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달이 되기 전에 교사와 학생들의 첫인상이 결정되는 시간이 있다. 바로 예비소집이다. 생각해보면, 내게도 수많은 예비소집이 있었다. 물론 교사인 지금도 ‘사전연수’라는 것을 참여하고 있다. 무엇보다 설레이게 만드는 것은 입학전 예비소집이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그리고 대학원까지, 어느 하나 소홀히 해본 적이 없다. 마치, 소홀히 하면 큰 일이라도 나는 것처럼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번에 맡은 아이들 중에 예비소집 결석생이 있었다. 명수(가명)는 우리학교에 오기 전에는 근처 인문계 고등학교에 가려고 했다. 그런데 엄마가 명수를 설득해서 특성화고등학교에 왔다고 했다. 사실, 명수는 어디에 있어도 괜찮은(?) 아이였다. 이래도 쿵, 저래도 쿵. 자신의 의견을 특별히 내세우길 싫어하는 아이였다. 말 그대로 ‘하라는 대로 하는’ 아이였다. 엄마와의 상담을 통해 더욱 확실해 진 것은 바로 명수의 성격이었다. 명수는 부모님이 말하는 대로, 선생님이 말하는 대로 할 아이였던 것이다. 언 듯 외모에서 풍기는 것이 있긴 했어도 그렇게 소극적일 줄은 몰랐다. 다행히 명수는 예의있게 행동하는 아이였고 말만 없을 뿐이었다.
교사로 살면서 여러 아이를 보지만, 요즘에는 너도나도 적극적이고 진취적인 성격을 선호하는 세상이라서 그런지. 명수를 볼 때마다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다. 하지만 어쩌랴! 명수가 있는 그대로 인정받는 수밖에 없다는 진리를 모를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래서 명수에게, “명수야! 3년 동안 열심히 공부해라. 선생님이 꼭 좋은 곳에 취직시켜 줄테니 열심히 일할 생각만 하렴.”이라고 했더니, “네”라는 말로 자신의 의견을 표했다. 어쩌면, 명수가 엄마의 꼬드김에 넘어가서 우리학교에 온 것도 우연이 아닐 지도 모른다. 하지만 엄마의 생각도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공부도 별나게 하지 못하고 성격도 너무 소심한데, 기술이라도 익혀서 가정형편에 보탬이 되거라’는 뜻으로 말씀하신 엄마의 속마음을 명수가 언젠가는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명수는 오늘도 어김없이 지각하지 않으며 자기가 맡은 일들을 열심히 하고 있다. 또한 다른 아이들 틈에 끼여서 평온하게 살고 있다. 다행히도 주변 아이들이 많이 감싸주는 모습을 보고 안심했다. 우리반에 그런 천사같은 아이들이 있어서 감사하다. 명수야! 너도 할 수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