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6일 오후 2시 순천동산여중 유동관에서 42년 5개월이라는 교단 지킴이 생활을 마치고 제2막 테이프를 끊는 정년퇴임식을 가졌다. 재학생들은 일제히 일어서서 환영을 하여 주었고, 순서에 따라 이유빈 학생회장의 송별의 글, 발자취 소개와 학생들이 준비한 축하공연, 선생님들의 합창이 이어졌다.
다음은 이유빈 학생의 송별 글이다.
안녕하세요, 교장선생님! 매미 울음소리가 힘차게 들리던 여름이 서서히 물러가고 있습니다. 그 빈자리에 서늘한 바람이 대신하는 가을이 다가왔습니다. 교장선생님께서 우리학교에 오신 후 스승과 제자의 인연을 맺은 지 얼마 되지도 않은 것 같은데 정년을 맞으시어 우리 곁을 떠나신다니 마음 한편이 몹시 쓸쓸해지는 것 같아요.
선생님께서 우리 학교에 오신 첫 날, 친구와 인사를 드리러 간 저를 기억 하시는지요. 갑작스런 일이라서 당황하셨을 법도 하신데 오히려 저희를 따뜻하게 반겨주시고 건의사항과 개선되었으면 하는 것들을 끝까지 진지하게 들어주신 것을 저는 아직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 때부터 저는 선생님이 학생들의 의견 하나하나를 소중하게 여기신다는 것을 마음으로 느꼈습니다. 그리고 해가 바뀐 뒤 제가 3학년이 되었을 때 저와 선생님이 또 만나게 된 일을 기억하시나요?
저와 친구들이 비오는 날 복도에서 신발을 신고 돌아다니는 것을 선생님께서 보시고는 저희를 교장실로 부르셨죠. 처음에는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습니다. 혼날 생각에 가슴이 두근거리고 대체 왜 그랬을까 하는 생각에 한숨만 나왔어요. 그런데 선생님께서는 저희를 나무라시기는 커녕 오히려 달래주셨지요. “너희는 심성이 나빠서 그런 행동을 한 것이 아니라 습관이 형성되어 있지 않았을 뿐.”이라는 선생님의 말씀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요.
만약 그 때 선생님께서 저희에게 호통을 치셨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 때 선생님께서 좋은 말도 많이 해주시고 매일 배웠던 것을 복습차원에서 기록하라며 노트도 주신 것이 오히려 저의 잘못을 뉘우치고 반성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어요. 그리고 선생님의 말씀처럼 남이 보는 곳뿐만이 아니라 보지 않는 곳에서도 바르게 행동하는 습관을 형성하게 되었습니다. 선생님의 따뜻한 지도 말씀이 아니었다면 오히려 더 반항했을지도 모릅니다. 제가 바른 생각과 행동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 것 정말 감사하고 또 한편으론 죄송한 마음도 들었어요.
처음부터 교장선생님의 학생들에 대한 관심과 열정을 모두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저는 선생님께서 저를 위하여 편지도 써 주시고 선물로 주신 자서전을 보고서 많이 깨달을 수 있었어요. 선생님께서 살아오신 60년대는 전쟁이 끝난 후라 불편한 점이 많았지만 스스로 어려서부터 자연 속에서 어려움을 이겨내며 불평 없이 자신의 삶을 키워왔다는 말이 인상 깊었어요.
요즘은 경제가 성장하면서 청소년들이 겪는 불편함은 많이 줄었지만 그만큼 편한 삶속에서 자라와 실패를 쉽게 극복하지 못하고 도전을 두려워하며 불평이 늘어난 시대가 되었습니다. 그 상황을 지켜 봐오신 선생님께서는 그 모습이 안타까웠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생각해 보았습니다.
하나 확실한 것은 선생님께서는 ‘참된 교육’이라는 말에 걸맞게 교육을 실천하신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또 언제 이렇게 열정적이시고 학생들에게 뜨거운 관심을 주시는 교장선생님을 만날 수 있을까 싶어요. 교장 선생님! 비록 짧았지만 그 동안 정말 많은 것들을 배웠습니다. 힘들고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선생님께서 해주신 한 마디, 한 마디를 마음속에 되뇌이면서 저의 목표를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순천동산여중에 계신동안 힘든 일도 많으셨고 어려운 점도 많으셨을텐데 한일학생 교류 등 끝까지 노력해주신 점 마음 속 깊이 간직하겠습니다.
선생님이 떠나시고 난 후에도 미래의 어느 날 다시 만날 때에는 더 좋은 모습, 더 발전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그때까지 선생님께서도 좋은 일만 있으시길, 또 건강하시길 바라요. 선생님의 열정이라면 앞으로 무엇을 하셔도 성공하실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정말 감사했고 또 많이 그리울 것 같습니다. 날마다 행복한 날이 되시길 빕니다. 그럼 안녕히 계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