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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방

삶은 오늘이고 음미하는 삶이 가치가 있다

떠들석하게 움직였던 추석명절도 이제 오늘로 막을 내렸고 일상으로 돌아간다. 많은 사람들이 고향을 찾아 새 힘을 얻었으면 좋겠다는 소망으로 발걸음을 옮겼을 것이다.  그 가운데 요즘 뉴스에 등장하는 정치인이나 유명인들의 하루를 보면 보통 사람은 견디기 힘든 생활을 하고 있음을 엿보게 된다. 어떤 이는 무거운 짐을 지고 겨우겨우 걸어가는 것 같기도 하고, 어떤 이는 황금마차를 타고 질주를 하는 것 같은데 종착지가 절벽일 때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장삼이사로 사는 나의 평범한 하루는 축복이라고 스스로 위안을 한다.

오늘 하루를 잘 살았다는 고마운 마음을 품고 잠들기 전에 어떤 문장을 외우기도 한다. 예를 들어 소크라테스가 아테네 법정에서 한 최후의 변론이 그렇다. “음미되지 않은 삶은 살아갈 가치가 없다”를 외우면서 삶이란 살아갈 가치가 있을 거라고 용기를 낸다. 삶은 오늘이고, 오늘을 음미하는 것이다. ‘하루 벌어 하루 먹는다’는 말의 뜻은 재산이 없는 사람들의 생활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 누구라도 하루를 벌어서 하루를 사는 존재라는 뜻이란 생각이 든다. 어떤 사람은 많이 벌고 어떤 사람은 적게 벌 따름이다. 결국 같은 조건으로 살고 있는데, 삶을 음미할 때 생의 가치는 빛난다.

그래도 매일 반복되는 지루하고 짜증나는 일상에 가끔은 정신이 번쩍 드는 어떤 날을 기억하는 것은 어떨까 싶다. 살아 있다는 것만으로 고맙고 눈물겨운 그런 감정이 들도록 말이다. 나는 가끔 1849년 12월 22일을 노트에 적곤 가만히 내려다보곤 한다. 이날은 촉망받는 소설가이던 러시아의 한 운동권 청년이 반정부 활동으로 체포되어 사형이 집행되는 날이었다. 그는 사형대 위에서 마지막 5분을 분 단위로 쪼개어 사형대에 나란히 선 옆의 죄수들과 인사하고, 자연을 둘러보고,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보았다고 한다. 그에게 마지막 1분은 엄청난 스트레스와 함께 공포감으로 다가왔다. 더군다나 영하 40도의 겨울 강추위가 러시아를 몰아치고 있었으니 절망이 악마처럼 그를 휘어잡았을 것이다.

그가 눈을 감으려고 준비하는 순간, 황제의 특명을 받은 특사가 사형이 취소되었다는 전갈을 전한다. 죽었다가 살아난 이 청년은 그 10년 후부터 '죄와 벌', '카라마조프의 형제들'과 같은 작품을 쓰고 세계적인 대작가로 성장한다. 그 절망스러웠던 순간을 전환점으로 그는 위대한 작가로 탄생했다. 그 이름이 바로 도스토예프스키다. 그는 ‘영혼의 리얼리즘’ 작가로 평가된다. 요즘 그의 평전을 다시 읽고 인간의 삶이 참으로 짧다는 것을 느낀다. 어떤 특정한 날은 지구의 나이처럼 길지만, 지나가버린 생애는 왜 이리 짧아 보이는가?

책을 조금 읽다 보니 이제야 비로소 삶을 조금은 음미하는 것인가? 때론 망망대해에 선 자세로 나의 삶을 음미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으면 좋겠다. 그 사이에 힘들었던 시간도 금방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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