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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제자가 메르켈 처럼 용기있는 지도자 되길 기대하면서

 독일 메르켈 총리가 지난 9일 일본을 방문 도쿄 아사히신문사에서 강연을 하였다. 이 강연에는 캐나다 우크라이나 헝가리 등의 각국 대사를 비롯해 미국 영국 러시아 중국 대사관 간부 등 외교관들이 총출동했고 일본의 지식인들도 참가하였다. 일반 시민들까지 합쳐 500여 명이 신문사 내 ‘아사히홀’에 모인 것이다.

긴자중학교 2학년생 40명은 미리 준비한 독일기와 일장기를 함께 흔들면서 환영하였다. 메르켈 총리가 다가가 일일이 악수를 하는 모습이나 한 중학생이 “일본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고 영어로 인사말을 건네자 독일어 대신 영어로 “생큐”라고 답하는 모습이 감동을 안겼다고 전했다. 또한, 인파 속에 있던 40대 시민은 “정치인이기도 하고 물리학을 전공한 학자 출신이라고 들어 권위적이고 빈틈없는 분위기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시종일관 얼굴에 미소를 띠고 아이들 한 명 한 명과 악수하는 모습에 놀랐다”고 말했다.

그녀는 신문사 강연, 기자회견에 야당 대표까지 만나면서 과거사 직시는 물론이고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거론할 정도로 할 말을 다한 것이다. 심지어 일본인들에게는 아직도 현재 진행형의 상처로 남아있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까지 언급하면서 독일의 원전 폐기 정책을 소개했다.

독일 언론들은 “일본 정부를 비판하거나 가르치려 들지 않으면서도 아주 노련하게 처신했다”고 극찬했다. 하지만 일본 언론들은 이런 방문에 무관심했다. 메르켈 총리의 발언을 상세히 보도한 곳은 아사히신문과 마이니치신문 등 일부에 불과했으며 요미우리신문과 NHK 등 대부분 언론은 아예 보도하지 않거나 작게 취급했다.

심지어 산케이신문은 11일 외무성의 한 간부의 말을 소개하면서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미국은 (일본의) 동맹국으로 오랜 친분이 있어 (일본 사정을) 잘 알고 있지만 유럽 각국은 한국의 로비 활동에 상당한 영향을 받고 있다”고 보도해 메르켈 총리의 행동이 한국의 로비 때문이라는 뉘앙스의 기사를 싣기도 했다.

재일 동포로 석학인 강상중 교수는 "과거와 제대로 마주한 독일의 경험을 진솔하게 전한 총리는 일본 사회에 중요한 메시지를 던졌다.”라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11일 지한파로 알려진 집권 자민당의 니카이 도시히로 총무회장의 발언이 주목된다. 그는 “위안부 문제에 대해 일본도 할 말은 많지만 해결되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독일 메르켈 총리도 제대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 시대에 빨리 해결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해 일본 정치권에서도 뭔가 분위기가 변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최근 우리는 셔먼에게 화내고 메르켈에게 찬사를 보냈다. 하지만 이런 일희일비는 허망한 것이다. 우리가 과거 일본의 침략과 식민지 지배를 당한 것은 국력이 약하고 분열되었기 때문이다. 일본이 미국의 동아시아 학계에까지 손을 뻗쳐 역사 왜곡을 꾀하고, 이에 미국의 정치적 이해가 맞물리는데 메르켈의 일본을 향한 쓴소리에 위로나 받고 만다면 역사가 우리 편, 진실의 편이 되리라는 보장이 없다. 총체적 국력, 국가 능력과 국민 노력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역사 왜곡에 또 당하는 이중의 수모를 각오해야 한다. 역사의 진실도 국력이 있어야 지킬 수 있다.

정치는 지리멸렬이고 경제 엔진은 식고 있는데도 지도자들에게는 국가를 새로 도약시킬 책략이 안 보인다. 교육은 국력을 키울 수 있는 글로벌 경쟁력과 거리가 멀고, 사회에는 애국을 비웃고 국가정체성을 부정하는 반 대한민국 세력이 활개를 친다. 이런 상태로 한일 과거사의 진실 하나인들 지킬 수 있겠는가. 메르켈 총리의 방일은 짧았지만 여운은 길었다. 일본은 과연 그가 던진 메시지에 어떻게 화답할 것인가 국제사회가 주목하고 있다.

이같은 현실을 보면서 내가 가르친 제자들이 역사를 바로 알고 메르켈처럼 주장할 수 있는 정치인이 나왔으면 좋겠다. 그리고 우리 학생들이 세상탓만 하지말고 다시는 수모를 당하지 않기 위하여 열심히 공부하여 국력을 키워나갈 것을 부탁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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