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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글쓰기는 자기표현이고 연마과정이다

이제 카페에서 신문을 읽고 손으로 편지를 써 누군가에게 보내는 것은 이제 남의 눈에 띄는 일이 됐다. 모바일 중심의 아주 편리한 세상이 된 것이다. 깊이 있는 생각을 하기보다는 단순한 사건, 사고에 빨리 관심이 간다. 그래서 우리의 기억도 더 짧아지고 있다. 학교에서 아이들도 이런 환경에 살다보니 가르쳐 준 사항을 금방 잊고 되묻는 경우가 많다. 이런 현상은 전에는 찾기 어려웠지만 지금은 일상이 되어가고 있다. 표현하기 보다는 보고 듣기에 몰입하는 시간이 많다. 아무리 많은 것을 듣고 배웠어도 제대로 자신을 표현하지 않으면 가치를 발휘하기 어렵다.

우리 학교 중학생의 경우 스마트폰이 없는 학생은 한 학급에 한 두명 정도이니 거의 모두가 소지한 셈이다. 그러나 일본 중학교 남학생의 경우 스마트폰 소지비율이 20%도 되지 않는다. 아직도 학교 수업은 칠판을 이용하는 경우가 더 많다. 그들은 노트정리는 꼬박꼬박 하면서 공부하는데 전자칠판이 없는 등 우리보다 뒤떨어져서 때문일까?

최근 일본 방문 기회가 있어 서일본신문 기자를 만났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신문의 발행 부수는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의 경우는 신문을 보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를수록 책도 잘 팔리지 않는다고 한다. 그만큼 인터넷과 모바일을 이용하여 세상과 접하는 시간이 늘어나기 때문이라는 추측을 해 본다. 이런 추세라면 고속으로 발전하는 정보기술(IT) 시대에 ‘글’이라는 건 조만간 화석으로라도 남아버릴 것만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백 쪽 장편소설의 한 자 한 자를 곱씹는 것은 상당히 황홀한 경험이다. 언젠가 그 문장을 책상에 앉아 골똘히 생각하는 것은 누군가와 연결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누군가와 연결되어 느낄 수 있는 이런 감동을 교육을 통해 실천하는 길은 없는 것일까? 최근에 접한 ‘작가란 무엇인가’라는 책은 그렇게 활자 너머에서만 만나왔던 이들을 눈앞으로 데려다 준다. 이미 우리 세상을 떠난 이들도 포함해서다.
 
1953년 창간된 ‘파리 리뷰’지의 기자들은 움베르토 에코, 무라카미 하루키, 밀란 쿤데라, 어니스트 헤밍웨이를 만날 수 있다. 이들은 이름만 들어도 경외감이 생길만큼 문학적 성취를 이룬 사람들이다. 사람들은 어째서 어느 날 어떤 사람을 사랑하고, 다음 날 그 사랑이 사라졌다는 걸 발견하게 되는 거지요? 슬프게도 감정이란 아무런 정당한 이유 없이, 그리고 자주 흔적도 남기지 않고 사라지는 것이랍니다.

글이 아니라 말을 통해 이야기하는 그들의 모습이 신기하고 정겹다. 헤밍웨이는 푸근한 아저씨처럼 말을 하고 하루키는 뚝뚝 자른 대답을 한다. 에코는 중세 교회에 천착한 소설을 썼지만 “신을 믿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 책이 따뜻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또 있다. 이미 전 세계에 이름을 전한 이들도 여전히 매일 아침 ‘작업장’인 책상 앞에 서는 고독함과 막막함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게을러지지 않기 위해 만년필로 쓴 원고를 일일이 타자기로 다시 치거나, 그날그날 쓴 단어의 수를 칠판에 적거나, 한 페이지를 39번 고쳐 쓰기도 하는 작가들의 모습이 책장 뒤에 숨겨져 있다.

이 가운데 폴 오스터는 에세이를 비롯하여 다작을 한 작가이다. 그는 뉴욕 3부작의 첫 책을 출간하기에 앞서 열일곱 개 출판사에서 출판을 거절당한 경험이 있다. 그는 "책은 독자에게로 열려 있는 세상이며, 그 세계는 우리가 전에 여행했던 어떤 세계보다도 더 풍요롭고 더 흥미롭다는 것을 독자는 알고 있다. 바로 이것이 젊은이들이 작가가 되는 이유하고 생각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는 열한 번째 소설을 마무리했지만 여전히 책을 쓰는 것은 쉽지 않다고 한다.또한, " 각각의 책은 다 새로운 책이다. 예전에 써본 적이 없기에 써가면서 스스로에게 글 쓰는 방법을 새롭게 가르쳐야한 한다."는 것이다.

많은 글을 써 온 작가들, 그들은 결코 글쓰기를 포기해 본 일이 없는 사람들이다. 그게 소설이든 시든, 어떤 젊은이가 갑자기 책상에 앉아서 뭔가를 쓰기 시작한다면, 지금 그의 내면에서 불길이 일어났다는 뜻이다. 어느 날 마음속에 불길이 인다면, 활자 너머의 그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하루 일정량의 글을 성실하게 쓰는 것을 원칙처럼 지키고 있는 모습을 들여다 보게 된다. 글쓰기는 자기 자신을 표현하는 일이고 자신을 연마하는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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