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학생, 학부모에게 최대 미스터리는 뭐라해도 ‘영어’가 아닐까? 그래서 어느 대통령은 영어를 자신의 정책으로 내걸었지만 해결이 안되었다. 개인적으로도 어떤 아저씨는 “내가 영어를 공부한 지 30년째야. 그런데 아직도 못하겠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어떤 학부모는 아이를 영어만은 해야한다고 믿었기에 학원에 계속 보내도 영어 성적이 오르지 않아서 고민이란다. 대체 뭐가 문제인지 궁금하다
영어 시험을 보면 틀리는 문제가 많다. 틀리는 문제가 많으니까 해법은 문제 풀이 능력을 향상시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문제를 많이 풀어야 한다는 순서를 따르는 것이다. 그런데 영어 문제집을 푸는 것이 영어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되었는가를 생각해 봐야 한다. 해석은 계속 안 되고 단어는 계속 모르고 듣기는 계속 안 들리고 문법은 계속 어렵기만 하다. 영어 시험을 못 보는 게 수학 시험을 못 보는 것처럼 문제 풀이 능력이 부족해서일까? 그렇다면 외국에서 살다 온 친구들은 어떻게 영어 문제집을 한 권도 안 풀어 보고 영어 시험을 잘 볼 수 있을까에 의문을 가져볼 필요가 있다.
만약 누군가가 마법을 쓸 수 있어서 영어 시험지를 모두 한글로 바꿀 수 있다고 가정해 본다면 문제 풀기가 정말 쉬울 것이다. 결국 ‘문제를 읽는 것’이 어려운 거고 '문제를 푸는 것'은 쉽다는 것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영어를 한글 보듯이 편하게 보려면 독해 실력, 문법 실력, 듣기 실력, 어휘력이 필요하다. 마땅히 영어 공부는 앞의 네 가지 능력을 기르는 데 주력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문제를 많이 푸는 건 네 가지 능력과 큰 연관성이 없다.
해석 실력을 어떻게 향상시킬지 몰라 막연히 문제를 풀면서 영어를 많이 접하다 보면 해석 실력이 늘 거라 생각하는 분들이 많다. 그런데 문제를 풀 때는 답 내는데 급급해서 해석이 안 되는 문장이 있어도 그냥 넘어가게 된다. 생각이 문장 해석에 집중되지 않고 부족한 영어 실력으로 얻어 낸 단서로 답이 뭘까 궁리하는 데만 집중되기 때문이디. ‘답 내는 궁리’가 수학에는 필요하겠지만 영어에서는 별로 필요 없다. 어려운 문장을 분석해 가며 해석하는 연습을 안 하니 모르는 문장은 그대로 모르는 문장이 된다. 해석 실력은 거의 늘지 않는 것이다. 보통 문법에 대한 개념을 정리한 다음엔 문법 문제를 많이 풀려고 한다. 개념 정리 이후에는 달리 할 게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법 개념을 정리했어도 문제 풀 때는 적용이 안 된다. 문제에 대한 해설지를 읽으면 ‘아, 그렇구나!’하며 이해는 하는데 문제를 계속 풀어도 원래 풀 수 있는 건 맞고 원래 못 푸는 건 틀릴 뿐 실력이 늘지는 않는다.
듣기에서도 마찬가지다. 영어 듣기가 안 된다고 맨날 듣기 문제를 푸는데 경험적으로 별 효과가 없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다. 아무리 해도 영어가 들리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도 듣기가 안 되니 듣기에 관한 공부를 하긴 해야겠는데 문제 푸는 것 말고는 달리 어떻게 할지 몰라 효과가 없는 걸 알면서도 계속 반복을 한다. 영어 문제집을 푼다고 해서 어휘력이 향상되지 않는다는 건 당연한 것이고, 영어 문제집을 풀 시간에 차라리 단어를 더 외우는 게 나을 것이다.
이처럼 원리를 무시하고 영어공부를 하고 있으니 성적이 오르지 않고 영어와는 원수가 되는 것이다. 세상에는 공부를 지배하는 원리가 있다. 이 원리를 찾아 지속적인 노력을 하는 사람만이 그 분야의 공부에 성공할 수 있다. 점수 맞기에 급급하여 문제집만 많이 풀면 영어가 잘 될 것이라는 생각은 포기하는 것이 좋다. 찍어서 점수 맞는 것은 점수가 아니다. 그것은 전혀 교육이 아니다. 그런데도 이런 잘 못된 것을 학교에서 반복하고 있으니 안타까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