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고 있는 용암동은 청주시내의 동쪽에 위치하고 인구가 64000여명 되는 신도시이다. 인근의 청남초등학교에 근무하던 20여 년 전만해도 이곳은 아이들과 소풍을 가던 야산이었다. 길가에 다랭이 논이 많았고 산에는 고구마 등 구황작물을 심은 밭이 드문드문 있었다.
용암동 주변에 김수녕양궁장, 이정골저수지(용정저수지), 용정축구공원, 명암저수지 등 시민들이 짬을 내어 여가생활을 즐길 수 있는 곳이 많다.
상당구 용정동의 낙가산 아래편에 김수녕양궁장이 있다. 이 양궁장은 청주여고 1학년 때 국가 대표로 처음 출전한 1987년 국제양궁대회에서 세계 신기록을 세우며 2관왕에 오른 것을 필두로 ‘88 서울올림픽’ 2관왕, ‘89 세계양궁선수권’ 전관왕 등 세계 최고의 여궁사로 군림했던 충북 출신 김수녕 선수의 공로를 기리기 위해 조성되었다.
국제양궁연맹(FITA)이 공인한 김수녕양궁장은 도내 양궁 꿈나무선수들의 요람으로 각종 도내 및 국내외대회 개최 및 전지훈련장소로 한국양궁의 메카로 자리 잡았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부터 금메달 행진을 이어가며 현재 국내 간판급 양궁 스타인 임동현 선수를 배출한 곳이기도 하고, 잔디운동장과 이동식 축구대‧우레탄 트랙‧낙가산 등산로‧용정산림공원 등 다목적시설 설치로 시민생활체육과 가족단위 여가선용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곳에 가면 생각나는 사람들이 있다. 김수녕 선수를 충주 대미초등학교 4학년 때 발굴해 지도한 대학 동기 김홍교. 양궁 선수출신으로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며 불모지나 다름없던 충북 양궁의 위상을 전국에 알린 선구자였다.
또 한 명의 운동선수 김소영. 김수녕의 청주여고 1년 선배로 여고 1학년이던 1986년, 서울아시안게임 개막을 불과 20여일 앞두고 이단평행봉에서 추락하여 1급 장애인이 된 비운의 체조선수다. 체조 유망주로 금메달을 기대했었고, 초등학교 교사였던 아버지와의 인연으로 꼬마였던 어린 시절 괴산 송면의 집에서 본적이 있기에 더 안타까워했었지만 장애를 극복하며 밝게 살아가는 모습에 박수를 보낸다.
청주에 사는 강태공들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낚시터가 바로 이정골저수지로 불리는 용정저수지이다. 김수녕 양궁장과 이웃하고, 신시가지와 것대산의 사계절을 감상할 수 있으며, 길가에서 순치명석불입상의 아름다운 미소도 만난다. 제방 너머로 보이는 아파트, 물 위에 비친 석양, 여가를 즐기고 있는 강태공들이 새로운 풍경을 만든다.
이정골저수지에서 산길을 따라가면 동부순환로 옆 산자락에 용정축구공원이 있다. 청주는 최순호, 이운재 등 스타 선수를 배출한 고장이다. 축구공원이 축구 붐 조성에도 기여하고 있다.
1990년대 초반까지 청주시내의 쓰레기를 매립하던 곳에 만든 축구공원은 인조잔디 축구장 3면, 풋살경기장 1면, 관람석 1200석 규모다. 국제 규격의 경기장은 조명탑이 있어 야간 경기가 가능하고 탈의 및 샤워실, 화장실, 주차장 등 편의시설을 고루 갖췄다. 주변의 산책로가 아름다운데 축구공원 옆에 골프장, 배구장, 족구장, 배드민턴장, 게이트볼장, 체력단련장, 어린이놀이터, 야외무대도 있다. 축구공원 뒤편의 산책로는 고개 너머 이정골 방죽을 거쳐 김수녕양궁장으로 연결된다.
용정축구공원에서 1㎞ 거리에 명암방죽으로 불리는 명암저수지가 있다. 90여 년 전 상당산성에서 명암약수터 골짜기를 타고 흘러오는 물을 가둬 아래편의 농경지에 물을 공급하기 위해 만든 저수지다. 지난 8월 26일 SBS ‘일요일이 좋다’의 런닝맨 아이돌특집을 이곳에서 촬영했을 만큼 지금은 유원지로 시민들의 쉼터가 되고 있다.
청주의 생김새가 물 위에 떠 있는 배를 닮아 '주성(舟城)'이라 했다. 명암타워는 옛 지명 주성의 돛대를 상징하는 건물로 그랜드볼룸을 비롯한 회의장과 스카이라운지, 전시실, 식당, 주차장 등을 갖추고 있다. 거울같이 맑은 물에 비친 명암타워, 바람 따라 떠다니는 오리 떼, 연인들이 사랑이야기를 나누는 오리배가 한 폭의 수채화를 만들며 물가의 산책로를 걷는 사람들에게 구경거리를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