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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방

클래식을 통해 본 근대 유럽의 내면 풍경

12월은 매우 분주한 달이다. 이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마지막을 결산하려는 모임들이 많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시작하여 이번이 세번째 강좌이다.성공회대 교수이며 문화평론가인 정윤수 교수의 '클래식을 통해 본 근대 유럽의 내면 풍경'이라는 주제로 CEO 및 Leader 인문학 강좌가 오늘 아침 7시부터 있었다.

우리 나라 보통교육 수준의 사람들은 바흐라는 음악가를 알고 있을 것이다. 바흐는 1685년 작센에서 태어나 인류 역사에 위대한 유산을 남긴 음악사의 거장이다. 그를 올바르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당시의 시대적 배경을 살펴 볼 필요가 있다. 그의 음악을 통하여 시대를 듣는 것은 그렇게 흔한 기회가 아니다. 또 그가 살았던 삶을 들여다 보아야 그의 음악이 제대로 들려올 것이다.

인류사의 300여년 전은 전기가 없었으며, 자세히 말하자면 자연현상으로의 전기는 있었지만 이를 사용할만한 과학기술이 없었다. 지금은 오디오 기기가 있어 듣고 싶은 음악을 마음대로 들을 수 있었으나 300여년 전만 하여도 미사, 장례 같은 의례가 있을 때 살아 움직이는 인간이 오늘날의 오디오가 되어 현장에서 직접 연주를 해야만 했다.

궁정이나 교회에서 음악가들의 지위는 상당히 낮아 하인층에 속하였다. 요리사 보다는 아래, 시종보다는 위, 그 어디쯤에 속했다. 고용주가 요리를 좋아한다면 음악가는 요리사 만큼도 대접을 못받았을 것이다. 음악가 하이든도 대부분의 시기를 고용인으로 지냈으며  일하는 동안 언제나 하인 복장을 하였고 주인의 허락없이는 여행도 할 수 없었다.

이같이 바흐도 젊은 시절 오르간 연주자로 일했으며 서른 살이 넘어서는 각종 악기의 신경계통을 잘 이해할 정도의 엄청난 능력을 갖춘 사람이었다. 그의 생애를 통하여 풍부한 신학 지식과 미사 전례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터득하였다. 생의 후반부를 라이프치히 성 토마스 교회의 음악 감독으로 봉직하였다. 성 토마스 교회는 바흐에게 하루 4시간씩 학생들에게 음악과 라틴어를 가르칠 것, 교회의 각 예배에 맞는 음악을 준비할 것, 허가 없이 도시 바깥으로 나가지 말 것 등을 엄격히 요구하였다.  

철학사에서 보면 중세의 가을에서 겨울까지는 합리주의자들의 세기였다. 르네상스 이후 곳곳에서 인간의 이성에 의한 합리적인 이해가 끈질기게 요구되었다. 세상의 모든 것을 의심하며, 의심하는 이성만이 유일한 사유방법이라 믿는 이성적 인간들이 이 패스워드를 더욱 확장시켜 나갔다. 이러한 철학의 발전은 한편으로 교회를 개혁하려는 운동과 행보를 같이 하는 것이었다. 그 중심 인물이 1517년 종교개혁을 일으킨 루터이다. 그의 종교사상은 신앙차원 뿐만 아니라 음악에도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

종교개혁 이후 독일지역은 30년 전쟁으로 사회적 변화가 일어났으며, 새로운 종교와 문화와 음악이 자리잡혀 갔다. 사회의 각 분야, 특히 철학과 종교, 그리고 예술의 기초가 새롭게 마련됨에 따라 중세의 겨울은 풍요로워졌다.  이 풍요의 열매를 알차게 수확하여 중세의 겨울을 자신의 시대로 만든 음악가가 바흐이다. 그는 새롭게 싹튼 합리주의적 이성과 루터파의 금욕적이고 성실한 종교관을 내면화 하였다.

루터파 교회는 기존 로마카톨릭의 전례에서 벗어난 새로운 양식의 미사를 드리려 했고, '음악은 신의 선물'이라는 루터의 신념에 따라 새로운 양식을 찾아냈다. 바흐는 진지한 루터파 음악가로서 자신에게 주어진 사회적 책무가 곧 신을 향한 경건한 기도임을 잊지 않았다. 바흐는 중세의 겨울에 머물러 있는 대륙의 깊숙한 곳, 라이프치히의 진지하면서도 경건한 인문적 감성 속에 좀 더 나은 세계, 곧 조화로운 세계를 꿈꾸는 진실한 기도를 올렸던 것이다.

음표와 음표 사이 그 찰나의 틈 속에서도 전율에 가까운 긴장을 불어넣고 있는 바흐의 음악적 변주는 중세에서 근세로 나아가는 인류사의 발전을 음악으로 표현한 숭고한 것이다. 바흐의 대표곡 중에서도 비교적 소품에 속하는 '인벤션과 신포니아는 음악학자 앨프리드 아인슈타인이 찬탄한 곡이며, '마태의 수난곡', '미사 B단조'는 더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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