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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분한 여론 수렴 필요하다

교사평가를 당장 실시하는 성급함보다는 좀 더 교사평가의 시기와 평가할 내용, 그리고 평가의 주체 등에 대한 여론을 충분히 수렴한 후 시행함으로써 교단에서 열심히 노력하는 우리 교사들의 사기를 꺾지 않고 격려해 주고 교사 스스로 분발하도록 하는 자극제가 되면 바람직할 것이다.


이석순 / 서울 명일여고 교사



1. 들어가며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능가할 수 없다”며 “욕을 먹더라도 우리 교사들의 능력과 자질을 평가하겠다”고 한 교육부총리의 발표를 지켜 본 필자는 다소 씁쓸한 느낌이 들었다. 최근 들어 공교육의 질 저하 문제로 논란이 일다가 결국 그 책임이 우리 교사들에게 있으므로 교사평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물론 교육 현장에서 우리 교사들이 최우선적으로 학생들의 학습과 지도에 대한 책무성을 갖고 있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사실상 학생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 곳이 학교이고 또 가장 많이 접하는 사람이 친구를 빼 놓고는 우리 교사이므로 학생들은 교사들의 말과 행동에 많은 영향을 받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교사들도 당연히 이들 학생들을 의식하고 잘 가르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런데 이번의 교사평가제는 가시적 성과가 없다는 이유로 이러한 교육적 측면은 고려하지 않은 채 교사들로 하여금 소위 공교육의 내실화에 따른 교육효과를 올리기 위한 경쟁에 나서지 않을 수 없게끔 강요하고 있다. 심지어 어떤 분은 교사들이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 안주하여 학원 강사들에 비해 노력을 게을리한다고 공개 석상에서 말씀하기도 하였다.
그렇다면 우리 교사도 수업만 할 수 있게 바꾸어 주어야 옳지 않을까? 라고 항변하고 싶은 생각도 솔직히 든다. 그러나 교사는 수업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학생의 생활지도라든가 상담 및 제도권 내의 각종 업무 등 학생의 교육과 관련된 전반적인 일에 노력과 힘을 쏟아야 하는 처지이다. 특히 고3 담임들은 대입진학지도를 비롯해서 생활기록부 정리 및 온갖 업무 처리에 숨돌릴 지경이 없을 정도이다.
교사의 업무를 어떻게 보느냐는 관점에 따라 교육성과에 대한 평가가 엇갈릴 수 있다. 즉, 이것을 정확하게 측정하고 분석해내기가 무척 어렵다는 말이다. 교사가 수업을 효율적으로 열심히 한 결과를 학업성취도로 알아본다고 하더라도 이에 대한 교사의 객관적 기여도라든가 투입한 노력이 얼마가 되는지를 밝혀내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또한 그외 학생지도에 대한 성과는 그 양이라든가 질에 대한 판단이 주관적일 수밖에 없으므로 이의 평가는 아무래도 교사의 노력과 열의 그리고 책임감에 맡겨야 할 측면이 강하다.
그래서 교육당국이 교육의 질 제고를 위한 방안을 고심하다가 고육지책으로 내놓은 것이 교사평가가 아닌가 생각하면 조금 수긍이 가는 면도 있다.[PAGE BREAK]즉 교사평가는 우리 교사들이 교단에서 학생들을 정말 더 잘 가르치고 지도하도록 끊임없이 열성과 노력을 다해 줄 것을 촉구하는 것이라고 봐야 할 것 같다.

2. 평가의 전제 조건

교육은 성년인 교사가 미성년인 학생들을 꾸준히 관심을 기울여 지도하여 온전한 성인으로 키워 내는 일이다. 필자를 비롯한 대다수 교사들도 이러한 생각으로 열심히 근무하고 있다. 이러한 점에 유의하여 교사평가를 실시하기에 앞서 다음 몇 가지를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첫째, 앞서도 말했듯이 교사가 어린 학생들을 잘 가르치고 지도할 수 있도록 긍지와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충분히 배려하는 풍토가 조성되어야 할 것이다. 교사평가제 도입은 교육에 대한 교사의 공로에 대한 대가는 전혀 논외로 하고 소위 공교육의 성과를 올리기 위한 외부적·타율적인 조치인만큼 최소한 교사의 자긍심에 손상이 가는 일은 없도록 교사의 근무여건개선과 수업시간 감소 등 가시적인 교사에 대한 지원책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둘째, 교사평가는 신중하게 가급적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요인을 심사숙고하여 시행하여야 한다. 교사평가를 한다면 누가 할 것인지, 또한 어떤 방식으로 할 것인지 최대한 공정성과 객관성을 갖추도록 해야 할 것이다.
셋째, 이렇게 해서 정말 어렵게 교사평가를 실시하여 그 결과가 나왔다면 결과의 처리 또한 매우 조심스럽게 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평가받은 교사 자신이 평가 결과를 통보받아 이에 대해 본인이 먼저 납득하도록 해야 한다. 그러면 교사 본인이 자신의 부족한 부분이 무엇인지를 명확히 인지하여 자기 계발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렇게 하면 근무평정과 달리 평가 결과의 피드백이 원활히 이루어져 이에 따른 교사의 노력과 더불어 교육력 제고의 토대를 세울 수 있을 것이다.

3. 나오며

우리가 무슨 일을 하든 그 이해득실을 곰곰이 따져 봐야 하듯이 사회적 영향력이 매우 큰 교사평가도 당연히 여러 측면을 심사숙고해야 한다고 본다. 특히 평가 대상이 우리 교사가 되는 만큼 선생님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여 이를 최대한 반영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교사평가를 당장 실시하는 성급함보다는 좀더 교사평가의 시기와 평가할 내용, 그리고 평가의 주체 등에 대한 여론을 충분히 수렴한 후 시행함으로써 교단에서 열심히 노력하는 우리 교사들의 사기를 꺾지 않고 격려해 주고 교사 스스로 분발하도록 하는 자극제가 되면 바람직할 것이다.
필자는 교사평가의 한 방법으로 자기평가방식을 채택하는 것을 제안하고자 한다. 어느 나라에서는 교사가 매년 초 자기연찬 계획을 세워 이를 평가한다는데 우리도 이와 같은 것을 작성한 후에 이를 바탕으로 교사 자신이 활동한 결과를 평가하게 함으로써 교사의 자기 책임능력을 인정하고 북돋아 주는 방식으로 시작해 보면 좋을 듯싶다.[PAGE BREAK]교육의 질을 제고하기 위해 교사평가를 도입함에 있어서 교사의 자율성과 능력을 최대한 존중해 주고 여기에 책무성을 묻는다는 차원에서 교사평가를 한다면 교사평가라는 아주 어렵고 힘든 일이 원활하게 이루어져 우리 교사와 학생, 학부모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결과를 낳아 소기의 교육적 성과를 거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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