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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오늘 수강생들에게 기대하는 진정으로 기대하는 것은

오늘은 교육행정직 중견 관리자 대상 역량강화 과정 연수생들에게 강의를 2시간 하고 왔다. 평생교육을 주제로 한 강의로 '평생에 걸쳐 학습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마지막 시간에는 앞으로 어떤 꿈을 꾸고 어떤 실천을 할 것인가를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평범한 사람들이 많았지만 그 가운데는 자신이 부교육감의 역할을 해 보겠다는 꿈을 발표하였다. 아이들에만 꿈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어른에게도 꿈은 필요한 것이다. 꿈이 없는 삶은 목표가 없는 삶과 같다. 광주에서 서울을 갈 것인가, 인천을 갈 것인가 목적지를 정하지 않고 버스에 올라탄 것과 큰 차이가 없다고 볼 수 있다. 성인이 되었다고 꿈을 포기해서는 안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평생 봉직한 대학에서 명예교수가 된 김 교수는 어린 시절의 꿈이 소설가였다. 그래서 주변 어른들에게 작가가 되는 길을 물었다. 집안 어른들은 일단 신문기자가 되라고 권했다고 한다. 기자가 되면 여기저기 세상 구경을 많이 하는 데다 기사를 쓰면서 글쓰기 훈련이 되니까 나중에 훌륭한 소설을 쓸 수 있을 것이라고 권유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신문방송학과 교수로 재직하다가 퇴직 후에야 소설 한 권을 세상에 내놓았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아는 사람들이 사준 덕분에 4쇄까지 찍었다”고 하면서 젊은 날에 일찍 소설가가 되지 못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하지만 요즘 그분은 즐거운 기다림이 생겼다고 말했다. 외손녀의 글재주가 뛰어나다는 것이다. “게다가 더 희망적인 것은 그 아이가 공부를 못한다는 거예요.”라고 이야기 했다.

더 희망적이라는 대목에서 귀를 쫑긋 세웠다. 그러면서도 평생을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 보낸 노(老)교수의 말이 의미심장하게 들렸다. 아마 중학생인 그 아이가 학교 성적이 최상위라면 미래가 불투명한 작가보다는 부와 권력이 보장되는 유명 대학이나 특정 학과 진학을 강요받게 될지 모른다. 최근 취업 전선은 어마어마한 스펙을 쌓은 젊은이들도 자기 자리를 찾지 못해 방황하는데 부모들은 여전히 공부만 열심히 하면 미래가 보장된다고 믿고 있다.

내년에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아들을 두고 있다는 한 엄마는 한숨을 내쉬며 “엄마들이 참 이상해요. 잘사는 동네도 아닌데 학원을 대여섯 개씩 보내요. 어떻게 다 감당하는지 모르겠어요”라는 푸념을 한다. 손녀를 둘 키우면서 힘들어 하는 내 딸은 한국말도 제대로 못하는데 영어 유치원에 보내는 엄마들의 이야기를 하면서 "정마 요즘 주위 엄마들이 이상하다."는 표현을 서슴지 않았다.

다수의 엄마들은 자녀의 소질을 찾기 위해 이거저거 다 시켜 본다고 하지만 아이의 소질은 오히려 아무것도 시키지 않고 내버려둘 때 발견하기가 쉽다. 아이들은 심심하게 놓아두면 가장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스스로 생각해 낸다. 그리고 좋아하는 것을 오랫동안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여러 가지 공부에 매이다보니 뭐 하나 진득하게 하는 것을 찾아 볼 기회를 잃게 되는 것은 아닐런지!

돌이켜 보면 나는 고등학교 시절에 정규 수업을 빼먹고 고전읽기를 한 적이 있다. 지금 되돌아 보니 그때 지속적으로 했던 책 읽기와 글쓰기가 오늘의 나를 만들어 가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인간은 누구든지 무언가를 열심히 하던 때가 분명히 있다. 그러나 그때 그 가치를 충분히 이해할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다. 한참 시간이 흐른 뒤에야 그것이 바로 비료가 되었음을 느끼는 시간이 온다.

지금은 나에게 어떤 놀이보다도 글 쓰고 책 읽는 시간이 좋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므로 늘 행복했던 것은 결코 아니지만 적어도 후회는 없다. 다른 재주가 없었으므로 가지 않은 길에 대한 아쉬움이 없기 때문이다. ‘공부를 못해서 다행’이란 말이 지나치다면 ‘공부를 못해도 다행’인 사회라면 좋겠다.  인간은 모두가 공부만 잘 하는 것으로 행복한 것은 결코 아니다. 나보다 훨씬 더 머리가 좋아 공부를 잘 했지만 지금 그 친구의 소식조차 듣지 못한 것이 아쉽다.

큰 길만이 길인가. 오히려 앞이 훤히 보이지 않아 그 끝이 더 궁금한 숱한 샛길이 많다. 인생은 다채롭고 풍성한 길이 얼마든지 많이 있다. 나에게 강의를 들은 수강생들이 오직 한 길 공부만 잘 하는 것이 아닌 정말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발견하고 지금 이 시간을 행복하게 사는 방법을 찾아 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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