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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전쟁은 피흘리는 정치요, 외교는 피 안 흘리는 전쟁이다

 인간이 사는 세상에 전쟁이 없으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러나 아직도 지구상에는 전쟁을 하는 곳이 있고, 우리 나라는 전쟁이 멈춰있는 곳이다. 전쟁이 없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는 어디까지나 수필가의 소품이나 목사님의 설교에서 볼 수 있는 것이오, 이 비정한 국제사회에서는 부질없는 객담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전쟁과 연애는 이긴자만이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다. 승자에게는 정의와 영광과 찬사가 돌아가지만 패한 자에게는 온갖 수모와 오명과 빈궁만이 돌아가고 있다.

비록 총성은 멎었어도 우리는 아직도 적과 대치하고 있으므로 조국을 수호하는 간성들은 잠에서 깨어있어야 국민들이 안심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한편으로는 밖으로 눈을 돌리면 우리 주변에는 강대국이 에워싸고 있다는 사실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될 것이며, 이들과의 관계는 매우 중요한 것이다.

일본 총리 아베가 일본군 위안부를 “인신매매(human trafficking)의 희생자”라고 표현한 것에 대하여, 대니얼 러셀 미국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발언에 대해 “긍정적인 메시지”라고 평가했다. 이같은 발언을 한 그는 미국 정부에서 아시아 태평양 정책을 총괄하는 핵심 당국자여서 그 비중이 크다할 것이다. 아베는 인신매매의 ‘주어’를 생략함으로써 일본 정부와 군의 책임을 교묘히 은폐했다. 그런데도 6일 미 핵심인사가 일본 요미우리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여성 학대와 인신매매 방지에 관한 미일 공통의 대처는 과거를 인정함으로써 한층 강화된다”며 지지 의사를 밝힌 것이다.

우리의 입장에서는 미국이 일본을 나무라며 진정한 자기 반성을 요구했으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 반대이다. 미국은 말로는 반성을 요구하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일본을 더 중요시 하는 것을 보게 된다. 그 이유는 중국 견제의 축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오히려 일본 편을 들고 있다. 모든 국가가 국가 전략과 이익 앞에 냉혹한 것이 국제정치의 현실이다.

아베가 오는 8월 발표할 전후 70주년 ‘아베 담화’와 관련해 무라야마 담화를 포함한 역대 정권의 역사인식을 ‘전체적으로 계승’한다고 밝힌 데 대해서도 러셀 차관보는 “매우 건설적이고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는 무라야마 담화 핵심인 ‘침략과 식민지배에 대한 사죄’ ‘통절한 반성’ 등 키워드가 없어도 괜찮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이는 1995년 일본 식민지배를 사죄하는 담화를 발표했던 무라야마 도미이치 전 총리가 최근 “전체적으로 계승한다는 건 말의 눈속임에 불과하다”고 지적한 것과는 동떨어진 평가다.

앞으로 예정된 아베의 미국 상하원 합동연설과 8월의 담화는 광복 70년, 한일 수교 50년을 맞는 한일관계의 변곡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베가 미국의 용인 아래 전쟁 책임에 대한 진지한 반성 없이 ‘물타기’ 연설에 그칠 경우 한일간의 과거사 청산은 또 물 건너가게 될 것이다. 이같은 러셀 차관보의 언급대로라면 일본은 워싱턴을 움직이는 데 성공했으나 한국은 미국과의 관계에서 컨센서스도 이루지 못했고 외교적 성과도 못 내고 있다해도 과언은 아닐 것 같다.

미국과 일본은 중국의 급 부상에 맞서기 위해 이달 말경 미일 방위협력 지침을 개정하는 등 한몸 같은 동맹관계를 다지고 있다. 미국은 일본의 야스쿠니신사 참배나 무라야마 담화 수정 정도에만 민감하게 반응하는 ‘최소주의적 접근’을 하고, 위안부 문제도 과거사 왜곡이라기보다 ‘인권 문제’로 본다는 점에서 한국과는 관점이 다른 것을 볼 수 있다.

만일 한일관계가 미일관계에 지장을 줄 경우 미국이 어느 편에 설 것인지 우리나라의 지도자들은 냉철하게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전쟁은 피흘리는 정치요, 외교는 피 안 흘리는 전쟁임을 생각할 때 우리 외교 전략은 어떠한가를 되 짚어 볼 시점이 아닌가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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