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신화는 알프스 산맥 이남 지중해 지역에서 생겨난 그리스 신화와 알프스 산맥 이북의 광범위한 유럽지역에 퍼져 있는 북유럽 신화가 있다. 그런데 그리스 로마 신화는 큰 인기를 누리지만, 그에 못지않게 재미있는 북유럽 신화는 대중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최근 반지전쟁, 호빗, 해리포터 등과 같은 소설, 영화 등의 문화 콘텐츠에 힘입어 많은 관심을 끌게 되었다. 북유럽 신화에서 주를 이루는 것은 신들과 거인, 난쟁이들이 서로 대립하며, 수많은 형태의 내기, 겨루기, 보물, 모험 등이다.
1. 신과 거인의 조상
태초의 거대한 생명이 탄생하니 태초 거인 이미르와 거대한 암소 아우둠라 한 마리가 저절로 생겨난다. 태초 거인 이미르는 아우둠라의 젖을 먹고 살았다. 암소는 소금기 섞인 돌을 핥고 살았다. 암소가 소금 돌을 핥자 남자 부르(Buri)가 생겨나고 그가 신들의 조상이다. 그는 아내도 없이 혼자서 아들 ‘뵈르’를 낳았다. 뵈르는 뒷날 거인 여인 베스틀라와 짝을 이루어 오딘, 베, 빌리 세 아들을 낳는다. 그리고 태초 거인 이미르는 젖을 먹고 열심히 잠을 자면서 계속 거인들을 낳았다. 뵈르의 아들들은 거인들이 이렇게 많아지자 거인 이미르를 죽였다. 이때 거인의 몸에서 엄청나게 많은 피가 흘러나와 그 피가 바다가 되었고 이 바닷물에 파묻혀 거인들도 모두 빠져 죽었다. 오딘과 형제들은 죽은 이미르의 몸으로 이 세계를 만들었다. 이미르의 뼈는 산과 낭떠러지가 되고 작은 뼈와 이빨은 돌덩이가 되고 머리카락과 털은 나무와 풀이되었다. 신들이 두개골을 땅에 덮어씌워 하늘을 만들고, 뇌수를 공중에 흩뿌리자 구름이 됐다. 죽은 이므르의 살 속에 생겨난 구더기로 난쟁이를 만들었다. 난쟁이들은 땅속에 살면서 귀한 돌을 가공하여 보물을 만드는 대장장이가 된다.
2. 세계를 지배하려는 신들의 다툼
북유럽의 신들은 크게 보아 바네(Die wanen)족과 아제(Aesn)족 두 혈통으로 나뉜다. 바네가 더 오래된 신들로 생각되는데 이들은 농업과 풍요의 신이다. 이에 비해 아제는 농업과 풍요와도 관계있지만, 주로 전쟁과 관계있는 신들이다. 흔히 최고신으로 꼽히는 오딘이 바로 아제를 대표하는 신으로 지혜와 전쟁의 신이다.
대표적인 바네 신으로는 프라이와 누이동생 프라야, 그리고 바다의 신 뇨르트 등이 있다. 이들 셋은 신들의 전쟁 후 아제 신들에게 넘어간다. 오딘과 토르로 대표되는 아제 신들은 바네의 신보다 훨씬 더 사납고 전투적이다.
3. 외눈박이 지혜의 신 오딘
오딘은 세계를 난 다음 인간을 만들고 위험한 거인들에게서 인간을 보호하기 위해 중간에 자리 잡게 한다. 미트가르트(중간계), 아트가르트(하늘세계), 요툰하임(거인세계)가 있다.
오딘이 만든 세계 한가운데에는 거대한 물푸레나무 한 그루가 자라고 있다. 나무줄기가 하늘로 솟아 아스가르트 위로 뻗어있다. 이 세계나무를 이그드라실 이라 부르고 세 군데 샘물이 뿌리를 적시고 있다. 그 중 요툼하임에 있는 지혜의 샘에는 세상에서 가장 지혜로운 거인 미미르가 지켰다. 오딘은 젊은 시절 지혜를 얻고자 미미르의 샘물을 마시기 위해 한쪽 눈을 내놓고 마신다. 결국, 큰 지혜가 필요한 오딘은 곧 큰 희생을 치르고 마음껏 지혜의 샘물을 들이마셔 가장 지혜로운 신이 된다.
4. 거인들과 사우는 천둥의 신 토르
토르는 오딘의 아들로 농업의 신이다. 토르는 산악거인, 서리 거인, 얼음 거인을 때려죽여서 자연을 극복하고 사람이 살 수 있는 환경으로 만들어주는 신이다. 붉은 수염에 엄청나게 큰 체격과 힘이 좋고 욱하는 성질이 있어 이따금 경솔한 판단을 내리기도 한다. 토르가 억센 힘으로 거인들과 싸울 때는 사나운 숫염소 두 마리를 타고 번개와 천둥이 몰아치듯 쇠망치 묠니르를 휘두른다. 토르의 쇠망치는 스칸디나비아 사람들 사이에 행운과 보호를 상징하는 장신구로도 쓰였으며, 결혼식의 축복을 위해서도 쓰였다.
5. 보물을 중개하는 신 로키
불의 신 로키는 호기심 많고 아는 것도 많고 참견하기를 좋아하여 말썽에 휘말리고 결국 아스마프트의 귀찮은 일을 해결하여 아주 쓸모가 많으면서도 언제나 신들의 미움을 받는다. 세계 여러 신화에서 가장 말썽을 일으키는 존재인 트릭스터이다.
아스가르트 신들의 보물은 모두 로키의 중재로 토르의 망치, 오딘의 창 궁니르 등이다.
그리스 신화에서 주로 드러나는 신들의 오만함보다는 북유럽의 신화에서 신들은 경솔하기도 하고, 약속을 반드시 지키고 그 대가를 치르는 모습이 매우 인간적이다. 특히 오딘은 지혜를 얻기 위해 자신의 한쪽 눈을 내어 놓은 모습이 참 매력적이다. 우주에는 공짜 점심이 없다는 말이 생각나는지는 알 수 없다. 무엇인가 얻게 되면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해야하는 것이 신이든 인간이든지 불변의 철칙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