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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방

이런 사람들의 아픔, 누가 알아줄까

우리 나라, 정말 대단한 나라라고 자랑을 한다. 그렇지만 한편으로 아픈 현실이 가득하다. 한 청년의 고백이다. “나는 서른셋, 지방대학교 시간강사다. 출신 대학교에서 일주일에 4학점의 인문학 강의를 한다. 내가 강의하는 학교의 강사료는 시간당 5만 원이다. 그러면 일주일에 20만 원, 한 달에 80만 원을 번다. 세금을 떼면 한 달에 70만 원 정도가 통장에 들어오는데, 그나마도 방학엔 강의가 없다. 그러면 70만 원 곱하기 여덟 달, 560만 원이 내 연봉이다. 박사 수료 때까지 꼬박 받은 학자금 대출에서 한 달에 20만 원 정도를 떼어 가고, 이런저런 대출금 상환과 공과금을 더하면 내가 쓸 수 있는 돈은 한 달에 10만 원이 고작이다. 이걸로 남은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한다. 신용 등급 같은 건 없다고 생각한 지 오래다. 전화가 오면 앞자리가 ‘02-1588’로 시작하는지 확인한 후 전화기를 돌려놓는다. 밀린 카드 대금을 독촉하는 전화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런 생활이, 앞으로 몇 년 째, 언제까지 이어질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학생들에겐 허울 좋은 젊은 교수님이다. 그들은 내가 88만 원 세대보다 더 힘들게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걸 알까.”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309동1201호, 은행나무)의 본문 도베라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이 책을 읽으며 내내 슬펐다. 이 시간강사는 패스트푸드점에서도 일한다. 그런데 대학에서는 건강보험이 되지 않지만 패스트푸드점에서는 한주에 60시간만 일해도 건강보험이 된다. 대학에서는 노동자의 최소한의 안전망이라 할 수 있는 4대 보험조자 보장하지 않는 현실이 너무 아프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지식을 만드는 공간이, 햄버거를 만드는 공간보다 사람을 위하지 못한다면, 참 슬픈 일이다.”라고....
 
시간강사들은 이렇게 힘든데도 왜 버티는 것일까? 정교수가 되는 꿈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대학은 몰락해가고 있다. 미국에서는 15년 뒤에 대학의 절반이 사라질 것이라고 말한다. 한국에서는 아마도 3분의 2가 사라질 지도 모른다. 그러니 대학에서 살아남을 생각을 되도록 빨리 포기하는 것이 옳다.
 
나는 적어도 5년 이내에 아이들의 셋 중 하나는 학교에 다니는 것을 포기할 것이라고 이야기해 왔다. 지식을 암기하는 법만 가르치는 학교를 다녀서는 세상에서 살아남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인문학은 정답이 없다. 그런데도 정답만 가르치는 학교가 어디 쓸모가 있겠는가? 한 번은 내 강의를 들은 이가 이렇게 말했다. “이미 부자들은 5명 정도 모여 자식들에게 플립러닝으로 세상을 이겨내는 방법을 가르치고 있어요!” 그렇다면 곧 학교에는 맞벌이로 아이를 돌봐줄 수 없는 가난한 집 아이들만 다니는 곳이 될 것이다.
 
‘플립러닝(거꾸로 학습)’이란 “요약온라인을 통한 선행학습 뒤 오프라인 강의를 통해 교수와 토론식 강의를 진행하는 ‘역진행수업방식’”이다. “기존 전통적인 수업 방식과는 정반대로, 수업에 앞서 학생들이 교수가 제공한 강연 영상을 미리 학습하고, 강의실에서는 토론이나 과제 풀이를 진행하는 형태의 수업 방식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카이스트, 울산과기대, 서울대가 이 방식을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
 
그런데 플립러닝 사교육이 벌써 기승을 부리기 시작하는 모양이다. 프랜차이즈를 35개나 둔 플립러닝 업체도 있다는 것이다. 기가 막힌 현실이다. 이 정도면 학교는 완전히 무너지고 있다. 맥도날드가 전 세계의 입맛을 하나로 통일했듯이, ‘맥도날드 대학’은 대학생들을 하나로 통일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맥도날드 대학의 가맹점들은 ‘호모 맥도날드’ 양성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호모 맥도날드는 맥도날드화의 가치를 적극적·능동적으로 수행하는 사람을 말한다. 이들은 효율, 정량, 통제에 길들여져 있다. 이 ‘호모 맥도날드’를 다른 말로 ‘별도의 교육이 필요 없는 기업형 인재’라고 한다.”고 요즘 대학의 풍경을 정리했다.
 
이런 대학은 버리는 것이 옳다. 그런 대학에 보내기 위해 지식을 암기하는 방법만 가르치는 중·고등학교도 포기하는 것이 옳다. 그런데 이미 ‘금수저’를 갖고 태어난 아이들은 그런 교육을 포기하고 사교육에서 5명 내외가 모여 플립러닝 등으로 세상을 이겨낼 제대로 된 능력을 키우고 있다니! 이런? '능력주의는 허구다'(스티븐 J. 맥나미 외, 사이)의 저자들은 학교와 교육이 “불평등한 삶을 대물림하는 잔인한 매개체가 되어버렸다.”고 지적했다. 이제 부자들은 학교마저 믿지 않는다. 그러니 학교는 급격하게 무너질지도 모른다. 몇 년 후가될까? 5년 아니 10년 정도...
 
그러나 정작 변하지 않는 것은 학교다. 특히 대학은 아직도 객관식 시험을 보며 암기력 테스트나 하고 있다. 그런 대학은 곧 용도 폐기될 것이다. 나는 마을에 작은도서관을 두고 책을 함께 읽으며 어떤 직업, 어떤 자리서도 이겨낼 수 있는 역량을 스스로 키우는 세상을 만들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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