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여행이다. 보통 사람이라면 시간과 돈의 제한이 따른다. 기왕이면 정해진 시간에 좋은 추억을 쌓을 수 있는 재미있는 여행을 하고 마무리 하여야 한다. 교육활동도 큰 틀에서 보면 여행코스의 하나와 같다. 1학기를 마치면서 좋은 선생님, 좋은 친구를 만나 좋은 추억을 쌓았다면 그 이상 더 좋은 일이 없을 것이다.
오늘은 한 학기를 마감하는 종업식을 실시하고 내일은 여수에서 개최되는 행복교육박람회 관람으로 이어지는 일정이다. 아무 탈 없이, 그리고 학생 폭력 문제가 없이 전반기 학사 일정이 막을 내렸다. 그러나 날이 갈수록 아이들에게서 느낄 수 있는 것은 무기력한 아이들이 눈에 띈다는 것이다. 아무것도 안 하고 싶은 아이들의 문제이다.
‘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 이미 아무것도 안 하고 있지만 더 격렬하게 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 이 글귀는 최근 등장한 어느 카드회사 광고 속 대사다. 무덥고 나른한 주말 지친 몸을 침대에 파묻고 있노라면 정말이지 아무것도 하고 싶지가 않다. 그러다 아까운 주말이 지나갈 때 쯤이면 서글픈 직장인으로 돌아온다. 아직 오지 않은 내일이 벌써부터 걱정되고, 한편으로는 평일이 주말처럼 즐거웠던 어린 시절이 그리워지는 것이다.
우리는 가끔 이런 이런 생각을 한다. '어쩌다 나는 과거에 대한 후회와 미래에 대한 걱정에 사로잡혀 정작 살아 있는 오늘 아무 것도 못하는 사람이 된 걸까'라는 하소연이다. 브라질 작가 코엘류는 자신의 수필집 ‘흐르는 강물처럼’에서 인간 존재의 흥미로움에 대해 이렇게 묘사했다. "미래에 골몰하느라 현재를 소홀히 하다가, 결국에는 현재도 미래도 놓쳐 버리고요. 영원히 죽지 않을 듯 살다가 살아 보지도 못한 것처럼 죽어 가죠." 사실 이런 모습을 그려보면 흥미롭기보다는 서글픈 일이다.
우리 아이들이 긴 여름 방학을 현재에 충실하게 보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어른들의 이야기 같지만 아이들도 마음만 먹으면 가능하다. ‘살아 보지도 못한 것처럼’ 죽지 않기 위해 색다른 도전을 시작해 보는 것이다. 죽기 전에 해보고 싶은 일을 적은 목록을 방학동안에 만들어서 이를 실천하여 보는 일이다. 이에 반응이 뜨겁게 일어난다면 휘감고 있는 무기력증은 분명히 사라지는 것이다.
누군가가 만일 혼자 세계일주를 꿈꾼다면 실제 지구를 한 바퀴 돌고 온 멘토의 강연을 듣고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기 시작할 것이다. 이러한 접근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것은 다름 아닌 성인들의 몫이다. 혼자서 실천하기에 좋은 시간을 억지로 과외를 받으러 가는 모습은 피했으면 좋겠다. 일상생활에 찌들어 아까운 주말을 흘려보내던 우리 아이들도 진정 자신이 하고 싶은 건 무엇일까를 생각하면서 올 여름 방학때는 차분한 마음으로 버킷리스트를 작성하여 실천하여 보기를 기대하여 보는 것은 무리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