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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이제 우리 모두의 잘못임을 인정하자

요즘 대한민국에서 사는 것이 참 무섭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어른들은 삼풍백화점과 성수대교에서 목숨을 잃었고, 어린이들은 부실한 수련원에서 죽었고, 중고등학생들은 수학여행과 해병대 캠프에서 죽었고, 대학생들은 MT가서 목숨을 잃었으니 결코 틀린 말은 아닐 것입니다. 요행히 이 모든 사고를 모두 피하고 살아남으면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고 있으니 정말 할 말이 없습니다.

생각해보면 우리나라에는 참으로 많은 사건이 일어납니다. 사건이 없는 나라가 이 세상 어디에 있겠습니까만은 사고가 난 순간, 어떻게 판단하고 대처하느냐에 따라 수많은 사람의 생사가 갈리니 그야말로 참담한 심정입니다.

왜 엄연히 자기가 담당해야할 일이 있는 사람들이 일이 터지면 자신의 업무를 태만히 하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습니다. 일이 터질 때마다 잘못된 것을 시정하고 수정하여 차근차근 적어놨다가 혹여 또 다음번에 일이 터지면 먼저의 일을 교훈 삼아 처리하면 될 것을 우리는 매번 그러한 교훈은 놓치고 오늘과 같은 참사를 다시 불러옵니다.

그리고 매번 참사가 발생할 때마다 공무원들의 어이없는 행동도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왜 안전행정부의 고위공무원은 진도에 가서 기념사진을 찍으려고 했을까. 왜 또 장관은 진도체육관에서 라면을 먹어야만 했을까. 자식을 잃고 땅바닥에 쓰러져 물 한 모금을 넘기지 못하는 실종자 가족들 앞에서 꼭 그 라면을 먹어야했을까. 더구나 꽃다운 학생들이 죽거나 실종된 현장인데….

하늘처럼 떠받들어야할 승객들을 내팽개친 채 자기 혼자만 살겠다고 제일 먼저 배에서 도망친 세월호 선장은 왜 그런 파렴치한 짓을 했을까. 수백 명이 바다에 가라앉는 것을 한 시간 동안이나 뻔히 바라보면서도 구해내지 못한 대한민국 국민들은 왜 또 그랬을까.

사자성어 중에 ‘복지부동’이란 말이 있습니다. 땅에 납작 엎드려 꼼짝도 하지 않으면서 몸을 사리는 공무원들을 두고 하는 말입니다. ‘무사안일’이란 말도 있습니다. 큰 탈 없이 편하고 한가롭게 자리만 보전하면 되는 것을 뜻하는 말입니다. 대통령께서도 이런 공무원들을 반드시 퇴출시킨다고 공언했지만 그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것입니다. 우리 사회 곳곳에 워낙 뿌리 깊게 박힌 고질병이라 하루아침에 일소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지금 대한민국 국민 모두는 죄인이 된 기분입니다. 아무 것도 손에 잡히지 않고 밤에 잠도 이룰 수가 없습니다. 눈만 뜨면 숨져간 어린 학생들이 불쌍해서 그저 눈물만 납니다. 어른들의 말을 너무 잘 들어서 희생된 착한 학생들 때문입니다. 그 자리에 꼼짝 말고 있어라, 그래야 안전하다를 외치는 어른들의 말에 학생들은 그 약속을 믿고 가라앉아가는 배안에서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어른들은 그 말에 대한 책임도지지 않았고 또 구해주지도 않았습니다. 결국 수많은 학생들이 어이없는 죽음을 맞았습니다. 말을 했으면 목숨을 걸고 약속을 지켜야 했습니다. 그리고 반드시 구해줬어야 했습니다. 그게 어른 된 자들이 인간으로서 갖추어야할 최소한의 예의가 아니었을까 생각해봅니다.

이제는 정말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서는 아니 됩니다. 정말정말 이번이 마지막이어야 합니다. 만약 이후에 또다시 이런 참사가 발생한다면 우리들은 이 나라를 지탱할 자격이 없는 사람들입니다. 이는 누구 한 사람의 잘못이 아니라 바로 우리 5천만 국민들 모두의 잘못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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