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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방

역지사지는 많은 깨달음을 준다

 아이를 어떻게 기를 것인가는 한 가정의 행복은 물론이요 국가의 운명과 연결되어 있다. 우리나라 부모들은 아이들이 행복해야 부모도 행복해 질 것이라는 관계성이 강하다. 그리고 현재 우리나라처럼 아이를 낳지 않으면 국가의 희망을 걸 곳이 없어진다는 사실을 알고 정부는 이에 대한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우리 나라에서 어떤 독특한 자녀교육을 위한 실험을 한다는 것은 매우 위험스럽기에 도전하지 않는 분위기이다. 그러나 역지사지의 의미를 독일에서는 실험을 통하여 어려서부터 깨닫게 하는 좋은 사례가 있다.

독일의 요한 메츠거 부부는 기발한 실험을 했고, 그 실험은 ‘아이에게 권력을!’이란 책으로 출간돼 독일 전역에서 이슈가 됐다. 저널리스트인 아빠와 물리치료사인 엄마, 13세 딸, 10세 아들이 서로의 역할을 바꾸어 한 달 동안 살아보는 실험으로 이른바 ‘아이에게 권력을’ 프로젝트다. 부모의 역할은 아직 어린아이들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을 마련해주고, 행동의 한계를 정해주는 것이라 믿었던 부부는 한 달 동안의 실험으로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됐다. 실험 과정에서 아빠는 전문가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실험을 보완해 갔다.

이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사소했다. 아들과 함께 평소처럼 탁구를 치던 어느 날, 그는 우연히 아들에게 코치 역할을 맡겼다. 신나게 코치 역할을 한 아들은 경기가 끝난 후 "그렇게 정중한 말투로 나를 대하는 어른은 본 적이 없어요. 되게 기분이 좋았어요."라고 말했다. 아이의 한 마디에 정곡을 찔린 아버지는 지금까지의 교육방식을 놓고 고민했다.

부모가 아무리 사랑을 쏟아 붓는다고 해도 아이들은 만약 어른이라면 누구나 부당하다고 느끼는 일들을 참아야 한다. 후견인 행세를 하는 부모의 명령, 경고 등을 들어야 하는 것이다. 그는 ‘코치 놀이’를 가족 전체로 확대해 한 달간의 실험을 한 것이다. 부모는 아이의 역할을, 아이는 부모의 역할을 맡는 역할 바꾸기였다. 먼저 가족 실험에 대한 10가지 규칙을 정했다. ‘한 달 동안 실험을 한다. 아이는 부모의 권리와 의무를 갖고, 부모는 아이의 권리와 의무를 갖는다. 아이는 한 달 생활비로 현금 700유로(정부 실업 급여에서 제공하는 1인당 한 달 최저 생계비에서 조금 더 보탠 금액), 부모는 40유로씩 용돈을 받는다. 실험이 끝난 후 복수하지 않는다’ 등이다.

매일 아침 아이들에게는 부모가 해야 할 요리, 청소 등 일을 시켰고, 저녁 식사 자리에서는 부모와 같은 말투로 “이제 이야기해 봐, 오늘 어땠어?”라고 물었다. 부부는 존중받지 못하는 기분을 느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딸은 엄마와 다른 자신의 의견을 관철시키고, 예산에 맞게 식비를 조절하고, 식단을 채식 위주로 바꿨다. 시키지 않은 집 안 청소를 하기도 했다. 스스로 무언가를 계획해서 그 일을 해냈을 때 자신이 가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자기 효능감’을 느낀 것이다. 역할 분담을 놓고 싸우던 남매는 부모의 중재가 없자 오히려 더 빨리 해결책을 찾았다. 하지만 넷째 주가 되자, 아이들은 역할 놀이에 싫증을 느꼈다. 딸은 많은 역할과 책임감에 지쳐갔고, 아들은 아프다는 이유로 자주 학교를 빠지거나 텔레비전과 영화, 게임에 몰두하기도 했다. 여러 차례 실험을 멈추고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부부는 저녁마다 자녀와의 대화를 통해 실험의 장단점에 대해 이야기했다.

실험이 끝난 뒤, 아들은 “전체적인 것을 알아야 하는 것이 힘들었지만 어린 아이도 다른 사람과 똑같이 권리를 가졌다는 것을 알았다”고 했다. 딸은 자신에게 주어졌던 많은 역할의 무게를 알고, 아이로서 현재 맡은 역할을 훨씬 더 즐기게 됐다. 아내는 아이들이 시키는 대로 로봇처럼 행동했던 시간을 되새기며 자신의 양육태도를 되돌아 봤다고 고백했다. 또 실험을 계기로 아이들을 관찰하면서 저마다의 특성을 알게 됐다. 딸이 예상보다 계획성 있게 생활하고 책임감이 많다는 것을 알았고,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공부할 때 집중을 잘한다는 학습 스타일도 알았다.

또 몰랐던 아이의 시각도 발견했다. 아들은 자신이 무언가를 할 때 부모가 묵인하는 행동을 통해 인정받고 사랑받는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부모의 제약이 심해질수록 오히려 부모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여긴 것이다. 부부는 애정의 표현이라 생각했던 관심과 지나친 간섭이 자녀에게 잘못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것을 알았고, 행동 제약의 범위를 점점 줄여갔다. 메츠거는 드라마틱한 변화를 이끌지는 않더라도 자신의 양육 태도를 되돌아볼 수 있는 시도를 해볼 것을 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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