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운영위원회는 학교운영의 민주화와 학교경영의 투명성을 확대하는 등 소기의 성과를 거두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학교운영위원회 각 구성주체들의 잘못된 인식으로 인해 진정한 학교공동체 형성이라는 본래 목적 실현과는 거리감이 없지 않다. 구성주체들이 <우리>라는 의식을 가지고 참여할 때 학교운영위원회는 단위학교의 자율역량을 키우고 학교공동체를 실현하는 기구가 될 수 있다.
학교운영위원회가 성공하고 있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학교운영위원회가 운영과정에서 본래 목적을 실현하고 있을 때 우리는 학교운영위원회가 성공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학교운영위원회의 도입을 제안한 교육개혁위원회의 문서와 여러 연구들에 의하면, 학교운영위원회는 교장중심의 권위적 의사결정체제와 학교운영에서의 학부모의 소외라는 문제점을 해결함으로써 단위학교의 교육자치를 활성화하고, 지역의 실정과 학교의 특성에 맞는 다양한 교육을 창의적으로 실시하기 위한 목적으로 도입된 제도이다. 단위학교 운영에 관한 주요 사항을 논의하는 기구인 학교운영위원회는 두 가지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다. 즉, 단위학교 구성주체들에게 학교운영 의사결정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한다는 ‘개방’의 아이디어와 지금까지 학교장이 가졌던 의사결정권한을 분산시켜 부분적으로 ‘공유’한다는 아이디어를 담고 있다.
흔히 학교운영위원회의 위상과 관련하여 세 가지가 얘기된다. 우선, 학교운영위원회는 학교의 교육행위에 대하여 권리와 책임을 지닌 단위학교 구성주체들이 단위학교의 자율적 역량을 키워 나가는 학교공동체라는 점이다. 다음으로, 학교운영위원회는 의결의 효과를 어느 정도 보장받고 있는 학교운영에 관한 심의기관이라고 할 수 있다. 끝으로, 학교운영위원회는 단위학교 수준에서 지역주민의 교육에의 참여와 통제라는 지방교육자치제의 정신을 실현하는 단위학교 자치기구라고 할 수 있다.
학교운영위원회가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것은 그것의 운영과정에서 학교운영위원회의 이러한 기본적 아이디어와 성격이 구체화되고 결과적으로 학교운영위원회의 목적이 실현되는 것을 말한다. 보다 구체적으로 학교운영위원회가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것은, 첫째, 운영과정에서 의사결정과정에의 참여의 개방과 의사결정권한의 공유라는 아이디어가 실현되고 있다는 것을 말한다. 단위학교를 구성하는 주체들은 학교운영위원회의 구성에 정해진 선거절차에 의하여 차별없이 자유롭게 참여한다. 뿐만 아니라, 학교운영위원들은 어느 특정집단의 주도에 의하여 수동적으로 이끌리기보다는 학교운영에 관한 주요 사항들에 관한 심의를 능동적으로 하며 지혜를 함께 모아 공동으로 좋은 결정을 내린다.
둘째, 성공적으로 운영되는 학교운영위원회는 학교공동체로서, 단위학교의 중심적 의사결정기구로서, 학교자치기구로서 기능을 수행한다. 즉, 학교구성주체들은 운영위원으로서 학교운영위원회에 참여하여 열린 마음으로 상대방이 제안하는 교육적 아이디어와 의견을 존중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하며, 학교와 관련된 모든 구성원들의 요구를 수렴해 나간다. 그리고 학교운영위원회가 성공적으로 운영되는 학교의 장은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결과를 ‘별 볼 일 없게’ 취급하지 않고 최대한 존중하며 법령에 어긋나지 않는 한 그대로 집행해 나감으로써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가 의결의 효과를 가지도록 한다. 또한, 학교운영위원회가 성공적으로 운영되는 학교에서는 학부모나 지역주민들이 학교운영위원회의 참여를 통하여 학교가 학부모와 지역주민의 의사를 반영하여 운영되고 있다는 것을 체험적으로 느낀다.
학교운영위원회는 어떤 성과를 거두고 있는가?
성공적인 학교운영위원회는 다음과 같은 성과를 낳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우선, 학교운영위원회가 이전보다 학교운영을 민주화하였다는 것은 분명하다. 학교운영위원회는 단위학교 구성주체들에게 특정조치의 결정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함으로써, 의사결정과정에서 그들의 이익을 공정하게 고려하는 제도적 장치이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학교장 등 소수의 사람들에게만 의사결정에의 참여기회를 부여하는 닫힌 의사결정체계였다. 자신들의 교육적 이익을 제대로 보장받을 수 없었던 교사, 학부모, 지역사회인사 등은 학교운영위원회를 통하여 단위학교 운영사항을 결정하는 데 참여함으로써 학교운영에 관한 이해관계(利害關係)를 표현하고 실현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이제 학교 구성주체들이 학교운영에 대한 발전적이고 다양한 의견을 개진하는 것이 가능하게 되었다.
[PAGE BREAK]둘째, 학교운영위원회의 설치는 학교경영에 대한 투명성을 보다 확대하는 계기가 되었다. 학교운영위원회에서는 학교의 예·결산이나 주요 행사와 관련된 여러 가지 사항을 심의하고 그 결과를 공개하기 때문이다. 학교운영위원회는 열린 행정을 가능하게 하는 제도적 장치인 셈이다. 학교운영위원회를 통한 정보의 공개는 학교운영에 대한 불필요한 의혹을 해소하였을 뿐만 아니라, 공개되지 않은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인 학교운영상의 부조리를 제거하는 효과를 가져오고 있다.
셋째, 학교운영위원회는 학교교육 성과의 효율성을 제고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학교운영위원회가 단위학교 구성주체들의 필요와 욕구를 파악하여 학교운영과정에 그것을 반영시켜 나감으로써 그들로부터 학교의 목적 실현에 자발적인 헌신을 이끌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전처럼 단위학교 구성주체들이 자신들의 욕구와 필요를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상부의 지시나 교장 등의 일방적 결정을 따르기만 하는 상황에서는 목적실현에 대한 자발성을 이끌어낼 수가 없다. 또한 학교운영위원회 구성원들은 교육대상자를 잘 알고 있는 사람들로서 그들의 특성과 욕구를 고려하여 창의적인 학교운영과 학교별 특성화를 가능하게 할 수 있다. 그럴 경우에 학교는 아동의 교육적 필요를 보다 효과적으로 충족시킬 수 있어서 학교의 생산성은 높아진다고 할 수 있다.
넷째, 학교운영위원회는 사회적으로 단위학교 구성주체들의 책무성을 강화하고 있다. 학교장을 중심으로 한 소수의 사람들이 학교운영의 전반에 걸친 권한을 거의 독점적으로 누려 왔던 학교장중심의 의사결정체제에서는 다른 구성주체들은 학교운영에 대하여 책임을 질 수도 없었고 또 공유하려 들지도 않았다. 그러나 이제는 단위학교 구성주체들이 공동으로 학교운영 의사결정에 참여하고, 그것의 실현에 책임을 지기 때문이다.
끝으로, 학교운영위원회는 학교장에게는 학교운영에 관한 좋은 결정을 내릴 수 있게 하는 제도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물론 아직도 학교장들 중에는 학교운영위원회를 학교장의 고유한 학교경영에 대한 권한이나 전문성을 침범하는 것으로 여기는 사람들도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점차 그 수가 줄어들고 있고 학교장들의 학교운영위원회를 바라보는 시각이 긍정적으로 변하고 있다. 혼자만의 결정이나 소수의 결정보다는 학교 구성주체를 대표하는 다수 인사들과 공동으로 심의하고 결정하는 것이 훨씬 유익하다는 것을 깨닫는 학교장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학교운영위원회가 안고 있는 문제점은 없는가? 학교운영위원회가 한편으로는 여러 성과를 낳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해결해야 할 문제점을 안고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우선, 학교운영위원회의 각 구성주체들이 이해관계에 따라 자신들의 주장만을 무조건 관철하려는 경우도 있어 학교운영위원회가 학교공동체의 형성에 장애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학교운영위원회는 교장, 교사들이나 학부모, 지역사회인사들이 열린 마음으로 의사결정의 과정에서 각 주체들이 제안하는 교육적 아이디어와 의견을 존중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장(場)이 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장이나 교사, 학부모와 지역사회인사 등 학교구성집단들이 학교운영위원회에서 상대 집단의 전문성이나 권위를 깎아 내리거나 각 집단만의 이해관계를 관철하기 위해 상대방과 힘을 겨루는 경우도 없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학교운영위원회가 학교와 관련된 모든 구성원들의 요구를 수렴하고 힘을 결집시킴으로써 단위학교의 역량을 키워나가는 기구가 되기보다는 갈등과 분열의 장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학교운영위원회는 학교운영에 관심이 많고 참여할 인사가 많은 도시에만 적합하고 농어촌지역에는 부적합한 제도라는 주장도 있다. 이는 학교운영위원회 제도의 획일성을 비판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학교운영위원회는 학교 규모에 따라 학교운영위원 정수를 달리하여 어느 정도 학교의 특성을 반영하고 있다. 그러나 학교운영위원의 구성비율은 실업계학교를 제외하고는 학교규모에 따라 차이가 없이 동일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인구가 과소한 농어촌지역에서는 학부모위원이나 지역사회위원을 선출하기가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PAGE BREAK]그리고 학교운영위원회의 성격이 불분명하여 학교운영위원회가 학교장 위주의 의사결정을 개선하기보다는 오히려 학교운영위원회는 교장의 들러리 역할을 하고 있을 뿐이라는 지적도 있다. 학교운영위원회의 위상 또는 성격이 형식상 명확하지 않은 것은 분명 아니다. 학교운영위원회는 형식상의 성격은 국·공립학교의 경우에는 심의기관이다. 실제적인 위상은 의결의 효과를 가진 심의기관이다. 그러나 단위학교에서 학교운영위원회가 어떠한 위상을 가지는가는 학교구성주체들, 특히 학교장에 달려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점에서 학교운영위원회가 학교장의 들러리 역할을 한다는 것은 아직 우리 모두가 학교운영위원회의 위상을 그 본래적 성격에 걸맞게 정립하지 못하고 있음을 나무라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끝으로, 경우에 따라서는 학교운영위원회가 학교장을 비롯한 교원들의 고유한 영역이나 전문성을 침해하는 장(場)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이러한 지적은 무엇보다도 학교운영위원회에서 다루는 심의사항이 복합적인 데서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사항들에는 교원들의 결정영역인 것으로 볼 수 있는 2종도서의 선정과 같은 사항도 들어 있고, 다수결보다는 전문성에 근거해서 결정해야 하는 사항들도 들어 있다. 다음으로, 그러한 지적은 과도기적인 현상으로 볼 수도 있다. 왜냐하면, 그것이 학부모나 지역사회인사가 과도한 참여욕구를 표출하는 데서 기인한 것일 수도 있고, 교원들이 이제까지 자신들의 영역이나 활동, 전문성에 대하여 학부모들로부터 간섭을 받아보지 않아서 느끼는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학교운영위원회가 성공적으로 운영되려면 무엇이 개선돼야 하는가? 우선, 학교운영위원회가 학교공동체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 이것은 단위학교 구성주체들이 학교공동체 구성원으로서의 의식을 가질 때 가능하다. 학교장은 학부모와 교사의 학교운영에의 참여가 자신의 학교운영에 관한 전문성과 권위가 약화되지 않을까 하고 우려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교사들의 경우에도 학부모들이 자신들의 교육활동에 불필요한 간섭을 하고 전문성에 대하여 도전하는 것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없지 않다. 학부모들도 학교운영위원회가 학교운영의 전권(全權)을 부여받고 있는 것처럼 인식하여 학부모들의 의사를 무조건 관철시키려고 하는 경우도 있다. 이제는 학교구성주체들이 학교운영위원회에서 제로섬적 게임을 하려는 태도를 버려야 한다. 학교 구성주체들이 학교공동체 구성원으로서 ‘우리’라는 의식을 가지고 학교운영위원회에 참여할 때 학교운영위원회는 단위학교의 자율역량을 키워나갈 수 있는 힘을 결집하는 기구가 될 수 있다.
다음으로, 학교운영위원회의 모델이 다양화되어야 한다. 현재 학교운영위원의 정수나 구성비율은 학교운영위원들이 교육감과 교육위원을 선출하는 선거인단을 구성하기 때문에 획일적으로 정해지고 있다. 이 점을 감안하더라도 학교운영위원회의 제도적 통일성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어느 정도 단위학교의 특성을 반영하도록 학교운영위원회 모델을 기능과 구성, 운영 등 세 측면에서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학교운영위원회가 도시에만 적합한 제도라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 있고, 제도의 현실적합성을 높일 수 있다.
또한, 학교운영위원회가 단위학교 의사결정체계에서 중심적인 위치를 차지하도록 해야 한다. 학교운영위원회가 ‘별 볼 일 없는’ 기구로 취급되어서는 안 된다. 학교행정가들은 “학교운영위원회는 법률적으로 심의기구이기 때문에 학교장을 구속할 수 없다. 학교장은 학교운영위원회에서 심의한 대로 시행하지 않아도 된다”라는 식의 태도를 보여서는 안된다. 학교운영위원회는 학교의 의사결정체계에서 최고의 지위에 놓여야 한다. 학교운영위원회가 법률에 의하여 형식적으로 심의기구로 규정되고 있지만 그것의 실제적 위상은 의결의 효과를 지닌 심의기구이기 때문이다. 학교운영위원회 관련 법률들의 기저에는 그러한 정신이 흐르고 있다. 이 정신을 존중하여 ‘학교운영위원회’가 학교운영의 대강(大綱)을 결정하는 최고의 권한을 가지도록 해야 한다.
[PAGE BREAK]끝으로, 학교운영위원회는 학교운영위원회를 구성하는 주체들이 그것의 취지를 제대로 이해하고 그에 걸맞은 의식과 역할 수행능력을 갖출 때 성공적으로 운영될 수 있다. 여러 연구들은 성공적으로 운영되는 학교운영위원회의 위원들은 학교운영위원회 제도에 대하여 올바르게 이해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교육개혁의 흐름, 심의사항 등에 대하여 어느 정도의 지식을 가지고 있음을 확인하고 있다. 그리고 학교운영위원들은 이전의 지위나 역할에서 벗어나 새로운 지위와 역할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음도 보여 주었다. 또한, 학교운영위원들 사이에는 동반자적 관계가 형성되고 있음을 알려주고 있다. 이러한 사실은 어떤 제도이든지간에 제도 자체가 완벽하다고 해서 성공적으로 움직여지는 것이 아니라, 제도를 움직이는 사람들이 제도에 걸맞은 의식과 역할수행 능력을 갖추어 나가야 함을 시사해준다. 연수를 통하여 학교운영위원회를 구성하는 주체들이 학교장중심의 닫힌 의사결정체제에서와는 전혀 다른 역할을 떠맡음과 동시에 거기에 걸맞은 의식과 역할수행 능력을 갖춰 나가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학교운영위원들은 활발하게 자기의 주장을 개진하면서도 다른 위원의 의견을 경청하고 존중해야 한다. 이는 학교운영위원들이 모두 서로간에 개방적이고 쌍방적인 의사소통을 할 줄 아는 ‘열린 의사소통자’의 모습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교장, 교사들이나 학부모, 지역사회인사들은 열린 마음으로 의사결정 과정에서 각 주체들이 제안하는 교육적 아이디어와 의견을 존중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이제는 학교구성주체들이 학교운영위원회에서 제로섬적 게임을 하려는 태도를 버려야 한다. 학교 구성주체들이 학교공동체 구성원으로서 ‘우리’라는 의식을 가지고 학교운영위원회에 참여할 때 학교운영위원회는 단위학교의 자율역량을 키워나갈 수 있는 힘을 결집하는 기구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