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6월 <다시, 학교를 디자인하다>라는 책을 저자인 한상준 교장으로부터 직접 받았다. 가까이 위치한 곳에서 인문계 고등학교를 운영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그 진실성을 기록한 교육 문화의 기록을 통해 한상준 교장의 교육 철학과 하고자 했던 것들을 다 완성하지 못한 아쉬움을 엿볼 수 있다.
누구나 삶을 살아가는 과정에서 문제의식을 갖고 살아가고 있지만 그는 일찍부터 학교의 변화에 대한 갈망을 안고 몸으로 부딪치며 살았던 교직 동료이다. 특히 교장 임기 8년을 마치고 지금은 가까운 고교에서 학생들의 상담을 중심으로 아직도 현장을 지키고 있으며, 바닷가의 몽동처럼 탄탄하고 거무스름한 모습은 깔끔하게 단장한 교사의 모습보다는 항상 아이들에게 가까이 다가서기 위해 소탈한 모습으로 준비하는 자세이다.
한국사회가 민주화되는 과정에서 그는 직접적으로 여러 고통을 겪으면서도 교육에 대한 꿈을 버리지 않고 교직을 마지막 까지 지키기 위하여 몸부림 친 흔적을 엿볼 수 있다. 무엇보다 솔직한 그의 삶을 가까이서 지켜본 사람들은 함께 근무한 교사들이다. 그러나 그가 교사와의 다른 지위인 교장의 위치에서 역할을 수행하려고 하는 과정에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음을 솔직하게 시인하고 있다. 인간적이 아름다움이 엿보이고 이는 매우 바람직한 관리자의 모습이다.
우리는 어떤 일을 하고자 할 때 많은 사람들의 분위기와 눈치를 살피면서 진행한다. 그러나 교장 한상준은 학교현장에서 먼저 어떤 것이 학생을 위한 것인가를 생각하는데서 항상 출발하고 있다. 그 생각이 새롭기 그지 없다. 그리고 너무 오랫동안 굳어버린 교육관료제 하에서 새로운 일을 추진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가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다양한 삶을 체험하면서 느낀 문학적 소양은 뛰어나 많은 사람들을 사로잡을 만큼 정감이 있으며, 이런 소양이 아이들과 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믿는다. 그의 교직활동에서 눈에 띄는 부문은 학생 자치회의 활성화를 위한 노력이라 생각된다. 그래서 이를 위한 예산을 편성하여 학생 스스로가 자신의 삶을 가꾸어 갈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한 것이다. 세상 어느 삶의 장이라 할지라도 남이 시키는 일만 하면 이 얼마나 지루한 일인가. 이런 지루함이 아닌 학생 스스로가 삶의 주체가 되 수 있도록 학생 중심의 체육대회 등 아이들을 믿고 맡기는 일을 시작한 것이다.
어른의 관점에서 보면 아이들에게 학교에서 중요한 업무를 맡긴다고 하는 것은 상당한 부담이 따른다. 그러나 실제로 아이들에게 이 일을 담당하도록 준비를 시키면 의외로 잘 하는 것을 보았다. 넘어져 본 아이가 일어설 줄도 안다는 아이들에 대한 신뢰가 아이들을 올바른 시민으로 성장시킬 수 있다고 믿는다. 학교는 학생들에게 교사가 지켜보는 가운데 실패를 경험할 수 있도록 기회를 보장하여야 할 것이다. 우리는 지나치게 아이들에게 맡기는 것을 두려워하지는 않은지? 이제 매끄럽게 진행이 안 될 것을 알면서도 아이들에게 더 기회를 제공하는 여유를 교사, 교감, 교장들이 가져야 할 것 같다.
그는 또한 전남의 교육현실에 대한 실상을 잘 알고 있다. 교육위원 활동으로 그 폭을 넓혀갔으며, 전남에서 유일한 공립 대안고등학교 설립을 위하여 집중을 하였다. 이같은 과정에서 그는 한국교육의 어려운 점을 파악하였으며, 그 대안을 제시하고자 노력하였다. 그는 학교교육이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 이유는 아이들이 너무 빠르게 변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 변화되어 가는 아이들의 행동양식을 견인할 수 있는 교육정책의 개발에 관심을 모으자고 호소한다.
또한 세상의 빠른 변화에도 학교는 꿈쩍도 않고 있으니 질타의 대상, 동네 북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염려이다. 사회는 사회의 시각으로 학교를 보고, 학교는 학교 나름의 전통적 관점에서 교과서의 지식 전수하기에 급급하다는 지적이다. 이제 학교가 달라져야 한다는 그의 외침은 바로 이 <다시, 학교를 디자인하다>를 통하여 현장으로 흘러들어 가고 있다. 이번 전남교육연수원에서 6월 16일부터 실시하는 '행복교육실현 교육환경 가꾸기' 과정에서 다수의 학교장들이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 볼만한 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학교가 학교다워지기 위하여 과감한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내부적 힘은 어디에 있을까 그것은 교사들의 아이들을 위한 사랑과 열정이 아니고는 답을 찾기 어렵다. 이를 뒷받침할 교육부의 현장의 소리를 반영한 정책의 산출이 필요한 시점이다. 무엇보다고 학교교육의 유연성, 역동성, 창발성을 작동시킬 수 있도록 학교의 위치가 달라져야 함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