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8월의 지구는 유난히 뜨겁다. 전국이 열대야가 되면서 전력도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다. 우리와의 정반대편에 위치한 브라질에서 2016 리우하계올림픽 막이 올랐다. 8월 6일(이하 한국시간) 세계의 시선은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로 쏠렸다. 이날이 오기까지 브라질은 수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17일 동안 각 나라를 대표하는 스포츠 스타들이 조국의 명예를 걸고 메달을 향해 질주할 것이다. 그동안 갈고 닦은 기량을 마음껏 펼치면서 그들이 연출하는 ‘각본 없는 드라마’에 인류는 감동하고 열광하고 있다.
오늘 우리 나라 여자 양궁이 8년 연속 금 메달을 땄다. 이 시작은 1988년 서울 올림픽에서 시작되어 오늘 러시아와의 대결에서 영광을 이뤄냈다. 올림픽 역사를 새롭게 쓴 것이다. 그 비법은 연습에 연습을 거듭하여 과녁을 향한 집중력이었다. 선수들이 선 경기장에도 변화가 무쌍하다. 바람이 불 때는 정조준이 아닌 바람을 읽고 오조준을 해야 한다. 한마디로 우리 나라 대표선수는 신궁이 된 것이다. 이는 거져 이뤄진 것이 아니다. 활쏘기의 DNA는 고구려 벽화에서 찾을 수 있다. 오랜 역사적 전통이다. 선조들의 국궁은 오늘에 이어져 현대적 뇌파 훈련으로 연결되고 있다. 스포츠에 과학이 접목되고 있는 것이다.
올림픽은 지구촌을 ‘하나’로 만든다. 이때만큼은 인종도 종교도, 갈등도 차별도 내려놓게 된다. 지금 지구촌은 지카바이러스가 걱정되고 세계 곳곳에서 무차별 테러가 끊이지 않는 상황이다. 하지만, 올림픽에 대한 인류의 염원과 열기만은 어쩌지 못할 것이다. 이번 올림픽의 슬로건은 ‘열정적으로 살자’이다. 삼바의 나라, 정열의 나라 브라질답다. 열정은 삶의 활력이자 내일을 향한 에너지다. 갈수록 그것을 잃어가고 있는 인류가 올림픽을 통해 되찾아보자는 의미일 것이다.
올림픽은 단순한 스포츠대회가 아니다. 어디에서 열리든 지구촌 모두가 함께 참가하고, 즐기고, 소통하는 거대한 축제다. 이렇게 세계 모든 국가와 민족이 한자리에 모여 그야말로 맨몸으로 겨루고, 그 대결이 끝나면 서로 얼싸안고, 축하하고, 위로하는 ‘시간’이 또 어디 있을까. 올림픽의 기원은 전쟁이다. 그러나 그 결과는 평화를 선택하고 지향하는 올림픽이 된 것이다. 이는 인류가 낳은 최고의 축제이자 문화유산이 아닌가!
올림픽의 주인공은 역시 스포츠다. 각 경기장에서 펼쳐지는 멋진 페어플레이와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는 선수들의 땀과 열정, 당당한 스포츠맨십이 지구촌을 뜨겁게 달군다. 시청자들은 결과를 떠나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응원하고 그 모습에 감동을 받는다. 그러나 올림픽이 ‘축제’인 이유는 스포츠를 넘어 문화와 예술, 음식과 생활이 함께 어우러지기 때문이다. 물론 주연은 주최국 브라질이다. 우리 나라도 이런 역사를 88올림픽을 통하여 만들었다. 그 전까지 동양의 작은 나라 한국의 문화와 예술의 맛과 멋을 몰랐던 지구인들이 ‘88 서울올림픽’을 통해 알게 된 것이다. 필자는 이때 해외에서 유학하던 때라 올림픽 개막식을 보면서 대한민국의 위상을 실감하였다.
올림픽은 세계의 문화가 한자리에 모이는 축제다. 각국은 저마다의 전통과 현대예술을 자랑하면서 국가 이미지와 가치를 높인다. 경기에서의 금메달 못지않게 올림픽에서 ‘문화와 예술’의 경연이 중요한 이유다. 더구나 우리에게는 2년 뒤 열리는 평창동계올림픽이 있다. 30년 만에 다시 올림픽 잔치의 주인이 된 우리로서는 이번 리우올림픽이 더없이 좋은 기회다. 우리의 문화와 예술, 자연과 삶의 매력들을 세계인에게 맛보여 ‘2년 뒤 꼭 가보고 싶은 나라’로 만들어야 한다.
우리에게는 K-팝을 필두로 지구촌 젊은이들을 매료시키고 있는 ‘한류’는 더없이 좋은 무기다. 한류의 역동성과 창의성, 그리고 뜨거운 열기는 이번 리우올림픽의 슬로건인 ‘열정적으로 살자’와도 너무나 잘 어울린다. 어쩌면 브라질이 자랑하는 삼바보다 더 올림픽 분위기를 달굴 수도 있다. 이런 우리 문화의 세계화와 가치 상승, 평창동계올림픽에 대한 지구촌의 관심과 성공적 개최의 발판이 될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될 것이다. 제대로 준비 없이 이것저것을 아무 때나 보여주어서는 안 된다.
우리 것만 ‘잘난 척’ 요란하게 떠들어도 잔치 마당의 주인은 물론 거기에 참석한 사람들을 불편하게 할 것이다. 함께 어울리는 올림픽의 정신을 지키면서, 겸손하면서도 정성을 다해야 한다. 작지만 매력 있는 우리의 문화와 예술을 선보일 때 우리의 바람대로 리우올림픽 현장을 찾은 세계인들은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면서 “따봉! 코리아”를 외칠 것이다. 우리가 바라는 또 하나의 ‘금메달’을 목에 걸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