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각급 학교가 새봄을 맞아 일제히 새 학년, 새 학기를 힘차게 시작했다. 유·초·중·고·대학을 막론하고 교정에 호라기가 넘쳐나고 있다. 그 학생들의 활기한 열기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여는 활력소라는 생각을 해본다. 학생, 교원, 학부모들도 큰 꿈을 안고 새 학년도를 맞았다. 모든 이들이 꿈과 희망으로 부풀어 있는 즈음이다. 매년 작심삼일의 용두사미를 반복하지만, 그래도 새해, 새 출발은 누구에게나 설렘과 희망을 주고 있다. 꿈이 없는 사람은 죽은 사람이라는 갈파한 철학자의 탁견도 성찰해 보아야 한다.
사실 학생들뿐만이 아니라 교원들은 교원대로, 학부모들은 학부모들대로 제자들과 자녀들에 대한 기대에 부풀어 있다. 새학년도에는 으레 새로 만난 제자들과 올 한 해 이룰 목표와 할 일 등에 대해서 큰 그림을 그리는 교원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아울러 자녀들을 진학, 입학, 진급시킨 학부모들은 ‘고슴도치 사랑’처럼 자기 자녀에 대한 극진한 사랑과 관심을 갖는 시기이다. 더러는 그 사랑과 관심의 도가 지나쳐서 교권 침해를 하거나 버릇없는 자녀를 만드는 역기능을 야기하기도 한다.
주지하다시피 세계에서도 교육열이 가장 높은 나라가 바로 한국이다. 대입 진학률도 세계에서 수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오직 자기 자식만이 최고이고 탁월하다는 경사된 시각으로 자녀들과 세상을 바라보아서 사회 문제가 되기도 한다.
물론 자녀가 공부를 잘하기를 바라는 자체를 뭐라 논할 사람은 없지만, 지나치게 무조건 모든 배움을 경쟁으로 치부하여 남보다 앞서야 한다는 과욕이 더러는 일을 그르치기도 한다. 자기 자녀가 다른 아이들과 더불어 살고, 어울려 지내면서 집단 지성, 협동심, 단결심, 사회성 등을 배양하는 것이 아주 중요한 덕목이고 가치인데, 이를 망각하고 무조건 경쟁을 하여 이겨야 한다는 학부모들이 대부분이어서 큰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오늘의 청소년들은 작은 성인이 아니고 부모의 축소판이 아니다. 헉생, 청소년들이 각각 존귀한 인권과 인격을 갖고 있는 소중한 개체이다. 따라서 자녀들을 부모의 입장에서 바라보아서는 안 되고 자녀들의 눈높이와 수준에서 바라보아야 한다.
최근 입법화된 선행학습 금지법인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도 따지고 보면 학부모들의 지나친 사교육 의존에서 비롯된 것이다. 학생들에게 학원 수강, 과외 수강, 개인 지도 등을 규제하여 결국 사교육비를 경감하고자 하는 강제법인 것이다.
새 학년을 맞아 희망을 갖고 의욕적으로 불발한 학생들에게 억지 공부보다는 공부를 좋아하고 즐기는 공부에 충실하도록 돌봐주어야 하는 게 교원들과 학부모들의 책무이다.
논어에 나와 있듯이 '잘 아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만은 못하다'(子曰 知之者不如好之者 好之者不如樂之者)라는 말의 의미를 재음미하여야 할 것이다.
학부모들도 자녀들에게 공부를 잘하게 한다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공부하라'고 우이독경을 하지 말고 ‘하고 싶은 것을 하라’고 권장하여야 한다. 자신의 꿈과 끼를 찾아 이를 더욱 발전시킬 수 있도록 돌봐주어야 한다. 국민행복교육도 결국에는 학생들이 좋아하는 것,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하는데서 출발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다른 사람들과 겨뤄서 항상 일등만하라고 압박하기보다는 다른 사람과 협동하여 함께 어울리고 더불어 사는 삶의 지혜를 가르치고 배우는 것이 아주 중요한 것이다. 일등으로 가는 방법이 아니라, 함께 가는 지혜를 가르기고 배워야 한다.
학부모들은 자녀들에게 어려서부터 자신이 어떻게 삶을 영위해야 하는지 세상을 살아가는 자세를 먼저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기초 기본을 충실하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공부이고 모든 교육의 기초 기본인 것이다. 공부가 물건이라면 그 물건을 담을 그릇부터 크게 키워야 한다는 말이다. 또 학교가 가고 싶은 곳으로 각인시키는 것이 향학열을 일깨워 주는 길이다. 자녀에게 학교가 좋은 곳이 되려면우선 가고 싶은 학교가 되어야 하고 그 가운데서 스승이 존경스럽고 친구들이 살갑고 사랑스러워야 한다.
방향을 약간 바꿔 자녀들에게 급우들과의 인간관계부터 돈독히 할 수 있도록 지도한다면 결코 그들도 힘들어하거나 듣기 싫어할 리 만무하다. 물론 선생님을 존경하는 아름다운 모습과 자세 역시 아무리 강조해도 넘치지 않을 것이다. 스승을 존경하는데서 친화감이 형성되고 학습에 대한 열의와 의욕이 배가되는 것이다.
결국 새 꿈에 들떠 있는 자녀들에게 학교가 가고 싶은 좋은 곳으로 알도록 하고, 친구가 나를 반겨주는 인간관계를 돈독하게 하는 길이 곧 더 큰 공부를 하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2009 개정 교육과정의 두 꼭지인 교과와 창의적 체험활동도 기초 기본을 튼실히 하는데서 그 교육 효과를 달성할 수 있는 것이다. 진학, 진급, 입학하여 기초 기본인 필수 학습요소와 핵심 역량 함양을 소홀히 하면 결국 상급 학년, 상급 학교에 올라갈 학습 결손으로 어려움을 겪을 것임은 명약관화한 것이다.
특히 일선 학교 교사들과 학부모들도 제자와 자녀들이 하고 싶은 일, 하고 싶은 일을 담담하게 수행하도록 소통하고 배려하여야 한다. 학생들에게 돈보다 중요한 것, 성적, 점수보다 더 주요한 것이 바로 함께 더불어 어울려 사는 아름다운 삶이라는 점을 깨닫게 해야 하는 것이다. 특히 학생, 교원, 직원, 학부모 등 교육공동체 구성원들도 학생들이 큰 꿈과 비전을 갖고 이를 현실로 승화시킬 수 있도록 이끌어주어야 할 것이다. 학부모들을 비롯한 다양한 영역의 사람들도 학생들이 꿈과 끼를 실천하여 발현하도록 해야 한다. 첫 단추를 잘 꿰어야 올 한해가 아주 행복하고 보람 있는 한해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