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운동에 자기가 실제로 하지 못하면 재미가 붙지 않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내가 잘 하지는 못하지만 보는 것이 즐거운 게임이 바로 야구이다. 다른 게임은 처음부터 시작하여 마지막까지 큰 변화가 없는 연속선상에 있다. 처음에 이기면 다음에도 이기기가 쉽다. 하지만 야구만큼은 9회말 투아웃에도 경기를 뒤집을 수 있다. 공부도 과거에는 고등학교 1,2학년 때까지 게을리 하다가 고3이 되어서야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열심히 공부해서 명문대에 합격한 사례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이런 기적을 일으킬 확률은 훨씬 더 낮아졌다. 아무리 머리가 좋고 정신을 집중한다고 해도 1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노력해서는 중학교, 아니 초등학교 때부터 준비한 아이들을 결코 넘어설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부의 의미를 알지 못하지만 부모에 이끌려 가는 것이 아이들의 삶이 아닌가?
“고등학교 1학년 때 치른 모의고사 성적이 바로 수능 성적이다.” 자칫 각오를 다진 학생들에게 찬물을 끼얹는 일이 될 수 있어서 조심스럽다. 하지만 1년의 준비로 수능을 치르기란 무척 힘들다는 것이 솔직한 답이다. 단기간에 아무리 열심히 공부한다고 해도 자기가 열심히 달려서 좁혔다고 생각한 거리만큼 다른 학생들 또한 앞서 있기 마련이다.
특목고와 일반고의 실력 차이는 고1 첫 모의고사에서 확연히 나타난다. 특목고 아이들은 중학교 시절부터 국·영·수를 심도 있게 공부하며 실력을 키운 학생들이다. 이런 학생들과 일반고 학생들의 차이는 프로와 아마추어만큼이나 난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고1 첫 모의고사 성적이 수능 점수라고 하는 것이다. 앞으로 고1이 되어서 치르는 첫 번째 모의고사에서 학생들의 실력이 판가름 나는 현상은 더욱 심해질 것이다.
외고나 과학고 같은 특목고 입시에서 탈락하는 학생 가운데 상당수를 자율고가 흡수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반고의 수업 진행은 이전에 비해 답답할 정도로 느리고 수준도 낮을 것이라는 사실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의 처지를 운명의 탓으로 돌릴 필요는 없다. 그 순간 자신이 비겁자임을 증명하는 것이다. 공부에 전력투구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상황을 초래한 것이다.
이러한 어려움에서 벗어나서 좋은 학습 습관을 키운다면 자신의 진가는 더욱 빛날 수 있다. 9회말 투아웃, 뒤진 상황에서 홈런 한 방으로 승리를 거머쥐는 것처럼 자신의 인생을 바꾸고 저력 있는 사람으로 만드는 것은 오로지 학생 자신이다.
‘영어 격차’가 ‘인생 격차’라는 말은 엄살이 아니다. 예전과는 달리 영어에 뛰어난 학생들이 정말 많다. 수능 영어가 쉬워지면서 만점자자 많아져 혼란이 예상된다. 이번 2014년에 친 시험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전문직에 진출하기 위해서도 영어는 필수적이다. 사법고시·행정고시 등은 영어 공인시험을 인정하고 있는데, 고시생들이 영어 듣기가 되지 않아 다시 공부하는 것도 낯설지 않은 모습이다. 의치학전문대학원은 이보다 높은 수준을 요구한다. 로스쿨의 경우는 최저점이 이보다 높고, 치열한 경쟁을 감안하면 훨씬 높은 수준이어야 한다.
잉글리시 디바이드(English Divide, 영어 격차)라는 말은 이제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영어 구사 능력에 따라 직장에서의 업무가 달라지고, 나아가 진급과 소득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이같은 현상은 법조계나 의료계 등의 전문직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세브란스병원에 근무하는 한 의사는 외국 병원과 협약을 맺을 때마다 중심 역할을 한다. 의료계뿐 아니라 법조계도 마찬가지이다. 과거 사시 합격생들은 연수를 마치면 국내 공공기관, 기업체, 언론사 등을 선택했지만 지금은 상당수 연수생이 국제기구와 외국 로펌의 인턴 자리로 나간다. 영어를 원어민 수준으로 구사하지 못하면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국제화 시대에 영어에 능통하지 않으면 활동 영역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이제 영어는 명문대 입학은 물론 미래의 소득과 지위를 결정하는 잣대 중 하나인 셈이다. 오늘날의 사회는 다양한 인종과 국경을 초월하여 소통하는 글로벌 사회이다. 이러한 사회에서 글로벌 리더가 되기 위해서 영어 실력은 필수적이다. 하지만 아무리 영어를 잘하더라도 글로벌 마인드로 무장하지 않으면 인정받지 못한다.
수능의 외국어영역도 언어영역에서 필요로 하는 사고력이 뒷받침되지 못하면 최상위권이 되지 못한다. 단순히 영어만 잘하는 것 이상으로 자신의 생각을 설득력 있게 표현할 수 있는 사고력과 화술이 뒷받침되지 못하면 성공할 수 없다.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독서와 문화 체험이 필수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