물, 시민들의 생활공간으로 역사와 문화가 살아있는 무심천의 물길이 자랑스럽다.
무심동로를 걸은 순례단이 만장기와 깃발을 높이 들고 남사교를 지난다. 남사교 아래편은 순례단과 같이하려는 시민은 물론 한범덕 청주시장과 청주의 내로라하는 인물들이 몰려들어 인산인해다. 이곳이 지역구인 김기동 통합추진위원장은 남사교 생긴 이래 제일 많은 인원이 모였다고 흐뭇해한다.
7시가 되자 선두의 풍물단이 풍악으로 흥을 돋우며 사뿐사뿐 발을 내디뎠다. 상당구·서원구 만장기와 순례단 깃발을 앞세운 행렬이 끝없이 이어진다. 통합 청주시에 대한 기대감 때문에 무리지어 걷는 사람들의 표정이 밝다. 서문다리와 서문대교를 지나자 길게 이어진 행렬을 예쁜 꽃과 물을 내뿜는 분수가 반긴다.
만장기와 깃발을 앞세운 순레대행진 행렬이 주민 화합 한마당행사장에 도착하자 기다리고 있던 시민들이 함성과 박수로 맞이한다. 취재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통합 청주시 4개 구를 상징하는 만장기를 한범덕 청주시장과 이종윤 청원군수, 임기중 청주시의회의장과 이의영 청원군의회의장, 조국현·이수한 주민화합추진협의회 공동회장에게 전달한 후 청주시장과 청원군수의 자필이 담긴 순례단기와 수기를 전시했다. 이어서 통합 청주시 발전기원 주민 화합 한마당이 '청원아! 청주야! 더 높이 날자!'를 주제로 화려하게 펼쳐졌다.
주민자율형 첫 통합이라 1년 후 탄생할 통합 청주시에 거는 기대가 크다. 중부권 핵심도시로 거듭나려면 갈 길이 바쁘다. 서로 발목잡기하며 천길 만길 낭떠러지 만들기보다는 막힌 길을 뚫고 새로운 길을 내며 지역과 도농의 통합을 넘어 시대와 세대까지 어우르는 통합을 이뤄내야 한다.
이종윤 청원군수나 한범덕 청주시장이 '통합 청주시의 미래는 주민들이 꿈꿔야 한다'는 마인드를 갖고 있어 다행이다. 통합 청주시로 출범하는데 앞장섰던 이시종 충북지사, 한범덕 청주시장, 이종윤 청원군수에게 박수를 보낸다.
하지만 세상에 어디 평탄한 길만 있겠는가. 곳곳에 암초도 있고, 험난한 길이 지루하게 이어지기도 한다. 말이 앞서거나 얼굴만 내세우는 사람들이 일을 그르치기도 한다. 그런 때일수록 숨은 일꾼과 숨은 봉사자가 필요하다. 이번 통합 청주시 주민 화합 순례대행진을 앞뒤에서 이끌며 고생한 충북산악구조대봉사회와 청주삼백리 회원들은 인근의 해장국집에서 서로의 노고를 칭찬하며 조촐하게 행사를 자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