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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방

지금은 내 탓이라고 말할 때

대한민국 교육, 어디로 가고 있는가?


대한민국 교육의 민낯 집합소
아픈 상처들의 백과사전
진흙탕에서 물고 뜯는 현장 고발 소설
썩어 문드러진 고름들, 난자당한 사람들의 피맺힌 울분
그들의 서러운 눈물,
죽어가는 풀꽃들의 울부짖음

아니라고 말할 수 없는 현실
외면하고 살았던,
나는 아니라고
모두 제 할 탓이라고 손가락질 하는 사람


내 아이만은
우리 집만은
그 대열에서 벗어나길 바라며 고개 돌리며 살아온
집단 무의식으로 최면 걸린 채


뜨거운 열탕으로 죽어가는 줄도 모르고
숨이 막혀가는 개구리를 보는 것 같아
답답하고 메스꺼운 토사물이 행간마다
넘실대는 착각을 들게 하는 책.

지금은 내 탓이라고 말할 때

대한민국 교육현장을 해부한 현장 고발서이다. 이 책은 소설이 아니다. 소설의 이름을 달고 태어났으나 그 누구도 소설이라고 여기지 못할 만큼 고배율의 현미경을 들이대고 쓴 사실의 기록이다. 언론매체를 통해 어렵지 않게 접했던 교육문제의 어두운 단면을 한 꾸러미로 엮은 종합 보고서이기 때문이다. 드레퓌스 사건을 고발한 프랑스의 소설가 에밀 졸라를 보는 느낌이다.

이 책은 필독서다. 자식을 둔 부모도 읽어야 하고 선생님도 반드시 읽어야 한다. 학교장도 읽어야 하고 대학 교수도 읽어야 한다. 특히 이 나라의 위정자들이 먼저 읽어야 한다. 국가의 교육정책이 얼마나 중요한지 절실히 깨달아야하기 때문이다. 이 나라의 장래를 걱정하는 사람이라면, 내 자식이 내 제자가 더 나은 세상에서 살기를 원하는 사람이라면 무조건 읽어야 하는 책이다. 단, 이 책에 활자로 박힌 언어들은 결코 허구가 아니라 현실임을 잊으면 안 된다.

내 집 이야기는 아니라고, 우리 학교 이야기는 아니라고 그 누가 소리 높여 말할 수 있으랴! 아니라고 말하는 순간 그대는 가해자가 되고 말리라. 아프디 아픈 교육의 현장에 발을 담그고 사는 이상, 이 나라에 뿌리를 내리고 사는 이상, 그 누구도 작금의 교육 현실에 남 탓을 할 수 없으리라. 이 책이 그 증거다. 오랜 기간 자료를 수집하고 폭넓은 취재 활동을 씨줄 날줄로 엮어 상처 받고 죽어간 원혼들의 목소리, 도리질 당한 영혼들의 피울음이 행간마다 넘쳐나는 까닭이다.

목울음 우는 풀꽃들이 작가의 가슴을 빌어, 작가의 손칼 위에서 작두를 타며 “풀꽃도 꽃이다, 나도 사람이다, 인간 대접을 받으며 행복하게 살고 싶었다!” 고 외친다.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린 세월호의 가련한 풀꽃들이 책장마다 튀어나와 “우리는 살 수 있었다!”고 외치는 책이다.

교육 문제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작가는 상처를 낫게 하는 방법이 있음을 자신 있게 보여준다. 문제점의 원인을 진단했다는 것은 해결책도 있다는 뜻이다. 우리 교육은 서로 남 탓을 하면서 시간을 낭비하는 동안 그 피해는 오롯이 학생들과 자식들 목을 죄어왔다. 이제는 더 이상 피할 곳도 피할 방법도 없음을 직감한 작가의 분노를 피하지 말자.

작가는 분노하는 사람이다. 불의한 일에 나서야 하는 사람이다. 몸으로 항거하지 못하는 대신 글로 나서는 사람이 작가다. 조정래 작가는 지금 온 국민을 향해 가슴 속에서 철철 흐르는 피의 언어로 상소문을 썼다. 백발이 성성한 작가가 외친다. “성적보다는 인간의 가치를 더 소중히 여기며 사는 나라, 대한민국의 미래를 그리는 100년의 약속, 교육을 함께 고민하자고!”

한 해 동안 학교를 떠나는 아이는 모두 7만 명, 초, 중, 고 680만, 1년에 40조가 꿈틀대는 거대한 교육 시장에서 내 아이만큼은 상위 1퍼센트여야 안심하고 잠들 수 있는 부모, 세계에서 가장 긴 시간 공부하는 학생들, 놀 시간이 가장 짧은 아이들, 가르치는 기쁨보다 회의와 좌절로 허탈한 교사들, 그렇게 올인하고도 남는 것은 헬 조선과 N포세대 젊은이들, 양극화 등등.

그 모든 문제의 밑바닥에는 교육 문제가 첫 단추라는 한 두 문장을 이토록 처절한 외침으로 세상을 향해 분노의 깃발을 들어 올린 작가 조정래의 애국심에 경의를 표한다. 그는 1943년생이다. 대한민국 교육의 앞날을 걱정하는 칠순을 넘긴 작가의 간절한 염원이 온 세상에 넘쳐서 산적한 교육 문제를 걱정하고 대책을 세워서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는 물결들이 넘실대길 비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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