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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극화수업 : 능동적 수업, 역사적 사고력 향상

윤종배(서울 가락중 교사)


극화학습, 할 만한가요?
필자는 해마다 학년말에 설문조사를 한다. 그런데 ‘올해 가장 기억에 남는 수업은?, 가장 재미있었던 수업은?’의 대답은 극화학습으로 했던 수업이다. 최근에 교사들의 자주적인 연구단체인 전국역사교사모임에 발표된 수업사례 가운데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도 극화학습을 원용한 사례들이다.
그렇다면 극화학습이 학생이나 교사 모두에게 의미가 있다는 뜻인데, 무엇이 가장 큰 매력이었을까? 그것은 바로 학생들이 직접 내용을 구성하고 발표했다는 데 있을 것이다. 아직까지도 교실 수업이 강의 위주로 진행되고 있고, 가끔 멀티미디어 기기를 이용한 수업이 곁들여지고 있는 형편이어서 상대적으로 극화학습의 체험이 강렬한 인상으로 남지 않았나 싶다. 더욱이 열린교육에서 7차 교육과정의 기본 정신에 이르기까지 학생들의 자기주도적, 창의적인 학습을 요구하는 추세와 맞물려 극화학습의 가능성과 현실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극화학습의 가장 큰 교육적 효용성은 학생들이 능동적으로 수업에 참여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이라는 점이다. 학생들은 각기 맡은 배역에 따른 연기를 통해 수업을 전개한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극중의 역사적 인물과, 다른 학생들과 상호작용을 함으로써 서로 다른 사람에 대한 감정이입, 공감, 분노 및 애정을 느낄 수 있다.
또 학생들이 익숙한 주제이거나 호기심이 가는 상황을 설정하면 학습활동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된다.
한편으로 기초 사료가 학생들에게 주어져야 대본을 구성할 수 있으므로 사료 학습이라는 전제가 필요하며, 나름대로 대본을 쓰는 과정에서 역사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역사적 사고력(상상적 이해, 사실에 대한 추체험)이 가능하므로 수업내용의 가치와 의미를 내면화하게 된다. 나아가 대본 제작, 연습과정에서 민주적 토론을 거치면서 협동심을 높이는 파급효과를 지닌다.

극화학습, 엄두가 안나요!

극화학습이 결코 간단한 방법으로 진행되는 것은 물론 아니다. 내용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스토리 구성을 할 수 있고, 적절한 대사를 쓸 수 있으며, 상황에 걸맞게 인물과 사건이 잘 어우러져야 명확하게 역사의 흐름을 이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 적어도 기초 학습의 과정, 자체 논의의 과정, 실제 연습의 과정 등 3단계는 거쳐야 한다.
이처럼 덩치가 큰 극화학습을 매 시간 한다는 건 불가능할뿐더러 그렇게 할 필요도 없다. 극화학습의 종합적인 성격상 단원 마무리에 실시하면 가장 무난하다. 미리 연간계획을 세워서 언제쯤 극화학습을 실시할 것인지 시간을 확보해두고, 적어도 한 달 전에는 학생들에게 예고를 해주고 그에 따른 과제도 제시해야 한다. 필자의 경험으로는 적어도 3시간 정도는 진도의 여유를 가져야 한다. 대략 한 달간 배운 학습 내용을 다시금 정리하는 시간, 그것을 가지고 극으로 구성하는 시간, 발표하는 시간 정도가 반드시 필요하다.
[PAGE BREAK]이 가운데 연습 시간은 잡혀 있지 않다. 일주일에 한두 번 들어있는 수업시간에 연습을 시킬 수는 없는 노릇이 아닌가? 이 대목에서 교사들은 힘들어서 망설이게 되는데, 방과후나 쉬는 시간에 따로 학생들을 불러 연습한 것을 점검해 주어야 한다. 전혀 손을 대지 않은 채 실연(實演)을 하면 수업이 엉망이 되기 일쑤이다. 자주 하는 것이 아니라 1년에 몇 번 하는 것이니만큼 제대로 된 극화학습을 위해서 교사가 약간의 수고는 할 각오가 되어 있어야 한다.
매끄러운 강의를 듣고 시험의 끝나면 잊어버리는 것보다는 약간 엉성하더라도 교사와 학생이 함께 씨름을 해서 뭔가 만들어 낸 것이 훨씬 오래 마음에 남을 터이다. 그래서 일단 한 번 해보시라고 권하고 싶다. 한두 번의 실패는 있겠지만, 금세 교사도 학생도 나름의 노하우를 갖게 된다. 같은 학생이라도 1학기보다 2학기는 훨씬 준비가 수월하고 내용도 괜찮아지는 법이다.

극화학습, 어떻게 할까요?

극화학습에 관계된 논의를 적은 지면에 다 보여드릴 수 없어서 참고할 만한 형식과 자료를 소개하고자 한다. 지금까지 나온 극화학습 형식으로는 모의재판, 역사 뉴스, 모의선거유세, 모의 국회, 영상극, 노래극, 마당극 등이 있다. 그리고 극화의 소재가 되었던 단원은 역사적 갈등이 깊어지는 전환기, 왕조 교체기가 많았다. 삼국통일, 후삼국 시기, 나말여초, 양란, 세도정치 시기, 개항기, 무단통치기, 박정희 정부 시기 등이다.
모쪼록 극화학습을 통해 학생들과 함께 때로는 낄낄거리고, 때로는 뭉클한 느낌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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